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무상’ 좋아하면 대선 후 우리도…”

자유기업원 / 2011-07-25 / 조회: 1,219       뉴데일리

신용평가회사 ‘무디스(Moody‘s)’가 최근 재정위기로 유로존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수혈 받은 그리스에 대해 3단계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미국 의회는 ‘국가채무한도 증액‘을 위해 상하원과 대통령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유럽 재정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 민간 분야가 ‘빚 무서운 줄 모르고’ 채권을 남발하는 게 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도 빚, 빠르게 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5일 오후 2시 30분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남유럽발 국가부채위기 남의 일 아니다’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우리나라도 나라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눈에 띠게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비교적 나은 편이나 최근 나라 빚의 증가속도가 빠르고 공기업 부채, 지자체 부채, 지방공기업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가계 부채 증가도 가속화되고 있어서 부채와 관련한 경제위기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통화 유통량 팽창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식량, 원자재, 자원, 에너지 등의 가격 폭등을 유도했고, 통화를 많이 발행한 나라들은 국가부채가 늘어나 재정이 취약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럼에도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정부 명의의 채권 발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은 대공황 이후 국가채권에 대한 신용도를 최고로 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현재 국가채무는 GDP의 230%에 달할 만큼 늘었다. 그럼에도 나라가 유지되는 건 국채의 90% 이상이 일본 내부 자본에 의해 소화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일본은 우정성(우체국) 예금으로는 일반 대출이나 투자를 하지 못하게 해 그 돈으로 국채를 매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넘치는 자금이 국채를 수월하게 소화하자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는 해석이었다.

지난 2~3년 사이 일본 내에서도 국가채무 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에도 일본 정부가 여전히 국채를 발행하는 것도 이런 ‘구조적 문제’라고 했다. 실제 일본의 연간 세출이 92.7조 엔인데 반해 세입은 40.9조 엔에 불과하다고. 나머지는 국채를 발행해 메우고 있다고 한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금 추세로 국가부채가 증가하면 2050년에는 1경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결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2009년 말 기준 사실 상 국가부채 1,637조 원"

윤 교수는 “이한구 의원에 따르면 국가직접채무 외에 보증채무,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 통화안정증권, 공기업 부채 등 사실 상의 국가부채가 2009년 말 1,637조 원으로 사상최대치였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사실 상의 부채’가 국민 실생활과 관련이 깊은 주택, 전력, 가스, 석유, 철도 등의 공기업과 지자체의 선심성 사업 때문에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윤 교수는 “이런 우리나라의 상황은 1975년 소위 ‘민주화’ 이후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다 결국 재정위기를 겪은 그리스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유로존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150% 수준. 그 원인은 1980년대 복지지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후 사회가 노령화되면서 현재 복지지출의 90% 이상을 은퇴자 연금에 쏟아붓고 있다고 한다.

윤 교수는 “최근 국제경제 체질변화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게 국가들이 빚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인데 국채라면 무조건 우량채권으로 분류되는 게 그 원인”이라며 “이제는 기본으로 돌아가 정부, 공기업, 지자체, 가계, 개인 모두 ‘빚이 무서운 줄 알자’는 모토로 안정성 확보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이석 자유기업원 객원연구위원은 “그리스 위기가 주는 교훈은 그리스가 유로와 같은 기축통화권(유로존)에 가입하더라도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경우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이석 연구위원은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우리와 같은 경우에는 외국의 금융기관들이 우리나라의 재정 상태를 우리 경제의 대외 지불능력에 대한 하나의 지표로 보고 있어, 오히려 그리스에 비해 재정건전성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정부 지출이 대개 주민들의 필요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재정건전성을 키우는 일이 곧 작은 정부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재정건전성 키우는 건 곧 작은 정부가 되는 것"

김 연구위원은 “정치권에서 결정한 낭비성 ‘투자’들은 수익 없는 곳에 지출되는 경향이 강하다. 굶는 학생들이 있다면 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수익이 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일로 동의될 수 있다. 그러나 모두에게 베푸는 불요불급한 지출은 결국 모두에게 쓴 것보다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정치권이 이를 자기의 돈으로 하는 것도 아니면서 선심을 베푸는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그리스 재정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장용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도 “재정민주주의적 측면에서 정부지출의 타당성 검사를 실시해 지출 억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용근 교수는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들에게는 하나같이 문제점들이 있었다”며 “대통령들이 자신들의 개인적인 신념을 국민의 동의도 받지 않고 강요하고 실험하는 것은 반드시 금지시켜야 하는 절차적 제도의 완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또한 “의도적인 수요 부풀리기를 위한 ‘사기 사업’일 가능성이 있는 지방공기업의 민자 사업과 호화청사 등 선심성 예산, 행정수도 이전과 기업도시 및 각종 개발 등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복지정책이 포퓰리즘은 아니지만…."

장 교수는 다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 정책’과 관련해서는 “모든 복지 정책이 포퓰리즘은 아니다. 특히 ‘무상보육’은 인구와 국력이라는 측면에서 당연한 지출”이라면서도 “다만 전면적 무상의료와 무상급식 등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인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남유럽국가들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방만한 재정운영에 기인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 관련 지출을 늘여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확대되고 대외적으로는 경상수지 적자를 가져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창규 교수는 “남유럽은 일자리 창출도 공공부문에서 주도해 매우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만들었다”며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경기가 더 좋았던 독일보다 남유럽 국가들의 근로자들의 단위노동비용이 더 높아지게 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정치권이 이성적으로 판단해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수지준칙, 정부지출의 상한선 제정,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국가부채의 GDP대비 비율의 상한을 정하는 등의 ‘국가채무준칙’을 설정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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