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민혈세‘로 메워야 하나?
[뉴스핌=노종빈 김지나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9일 의결된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하 특별법)‘에 대한 비난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 특별법은 부실화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예금자보호법상 보호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액이나 불완전판매로 인정된 부실 저축은행 발행 후순위채권액의 55% 이상을 보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저축은행 부실피해도 ‘혈세‘로 메워야?
이 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현 정권 권력 실세들의 비리게이트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또다시 국민들의 혈세인 공적자금으로 메워야 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당장 특별법 입법에 대해 무엇보다 금융 제도의 원칙과 법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의 근간을 뒤흔들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얘기다.
은행연합회 측은 "이번 특별법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면서 "저축은행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현행 예금자보호법의 테두리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은 거래 고객들이 5000만원 한도내에서 보호 받기 위해 납부한 예금보험료로 조성한 것"이라며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액과 보호대상이 아닌 채권 피해액을 보상해준다는 점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여야, 총선용 포퓰리즘의 ‘극치‘
이와 함께 이번 법안 처리는 국회의원들이 오는 4·11 총선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식 입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 자신만의 편협한 이익을 추구하려다 보니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것.
정무위의 경우 상당수의 의원들이 대표적인 저축은행 피해지역인 부산 경남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법안의 처리는 허태열 위원장(부산 북구 강서 을)의 주도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체 회의에서는 민주당 이성남 의원 등 일부가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으나 큰 난관없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처리된 것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고 답답한 심정"이라며 "다소 무리하더라도 민주주의가 국민의 고통과 요구에 반응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권력과 영합해 도덕적 해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와 감시를 늦춰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게임의 룰‘ 무시하면 금융시스템 붕괴
전문가들은 피해자를 구제하려는 정치권의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이번 입법으로 금융상의 룰 자체가 깨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금융시스템의 룰은 예금자보호법 이상의 금액에 대해선 위험감수를 하라는 것"이라며 "이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에 심각한 금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터진다면 그때마다 예금자보호법을 넘어서는 특별법을 입법해 추가로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승로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지금까지 법률에 규정된 예금자 보호기금에 따라 예금 보호를 해왔는데 이를 무시하는 것은 법치를 크게 훼손하는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예방하는게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예외적으로 잘못된 일이 발생했을때 정부에 기대서 도움받으려고 하게 되고 결국 원칙이 무너져서 금융질서도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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