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최광 한국외대 교수 등 경제 전문가 100여명이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선심성 퍼주기식 공약 남발을 중단하라”고 정치권에 촉구했다. 이들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가 재정과 나라 미래가 어떻게 되든 일단 퍼주고 보자는 식의 공약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특히 저축은행특별법은 정치적 이해를 위해서라면 경제원칙과 금융질서를 교란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인기영합적 발상에 따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이 전문가들의 쓴소리를 귀담아들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오히려 화를 내고도 남을 것이다. 청와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때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저축은행특별법 등 불합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입법 단계부터 각 부처가 적극 대처해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부처 대처로 해결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문제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이 직접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청와대는 과거 오락가락했던 전례가 있다. ‘변호사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받은 준법지원인제를 놓고 당초 거부권을 검토한다더니 보완·시행한다는 선으로 전격 후퇴했다. 이 대통령이 장·차관들에게 선거철 포퓰리즘에 맞서 자리를 걸고 정책을 지키라고 당부했는데도 무상보육 확대 방안에서 보듯 행동이 딴판인 경우도 많다.
포퓰리즘 광풍이 거침없이 부는 선거 국면이다. 정치권의 사탕발림 구호에 알면서도 속아주는 국민도 없지 않다. 국정을 책임진 청와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포퓰리즘 홍수에 휩쓸리지 않도록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 1년 남은 기간에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다해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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