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이런 것들이 정치권에 커다란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조차도 경제민주화 실현 의지를 담은 정강정책을 손질하기도 했습니다. 이 논의의 밑바탕에는 사회 양극화 해소, 그리고 공생, 공영 이런 것들이 깔려있는데 이를 위해서 여야가 내놓고 있는 정책들은 재벌을 겨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재계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곳이죠. 전경련 산하 자유기업원의 김정호 원장 연결해서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정호 :
네, 안녕하세요.
☎ 김창옥 / 진행 :
요즘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지금 재벌개혁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재계 입장에서는 편치 않을 것 같아요.
☎ 김정호 :
네, 그렇죠. 뭐 떨고 있다고 그래야 될까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생각을 해보면 재벌 중에 누군가는 감옥에 갔고 또 어떤 재벌은 망하기도 하고 뭐 그랬었거든요. 늘 정권교체기에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좀 일찍 오는 것 같아요. 이번 선거에서는. 그래서 대기업들에서도 걱정들이 많죠. 그리고 억울하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하고요. 양극화가 왜 그걸 재벌들이 다 책임을 져야 되느냐, 뭐 그런 생각들도 많이 있고
☎ 김창옥 / 진행 :
헌법 119조에 경제민주화 관련 조항이 있지 않습니까? 한나라당 비대위에서도 이 경제민주화를 이제 당의 큰 방향으로 삼으면서 정강정책에까지 반영해놓겠다는 얘기인데 특히 한나라당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정호 :
글쎄요. 한나라당이 그렇게 태도를 정했다 라고 하는 것에 대해선 뜻밖이죠. 왜냐하면 우리나라 헌법 119조 라는 것에 1항도 있고 2항도 있지 않습니까? 1항에서는 대한민국이 자유시장경제국가를 기본으로 한다 라는 것이고 그걸 천명한 것이고 2항에서는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것으로 보완을 하겠다 라고 하는 건데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정치인들은 1항에 주안점을 뒀었고 민주당이나 이쪽에서는 2항에 주안점을 뒀었는데 이제는 양쪽이 다 지금 2항으로 가겠다고 하니까 그럼 대한민국이 자유시장경제국가라고 하는 그 원칙, 그러니까 2항보다 훨씬 중요한 그 1항은 그럼 누가 지킬 거냐 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의구심도 들고 걱정도 됩니다. 그런데 거기에 주로 그게 뭐 경제민주화라든가 적정 소득이라든가 또는 안정성장이라든가 이런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잘 아시겠지만 119조 2항에서. 그런데 지금 우리가 요즘에 논의되고 있는 그 재벌개혁이라고 하는 것 소위 그래서 출자를 못하게 한다든가 또는 세금을 많이 매긴다든가 이렇게 하면 과연 소득분배가 적정해질 것인지 과거에 비해서, 지금에 비해서. 또 성장이 더 안정세로 돌아설 것인지 이것에 대해선 전혀 검증이 없어요. 그리고 그냥 그 뭐라고 그러나 직관적으로 될 것 같은 그런 느낌만 가지고 또는 정서만 가지고 지금 이런 움직임들이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건 참 걱정되는 부분이죠.
☎ 김창옥 / 진행 :
시장경제를 지지하되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자 하는 그런 뜻으로 이해해야 되지 않을까요?
☎ 김정호 :
글쎄요. 그 말씀은 좋은데요. 과연 그러면 뭐가 공정한 거냐에 대해선 생각을 많이 해봐야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그럼 재벌기업들이 지금 문제가 된 게 계열사가 많이 늘어났다고 해서 문제가 된 것 아니겠습니까?
☎ 김창옥 / 진행 :
흔히 문어발 이야기가 나오고요.
☎ 김정호 :
네, 그렇죠. 그걸 어떻게 볼거냐 라고 하는 게 다시 이야기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늘 이 인터뷰에서, 그 전에 한 가지 더 따져봐야 될 것은 우리가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그러잖아요. 그냥 일자리가 아니고 좋은 일자리란 말이죠. 그래서 우리가 중소기업은 사람구하기가 어려운데 또 젊은이들은 또 갈 데가 없다고 얘기하는 게 사람들이 그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일자리를 원치 않기 때문에 그런 거죠. 그러니까 대기업의 일자리만 주로 원한단 말이죠. 그러나 대기업에서 일자리가 생기려면 대기업들이 투자해야 되는 것이고 투자하는 과정에서는 당연히 자산이 늘어나게 돼 있습니다. 그게 계열사일 수도 있고 아니면 하나의 기존 기업이 커지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그런데 어떤 것이든 이게 문어발이라고 그러고 자꾸 영토확장이라고 그러고 이런 말을 하게 되면 이게 앞뒤가 안 맞는 겁니다. 한쪽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라고 그러면서 또 한편에서는 늘어나지, 커지지 말라고 얘기하니까 이게 참 좀 난감한 일인 거죠. 앞뒤가 잘 안 맞으니까.
☎ 김창옥 / 진행 :
혹시 이렇게 보고 이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를 테면 규제를 개혁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앞세워서 출총제 같은 것도 폐지하고 소위 말하는 여러 가지를 다 했는데 이런 것들의 결과가 오히려 양극화를 확대하는 쪽으로 가지 않았느냐, 이런 시각이 있는 것 아닐까요?
☎ 김정호 :
그런데 그건 좀 오해인 것 같아요. 아주 굉장히 큰 오해인데
☎ 김창옥 / 진행 :
그렇습니까?
☎ 김정호 :
예, 왜냐하면 지금 우리나라에 이중구조가 있는 건 분명히 사실입니다. 그걸 양극화라고 불러야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는데. 이중구조는 뭐냐하면 수출하는 기업들은 굉장히 돈을 많이 벌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런데 그것은 수출하는 대기업뿐만이 아니고 수출하는 중소기업도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그런데 수출 안 하고 내수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들은요. 그건 대기업도 내수를 하는 기업은 굉장히 곤란하고요.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로 내수하는 중소기업들은 굉장히 처지가 어려운 거죠. 그러니까 지금 이중구조가 만들어져 있는 것은 수출과 내수 간에 그런 괴리라고 보시는 게 훨씬 더 정확합니다. 그리고 또 기업으로 따지자면 글로벌화 되어있는 기업과 로컬기업들 간에 이런 괴리이기도 하고요. 이게. 이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괴리로 본다는 건 그건 좀 잘못된 이야기인 것 같아요. 만약에 요즘에 문제가 되고 있듯이 출총제, 계열사가 늘어나는 걸로 생각하시면요. 계열사가 늘어나가지고 예를 들자면 계열사가 늘어나기 위해선 대기업이 새로 기업을 하나를 신설을 하거나 아니면 기존에 중소기업을 어떤 걸 하나를 인수하거나 이렇게 돼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 새로운 계열사를 만든다 라고 하는 건 거기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요. 또는 기존에 중소기업을 인수한다 라고 하는 것은 그 중소기업을 창업했던 창업자에게 상당한 보상이 간다 라는 것을 뜻하는 거거든요. 그것도 역시 마찬가지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또는 그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던 근로자들하고 상생하는 방법인 것입니다. 이게. 그러니까 이렇게 한번 질문해보면 아주 그게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는데 대기업에 의해서 인수를 당한 그 중소기업의 오너나 또는 근로자들에게 당신은 대기업에 인수당해서 좋습니까? 나쁩니까? 라고 질문해보면 당연히 다 좋다고 그럴 거예요.
☎ 김창옥 / 진행 :
한동안 상생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면서 많이 그런 방안들을 논의하기도 했고 그 얘기가 나올 때마다 거론됐던 게 대기업과 거기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 간에 관계였거든요. 그래서 납품단가 후려치기라든지 또 될만 하면 이를 테면 싹 뺏어서 직접 해버린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거론되기도 했었습니다.
☎ 김정호 :
그런 건 분명히 그런 현상이 있었고요. 그런데 정확히 몇 %인지는 모르겠는데 중소기업들한테 그런 느낌을 물어봤을 때 보니까 한 20% 정도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대기업과 협력해서 그런 손해를 봤다 라고 하는 중소기업들이 한 20%는 되는 것 같은데 한 80%는 대기업이 협력업체가 되어서 다 좋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이렇게 한번 물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중소기업들한테 지금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아닌 중소기업들한테 말이죠. 그러면 당신들은 그 재벌기업에 1차 협력업체가 되고 싶습니까? 안 되고 싶습니까? 한번 물어보면요. 아마도 99.99%는 다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되고 싶다고 얘기할 겁니다. 그러니까 그렇다는 얘기는 협력업체가 되어서 많은 이익이 있다는 얘기인 것이죠. 그리고 실제로 이 수출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대기업의 1차 협력업체들은 그 지난 몇 년 간 수출이 많이 늘어나가지고 굉장한 이익을 봤습니다. 그게 현실이거든요.
☎ 김창옥 / 진행 :
요즘 가뜩이나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는 와중에 재벌가 자녀들의 빵집, 커피숍, 음식점, 프랜차이즈, 이런 데 진출하면서 그것까지 먹으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이런 비판이 많았고 실제로 철수하는 곳도 생기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분위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정호 :
대기업이 정말, 그 대기업도 사실은 대기업 나름인데 요즘에 회자되고 있는 것들을 보면 그러니까 그렇게 큰 기업도 아닌데 대기업이라고 얘기하는 경우들도 많이 있고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흔히 대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삼성, 현대, LG, 이런 대기업들만을 놓고 생각해보면요. 거기서 정말로 골목까지 나갈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빵집을 하더라도 무엇 때문에 그 사람들이 골목까지 가고 그러겠습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고 이건 사실은 예를 들어 호텔 같은 걸 생각해보면 호텔 안에 음식점도 있고 빵집도 있고 커피숍도 있고 다 있는 거죠. 그런데 그게 기존에 골목에 있는 그런 음식점이나 이런 것들하고는 달라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걸 한 거라고 저는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김창옥 / 진행 :
아무튼 요즘 다양한 이제 그 뭐 재벌개혁, 또는 이런 경제민주화 관련 것들이 이제 이야기들이 지금 아직은 구체화 되진 않았습니다만 이제 방향으로 봐선 그쪽으로 갈 것 같은데요. 재계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하고 부응해나가야 할까요?
☎ 김정호 :
저는 재계가 할일은 그 수출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어가지고 그걸 종업원들에게 투자자들에게 또 협력사들에게 많이 주고 하는 그 일을 더 잘해야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이제 한 가지 더 해야 할 것은 좀 이제 기업들도 정치를 좀 잘해야 된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옛날에는 그 정치라고 하는 것을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 주면 된다 라는 식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패러다임이 다 바뀌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이제 어떻게해야 되는지 그 기업들이 정말 알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 가지고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뭡니까? 박원순 변호사 같은 분들한테 그 후원회 밤 행사 같은 데 가가지고 거기 후원금 내고 이런 방식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도 이 문제가 지금 해결이 안 되는 겁니다. 그러면 기업이 그러면 어떻게 정치로부터 공격을 덜 받고 보호를 받을 것인가, 지금은 그 방법을 지금 모르는 거죠. 이제 기업들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됩니다. 지금의 이와 같은 정치와 손잡고 사이좋게 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되는데 그 방법이 뭔지는 아직도 잘 모릅니다. 그냥 갔다가 예를 들어서 뭐 가난한 분들을 도와주고 장학금 많이 내고 이런 것만 하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을 또 해야 되는 건지 아무튼 그 방법과 관련해서도 기업들이 방법을 찾아야 하고 지금도 찾고 있겠죠. 하지만 뭐 그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 김창옥 / 진행 :
알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정호 :
네, 감사합니다.
☎ 김창옥 / 진행 :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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