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등에서 주도권 빼앗긴 보수우파 진영의 반성 “변화해야 산다”
설득하고 설명하는 것에서 상호 교감에 무게 ‘랩부터 콘서트까지’
‘2030의 가슴을 떨리게 하라.’
보수우파가 변하고 있다.
랩과 뮤직비디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동영상 등을 기반으로 문화적 컨텐츠를 통해 주도권을 잡으려는 보수우파의 변신이 계속되는 중이다.
속도는 진보좌파 진영의 그것보다 느리다. 시기상으로도 다소 늦은 감도 없잖아 있다. 그러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30의 심중 앞에서 보수우파는 할 말을 잃었다. ‘보수우파에 대한 불만과 부정적 인식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깊고 단단하다’는 걸 확인한 이들은 ‘변화’를 모색 중이다.
현재 보수우파 내부의 ‘변화’는 기존의 모습을 탈피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로 2030세대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보수우파 하면 상징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것은 바로 시청 앞 광장 집회, 군복, 그리고 종북·친북의 이념 논란이다. 개인 대신 국가, 안보 등을 앞세우고, 조직과 절차,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우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보수우파 운동은 ‘설득’하고 ‘설명’하는 것에 무게를 실은 데 반해 상호 교감은 적어 젊은 층이 참여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일례로 보수우파의 집회는 국가를 위해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비장함 속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부터 마지막 구호 제창까지 순서대로 진행된다. 토론도 활발하지 않다.
그러나 진보좌파 진영은 ‘난장’같은 분위기다. 놀이패의 공연과 정치인·시민사회단체 관계자의 발언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자유발언과 민중가요 합창 등으로 메운다. 끝장토론도 자주 이뤄지고,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무기로 끝장토론을 자주 활용한다.
◇ 지난 10월 31일 서울대 멀티미디어동 강의실에서 열린 ´인권미팅´에서 북한 인권운동가 하태경 씨와 레이싱 모델인 김나나 씨가 북한 인권과 관련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열린북한방송 제공
이로 인해 ‘딱딱하고 고루하다’는 보수우파에 대한 편견을 깨고 따뜻하고 친근한 보수우파의 상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모습이다. 색깔론은 자제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 무엇보다 문화적으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바탕으로 직접 2030세대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이다. 쉰을 넘긴 나이에, 학자로서 쉽지 않았을텐데도 그는 선뜻 ‘랩퍼’로 변신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기 위해” 랩을 배우고 직접 가사도 써서 음반까지 발표했다. 자유기업원 행사에서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틀거나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짧은 랩을 들려준다.
최근엔 ‘강연파티’라는 주제로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명인사와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가벼운 음료를 나누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들의 대변자인 김문겸 중소기업 호민관과 랩배틀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SNS에서도 김 원장은 단연 돋보인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SNS에 거침앖이 밝히는가 하면, 아예 ‘성공발전소’라는 홈페이지에 자신의 ‘성공일기’를 연재하며 노동과 부의 가치를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역설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청춘콘서트’ 형식의 토크콘서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북한인권운동가 하태경 씨는 레이싱 모델 김나나 씨와 함께 ‘인권미팅’을. 또다른 북한인권운동가 최홍재 씨는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과 ‘토크투어’를 하고 있다. 둘다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청중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춘콘서트와 유사하다. 단 이들은 1회 강연에 참여하는 인원수는 20명 내외의 소규모로 한정했다. 더 많은 질문 기회를 제공하고 즉석에서 토론이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2030세대들의 고민인 취업, 연애 등 일상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북한 인권, 국제기구, 인권의 보편성 등과 같은 범위가 다소 넓은 주제가 더 무겁게 다뤄지고 있다.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등 현안과 연계된 민감한 이야기로 흘러가 정치성을 띌까 우려한 까닭이다. 표현방법에서도 상대 진영을 비판하더라도 수위를 낮추고 보수우파의 단점이나 한계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는 과거 신보수운동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한때 ‘뉴라이트’로 대표되는 신보수운동은 상대 진영을 ‘옳지 못하다’고 네거티브하게 공격하는 부정의 방법론을 썼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보수우파 운동과 크게 차이는 없다. 다만 색깔론의 연장선상에 있되, 386세대의 합류라는 ‘양적인 성장’과 ‘상징적 의미’가 부각됐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나마도 당시 운동을 이끌던 몇몇이 국회나 정부로 진출하면서 미완에 그쳤다.
그러나 보수우파의 토크콘서트들은 청춘들에게 희망을 주는 긍정의 방법론을 보여주고 있다. 자수성가 스토리는 아니지만, 방황 끝에 새로운 길을 찾은 경험을 통해 지금의 시간이 기회와 가능성을 줄 수 있으니 좌절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이런 토크콘서트에 대한 반응은 미지수이지만, 강연에 참여하려는 젊은 층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진보좌파 진영처럼 기획력이나 영향력의 측면에서 폭발적이라 볼 순 없지만, 꾸준히 조금씩 2030세대들의 틈새를 파고들기 위한 보수우파의 시도는 이 밖에도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나는 꼼수다’를 패러디한 인터넷 라디오 방송 ‘명푼수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의 독설을 벤치마킹한 ‘봉반장’, SNS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애국소녀’ 김나나 등의 인터넷을 활용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문화예술 영역에서 보수우파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 인권을 다룬 영화를 제작하고, 숨어있는 보수우파 성향의 유명인사를 발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보수우파의 노력이 과거에는 선거의 종료와 동시에 끝나 체질개선이 요원했던 만큼, 이번에는 치밀한 전략 아래 장기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보수우파 단체 관계자는 “보수우파가 너무 정체되어 있다는 반성은 있었지만, 실천은 미흡했다”며 “예전에는 보수우파를 가치를 가르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격식과 체면도 던지고 같이 어울리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수우파 위기론이 주기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결국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선거가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 단계만 반복되니 더 단단하고 자생적인 보수우파 세력이 만들어지지 못했다”며 “보수우파만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획력도 아직은 부족하고, 문화예술 등 각계 명사를 아우르지 못하는 면이 있는데, 노골적으로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도 핵심 가치를 전하는 세련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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