[보도]장하준 교수 ‘제도주의’ 논쟁 봇물

자유기업원 / 2011-07-05 / 조회: 1,310       경향신문

ㆍ“신자유주의에 대한 보완”
ㆍ“각국의 제도 다양성 무시”

지난해 말 출간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사진)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40만부가 넘게 팔려나갔다. 사회과학 서적으로는 이례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책의 출간을 계기로 올 초부터 장 교수에 대한 비평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장 교수는 자유주의 우파로부터 ‘반시장주의자’로 공격받고, 진보진영에서는 ‘재벌에 대한 이해가 낮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장 교수가 말하는 ‘새로운 체제’가 어떻게 가능할지를 묻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는 최근 장 교수의 책을 놓고 세미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자유주의 경제학자’를 자처하는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장하준은 박정희 같은 선한 독재자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좋은 결과를 내려면 신뢰할 만한 정치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잘 절제된 민주주의보다는 방종에 가까우므로 그런 지도자를 통한 규율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강원대 이병천 교수는 이 주장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짙은 회의와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며, 결국 그가 말하는 자유시장이란 정치적으로 구성되는 것임을 스스로 고백한 꼴”이라고 통박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2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그들이말하지않는23가지‘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문석 기자
그러나 김 원장만 ‘어떻게 가능한가’란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니다. 이날 발표에 나섰던 신종원 서울 YMCA 시민사회개발부장은 “장 교수는 국가와 시장 중 어느 쪽이 더 우월한가를 따지지 않는다”며, 이는 “극단적 주장이 아닌 보완적·상보적 또는 대안적 주장”이라고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그도 “노동세력이 정치적 주체로 진출한 그들과의 ‘질적’인 차이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며 “시민과 소비자가 참여 기회를 갖는 ‘참여 시장민주주의’ 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구 경상대 연구교수는 최근 발간된 계간 ‘마르크스21’ 여름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장하준이 주장하는 사회적 타협에 기초한 복지국가가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런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모호하고 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장 교수가 속한 ‘제도주의’ 학파의 근본적인 문제점 때문에 이 같은 인식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제도주의 학파는 자본주의가 단순히 가격기구만을 통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법률·사회적 관습 등을 포함하는 각종 제도에 의해 규정된다면서 신자유주의의 경제학적 기초인 신고전파 이론을 비판한다. 반면 역사적으로 상이한 사회경제적 제도가 성립된 여러 나라들의 다양성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제도 연구의 선구자인 마르크스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마르크스가 ‘초역사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자본주의’ 자체를 초역사적으로 생각한다”고 논박한다. 장하준의 ‘역사적 접근법’ 또한 “이런저런 자본주의를 비교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작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여러 자본주의 국가들을 단일한 경쟁에 밀어넣는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장 교수가 영국의 환경에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했지만 그와 달리 우리는 특권과 특혜, 부정부패 척결 등과 같은 (구)자유주의적인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의 한국경제 해결책에 100%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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