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제한은 소비자에게 손해”
소비자포럼서 규제로 인한 소비위축 우려 제기…“궁극적 목적부터 명확해져야”
김한나 기자 | hanna@cstimes.com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강제 영업제한이 소매업 상생이나 소비자 이익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형할인점에 대한 영업제한이 오히려 소비위축을 일으킴은 물론 타 업체로의 이익 전환도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미래소비자포럼’은 7일 서울파트너스하우스 한강홀에서 국내 학계 교수들을 비롯해 법조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 대형할인점의 영업시간 제한-주말 규제 효과 ‘글쎄’
이날 발제자로 나선 안승호 숭실대 교수의 ‘대형할인점의 영업일수∙영업시간 규제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따르면 대형할인점에 대한 영업시간을 20시로 규제하는 경우, 대형할인점의 매출액은 연간 3조 8328억원 감소한다. 소비위축은 연간 2조 3211억원 규모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4조259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5%에 해당한다. 그러나 타 유통업체로 이전되는 금액은 전체 소매업 매출액의 1.03%에 불과하다. 재래시장 등의 매출 증가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주말규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총 경제적 손실은 연간 8897억원으로 GDP의 0.1%에 해당한다. 대형할인점의 매출액은 연간 1조33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타 유통업태로 이전되는 금액은 전체 소매업 매출액의 0.20%에 머무는 수준이다.
안 교수는 “대형할인점 영업제한은 재래시장 등 기타 유통업태의 매출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소비위축이나 후생감소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형할인점의 규제는 국가 경제적으로 실익보다는 손실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 실장은 “온라인쇼핑은 2001년 대비 2008년 성장율이 무려 300%를 넘고 대형마트와 SSM은 그보다 낮지만 100%의 성장을 보였다”며 “좋은 물건을 싸게 팔아 소비자에게 더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한 이들의 상행위는 환영 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소비자들이 선택했고 정치권도 무리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도 물가 걱정을 덜었으니 모두가 기쁜 일이었는데 칭찬받고 장려돼야 할 일이 비난의 대상이 됐다”며 “경쟁자를 못 들어오게 막는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소비자를 희생시키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규제의 원인과 목적부터 따져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민정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영세중소상인들의 시장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은 누구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소 유통업자들도 자체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이들이 생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대기업 SSM의 한시적이고 잠정적인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 “궁극적인 규제 이유부터 명확해져야”
이어 김 교수는 “궁극적인 규제 이유가 명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는 경제적 약자인 중소 영세상인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공공선을 위한 윤리적 소비 실천인 ‘소비자시민성’이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희숙 소비자정책교육학회 교수는 “골목시장은 글러브도 안 끼고 스파링 연습도 충분히 안돼 있는데 자유경쟁 시장이라는 그라운드에 세워놓고 SSM이라는 람보와 싸우도록 내버려둔다면 불공정하다”며 “대형유통업체가 골목상권 혹은 전통시장과 함께 성장하려는 분배라는 경제가치 차원의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혜윤 한국소비자원 변호사는 “대형마트의 영업일수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하는지, 대형마트를 제외한 나머지 백화점, 쇼핑센터 등을 규제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평등권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라며 “일단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 점포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 입법 목적으로는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형마트들은 영업제한에 반발해 헌법소원까지 제기해 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 건강보호권과 지역상권 살리기 등 규제의 목적은 정당성을 확보한 상태”라며 “그러나 수단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박명희 미래소비자포럼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SSM 규제는 중소상인, 대형유통업체와 정부간의 논란으로만 치부되고 있을 뿐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고려되는 것이 없다”며 “소비자 후생의 문제를 고려한다고 하나 이는 명분으로서의 논의일 뿐 실제 소비자가 처한 상황에 대한 고려나 배려는 전혀 없는 일방적 의사결정”이라고 밝혔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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