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스페인 재정 바닥났는데도 減稅 역주행

자유기업원 / 2011-10-21 / 조회: 1,294       매일경제

일본·태국 퍼주기 공약 남발하다 부메랑 맞아
내년 글로벌 대선·총선 경제회복 걸림돌 우려
 
◆ 포퓰리즘, 유권자가 심판하자 (下) / 해외 포퓰리즘과 재정위기 ◆


11월 20일 총선 투표를 앞두고 스페인에서는 여야 각 정당의 인기영합식 공약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다.

총선 승리가 유력한 제1야당 국민당 마리아노 라조이 대표는 최근 "국민연금 삭감을 하지 않고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군소 정당들은 외국자본이나 외국이민자에 대한 규제 강화를 들고 나오는 등 민족 감정을 자극한 인기영합식 공약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등 재정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막상 선거전이 시작되자 집권과 득표에만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월 태국 총리로 당선된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은 '아시아판 차베스'로 불릴 정도로 포퓰리즘의 대명사가 됐다.

잉락 총리는 선거전에서 신입 초등학생 전원에게 무상으로 태블릿PC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무소득자에게 신용카드 발급, 근로자의 최저임금 상향 조정(일당 200바트→300바트) 등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정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잉락 총리는 집권 이후 쌀 수매 가격을 t당 1만5000바트 이상으로 올렸으며 월세 1000바트짜리 서민용 주택도 대거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방콕의 평균 월세가 1만바트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공짜와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현지 언론은 평가하고 있다. 서구 언론도 "잉락 총리 공약이 모두 실현되려면 3조~4조바트가량 소요될 것"이라며 "이처럼 많은 돈이 한꺼번에 풀리면 물가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정도 버틸 수 없게 된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멕시코 한국 등 20여 개 주요 국가에서 잇달아 대선이나 총선이 예정돼 있어 각국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유혹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포퓰리즘 정책이 남발될 경우 재정상황 악화→신용등급 추락→외자 유출 및 내수 위축 등의 악순환 고리를 이루며 가뜩이나 비틀거리는 글로벌 경제의 회복 속도를 더욱 지연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2차대전 이후 페론 정부 시절 '포퓰리즘의 원조' 국가로 불렸던 아르헨티나는 아직도 포퓰리즘 망령이 이어지고 있다.

2007년 말 집권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정부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포퓰리즘 정책을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해 왔다. 학생들에게 300만대 넷북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은 물론 전국 1300만가구에 디지털TV 셋톱박스를 달아주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03년 이후 20차례에 걸쳐 연금지급액을 인상하는 등 퍼주기식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무분별한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 파탄은 물론이고, 신용등급 추락과 세금 인상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사례가 곳곳에서 목격된다.

아즈미 준 일본 재무장관은 최근 파리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해 소비세율을 인상하는 법안을 내년 상반기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즈미 장관이 국제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자국의 증세 계획을 공표한 것은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해 올해 들어 일본의 신용등급이 잇달아 하향 조정되는 등 일본의 재정 상황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앞서 일본은 2009년 중의원 총선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현 집권당)이 고교 무상교육, 아동수당,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농가소득 보전 등 일본어 머리글자를 딴 이른바 '4K 정책'을 내걸고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집권 민주당은 2년 만에 재정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이들 정책을 모두 수정하거나 폐기했고 2년 만에 퍼주기식 공약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함으로써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채수환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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