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이 울고 있는 까닭

자유기업원 / 2011-10-18 / 조회: 1,363       데일리안

<칼럼>손학규 정동영이 한미 FTA 반대하는 것은 누구보다 용서가 안된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7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며 "손해 보는 준비 안 된 FTA는 안 된다. 주권을 침해하는 FTA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축하 자리에서 이런 말이 나와 이 대통령은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손 대표는 이어 "미국의 국가이익이 한국의 법보다 위에 있도록 한 것은 주권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여당이 FTA 비준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며 “국론이 분열되고 혼란이 가중되는 최악의 결과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6월 공식 서명됐고 올해 추가협상을 통해 마무리 됐다. 4년 반이나 걸린 것이다. 미국은 지난 13일 비준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을 완료했다. 한국은 여야가 말도 되지 않는 ‘끝장토론’까지 벌여가며 요란을 떨고 있다.

손 대표가 청와대에서 한 말은 듣기에 따라 한나라당이 FTA 비준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에 국론분열과 최악의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에 가깝다. 필자는 FTA에 대해 이 사람 저 사람의 의견을 아무리 많이 들어도 손 대표처럼 거친 말을 하는 사람을 보질 못했다.

손 대표의 말은 웃기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FTA를 반대하던 사람이 비준안 통과를 앞두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이해가 되지만 손 대표는 상황이 다르다. 손 대표는 원래 FTA 찬성론자였다. 그런 사람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FTA를 마치 주권에 대한 위협, 민주주의 훼손, 국론분열 운운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어디서 그렇게 거친 말을 배웠는지 묻고 싶다.

FTA로 머리를 굴리는 사람은 또 있다. 민주당의 정동영 최고위원이다. 정 의원의 FTA 말 바꾸기는 대단하다. 일부 언론은 정 위원의 말 바꾸기를 ‘변신’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정 의원은 2007년 7월 아태정책연구소 주최 연설에서 “한국으로서는 향후 5년 간 미국 일본과의 FTA를 완료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한 일이 있다.

 


◇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본격적인 보궐선거 운동 시작을 위한 선거출정식에 모인 정동영, 손학규위원이 서있다. ⓒ데일리안 민은경 기자

 

정 위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FTA가 시작됐고, 당시 외교안보 수장으로 있었는데도 지금에 와서 FTA를 반대하고 있다. 그는 2005~2005년 말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지내며 외교안보팀장 역할을 했다. 2006년에는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다.

정 위원의 FTA 발언은 많다. 그는 2006년 3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를 만나 “지난 53년간은 상호방위조약이 양자관계의 중요한 기둥이었다. FTA가 완성되면 향후 50년간 관계를 지탱시켜줄 두 번째 중요한 기둥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위키리크스를 인용, 데일리안은 보도하고 있다.

하나만 더 인용하자. 정 최고위원은 같은 해 4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한미 FTA가 필요하며 유용하다는 콘센서스가 있다”고 말했다. 2007년 7월 아태정책연구소 초청 연설에서는 “한국은 내부적으로는 복지제도를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FTA를 확대함으로써 미래에 생존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정 위원이 최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한 말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정 위원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대한민국 국익을 대표하는 게 맞는지, 미국의 파견관인지,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모르겠다. 역사가 단죄할 것”이라는 소름끼치는 말을 해댔다. 그는 “미국의 식민지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통탄스럽다”는 막말까지 했다.

열이 뻗친 정 위원은 계속했다. 김 본부장에게 “(당신이) 식민지 관료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걸 갖고 와서 국회에 해달라고 하느냐”고 몰아세웠다. 정 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반드시 기억하라”고 경고를 했다고 한다.

정 위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안보의 총책으로 한미 FTA를 옹호한 게 애국인지, 아니면 지금 김종훈 본부장을 “옷만 입은 이완용”으로 몰아세우는 게 애국인지 답해야 한다. 아마 답변을 하기가 궁색할 것이다. 또 생각이 180도 바뀐 이유도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성격이 원래 상황에 따라 잘 바뀌는지 아니면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인지도 답을 해야 한다.

FTA는 본래 이름이 좋아 ‘무역협정’이지 실제는 장사다. 공산품이나 농수산물, 각종 서비스를 사고 파는 것이다. 장사는 서로 균형이 맞으면 된다. 저울로 달고, 자로 잰 것처럼 양쪽이 꼭 같을 수는 없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고, 손해가 있으면 이득도 있다. 자동차를 많이 파는 대신 농산물을 들여올 수도 있다. 세세한 부분은 득실이 있지만 전체적인 큰 틀에서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게 FTA다.

손 대표나 정 위원은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상황에 따라 FTA 찬성론자가 되고, 반대론자가 되는 데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이런 변덕을 가지고 어떻게 큰 정치를 하고, 더군다나 대권 운운하는 지 묻고 싶다. 국민들은 어리석은 것 같지만 이런 꼴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신 있는 정치인, 좀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 말을 바꾸지 않는 정치인을 좋아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여자의 몸으로 난장판 국회, 권모술수의 정치권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것은 마음이 곧기 때문이다. 함부로 말을 하지 않지만 일단 말을 했으면 끝까지 지키는 소신이 박 전 대표를 지탱하는 힘이라면 힘이다. 박 전 대표가 상황에 따라 반성과 반대를 번갈아 가며 써먹는다면 정치적으로 매장되었을 것이다.

그럼 한나라당은 크게 잘하고 있나? 한나라당은 여당다운 결단이 없다. 17일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기업원,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을 포함한 30개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기억해야 한다. 이들은 한미FTA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면서 한나라당이 여당으로 미적거린다고 지적했다. ‘미적거린다’는 말은 한나라당이 FTA와 관련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손 대표와 정 위원은 그들의 말대로 노무현 대통령이 피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려면 당장이라도 한미FTA를 처리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 FTA가 정치적인 문제,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라고 했으면 이를 따라야 할 것이 아닌가? FTA는 노 전 대통령의 말대로 먹고 사는 문제다.

노 전 대통령이 피눈물을 흘린다면 그것은 FTA의 빠른 처리 때문이 아니다. FTA 처리가 가 늦어져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걱정해서 일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FTA가 정치적, 이념적 문제가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라고 분명히 말했기 때문이다. 정 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말을 잘 해석해야 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손 대표와 정 위원은 눈에 씌운 FTA 콩깍지를 벗어야 한다. FTA를 주권침해 운운하며 반대할 게 아니라 빨리 처리해서 미국이라는 큰 시장을 봐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시장의 규모가 서로 다르다. 미국인 인구가 3억을 넘는다. 우린 5천만이다. 미국이 6배나 많다. 두 나라가 장사를 하면 한국 물건이 미국에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은 젖먹이 아이들도 다 안다.

미국 사람들이 보는 한국 시장은 좁다. 한계가 있다. 반대로 한국이 보는 미국 시장은 넓고 크다. 얼마든지 물건을 팔 수가 있다. 자유스럽게 교역을 하면 분명 우리가 이익이다. 분야별로 손해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보면 남는 장사가 분명하다.

그렇다면 손 대표나 정 위원이 해야 할 일은 답이 나왔다. 제발 FTA를 두고 찬성 반대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정치적 계산 좀 그만 하면 좋겠다. 말 바꾸기로 인해 열 받는 국민들 정말 많다. 국민들 머리 좀 식히게 머리 좀 굴리지 않으면 더 좋겠다.

글/정우택 언론인·전 헤럴드경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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