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남의 돈으로 즐긴 `그리스 파티` 이제 끝나

자유기업원 / 2011-08-12 / 조회: 1,447       매일경제

◆ 위기의 유럽 대해부 ① / 그리스석학 생각은 ◆

 
11일 서울 여의도 자유기업원에서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그리스 아테네대학 교수(왼쪽)와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대담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한국은 국가부도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를 닮아가고 있다. 복지 논란으로 재정 부담에 대한 염려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데다 공교롭게도 이번 '소버린 쇼크'로 주식시장이 그리스만큼 하락했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그리스 주가는 17% 폭락했고 같은 기간 코스피는 16.9% 떨어졌다. 공매도 제한 조치를 발동해 급한 불을 끈 곳도 그리스와 한국뿐이었다.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그리스 아테네대학 교수는 "파티타임은 끝났다"는 말로 유럽 경제를 진단했다. 특히 그는 그리스가 몰락한 이유에 대해 "30년간 빌린 돈으로 즐길 줄만 알았다"고 설명했다. 자유기업원 초청으로 방한한 하치스 교수는 11일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대담했다. 그는 50년 이상 1인당 실질 국민총생산(GNP) 연평균 성장률이 전 세계 1위였던 그리스가 한순간에 주저앉았던 교훈을 한국이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현오석 KDI 원장=그리스는 민주주의 본산인데, 왜 오늘날 유달리 포퓰리즘 문제 때문에 재정위험에 시달리나.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교수=어느 나라나 포퓰리즘 정치인이 있겠지만 그리스는 유독 심하다. 특히 1975년 헌법이 개정되면서 총리의 권한이 막강해졌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므로 대통령이 총리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사법위원회 의견을 받지만 판사 임명권도 대통령에게 있다.

▶현 원장=한국은 복지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반값 등록금에 무상 급식 주장이 거세다. 그리스는 어땠나.

▶하치스 교수=복지는 매우 좋은 제도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재정 뒷받침이 먼저다. 그리스는 재정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공무원 임금이 대표적이다. 공공부문 임금은 2006년에서 2009년까지 30% 올랐다. 그리스 남성은 58세가 되면 넉넉한 연금을 받고 퇴직할 수 있다. 여성은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50세에 퇴직이 가능하다. 평균 퇴직연령은 61세다. 독일을 봐라. 67세다. 여기다 저출산 고령화마저 겹쳤다. 2005년 인구 18%가 65세 이상 고령자인데 2030년 25%로 높아질 전망이다.

▶현 원장=한국은 내년 대선과 총선이라는 정치 이벤트가 맞물려 있다. 지도자가 갖춰야 할 리더십은 무엇인가.

▶하치스 교수='국가의 흥망성쇠' 저자인 맨커 올슨 교수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자유시장의 가치를 지키고 정치적으로 후퇴하지 않으며 경제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엘리트의 중요한 덕목이다. 이를 경제성장을 위한 정치의 최고 레시피(요리법)라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들이 그렇지 못하다. 정부 지출을 충분히 늘리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오늘날 그리스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락시킨 것도 엘리트가 제대로 역할을 못해서다.

▶현 원장=남유럽 국가들이 심각한 금융위기를 앓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기준금리를 정할 권한이 유럽중앙은행(ECB)에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통화정책 권한이 없어 위기를 막지 못했다는 주장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하치스 교수=거시경제학자가 아니라 판단을 잘하지 못하겠지만, 국채를 발행해 경기를 부양하는 카드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또 하나 간과한 점이 2002년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대출이 훨씬 수월했다는 것이다. 낮은 금리와 막대한 양의 대출로 그리스는 호황을 맞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있다. EU에서 빌린 돈은 저축, 투자, 인프라, 제도 발전에 들어간 게 아니라 소비에 집중됐다. 결국 국가부채가 5000억달러에 육박했고 그중 절반은 외국은행에서 차입한 돈이었다.

▶현 원장=그리스가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성공할 것으로 보나.

▶하치스 교수=복지 혜택을 줄이고 세금을 증액하는 것은 분명 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 지출을 무차별적으로 삭감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상처를 치유하는 게 아니라 전부 도려내는 것 같다. 그리스는 '지대추구의 파라다이스'인데 이 문제부터 고쳐야 한다. 예를 들면 그리스전력연합은 여당과 긴밀한 끈을 가진 강력한 조직이다. 반대 세력에 폭력을 일삼고 협박도 서슴없이 한다. 긴축이나 확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이런 지대추구 비용이 그리스 재정적자 절반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현 원장=한국경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하치스 교수=한국이 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로 알고 있다. 반면 그리스는 짧다. 근면은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근면하면 그만큼 미래도 밝다는 뜻이다. 다만 포퓰리즘 문제에 직면해 있으니 지금부터 기로에 선 듯하다.

■ He is…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아테네대 교수(44)는 '그리스위기'라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유럽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는 제도경제학자다. 미국 타임지나 뉴욕타임스도 그의 블로그를 실시간 인용한다. 현재 아테네대에서 철학ㆍ과학사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그리스 법ㆍ경제학회 공동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대학에서 사회학 철학 역사학 법경제학을 전공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 로스쿨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케도니아 왕 카산도로스가 건설한 테살로니키 출신이다.

 

[정리 = 이상덕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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