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의정활동, "‘진보지수‘로 평가하자"
[기고] 18대 국회가 처리한 법안 표결 결과 분석해보니...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법안 표결을 통해 의정활동을 평가한다
미국의 진보적 시민운동단체인 Americans for Democratic Action(ADA)은 시민권 침해, 사회적 불평등, 국제 인권 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며 매년 관련 법안을 선정하여 상하원 의원들의 법안 투표를 분석하고 평가한다. 의원들의 투표는 수치화되어 그 점수가 높을수록 진보적 자유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1947년부터 매년 축적되는 ADA 지수는 유권자들에게 개별 의원들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진보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우리도 이와 같이 국회의원의 법안 투표 정향을 분석하여 지수화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의원의 법안 투표 분석에 따른 평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유기업원은 의원별로 시장친화적 의안, 반시장적 의안에 대해 찬성, 반대, 기권이 각각 몇 번씩 이루어졌는지 집계하여 의원들의 입법활동이 얼마나 시장친화적인지를 평가해오고 있다. 참여연대 또한 참여연대의 기준을 정립하여 의원들의 법안 투표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의정활동평가지수를 개발한다면 유권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의원들의 투표 경향성을 파악하는 동시에 18대 국회 4년을 평가하는 하나의 평가 지표로, ‘유권자가 기억해야 할 18대 국회 주요 법안 투표결과’를 발행했다. 18대 국회 주요 법안을 선정하여 평가하고, 개별 법안에 대해 의원들은 어떤 표결을 했는지 되짚어보는 자료다.
18대 국회가 통과시킨 2천 4백여 개의 법안 가운데 참여연대는 이른바 ‘악법(惡法)’으로 평가될 수 있는 반민생․반개혁 법안 17개를 선정했다. 17개 법안은 편의상 △한미FTA, △4대강 사업, △언론, △조세, △재벌․금융, △파병, △표현의 자유, △노동 등 총 8개 분야로 재분류했다. 위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통과에 반대한 법안들도 다수 있다. 각 법안의 표결은 현직 의원 뿐 아니라 전직 의원까지 포함하여 총 331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내심 어떤 의원이 반민생․반개혁 법안에 가장 많이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반민생․반개혁 법안에 대해 우리 지역구 의원은?
분석 결과는? 법안 표결을 통해 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2009년 통과된 은행법 개정안과 평화유지군 파병안을 제외하면 정당별로 유사한 투표 성향을 보여, 그야말로 소속 정당만 봐도 법안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유추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소속 의원이 당론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쟁점이 되는 법안에 대해 정당별로 표결 결과가 극명하게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의원 개인의 의견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 현실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는 교차투표(Cross Voting) 즉, 지역대표의 성격을 띠는 국회의원으로서 소속 정당과는 독립적으로 지역 유권자의 여론과 자신의 소신에 근거해 투표하는 것이 어려운 한국의 의회정치 문화에서 기인한다. 이 글은 교차투표와 이와 대비되는 개념인 당론투표 가운데 어느 하나를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론과 반대되는 투표를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보니 법안 표결을 통해 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고자 했던 본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도출되었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또한 분석 과정에서 정당 합당, 당명 변경 등 의원들의 소속 정당이 빈번하게 변경되어 현재 정당과 표결 당시 정당이 상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나라당은 2012년 2월 새누리당으로 당명 변경, 민주당은 원외정당과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으로 신설합당, 민주노동당 역시 원외정당과 2011년 12월 통합진보당으로 신설합당하였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 소속으로 당선된 의원들은 2010년 2월 당명 변경으로 미래희망연대 의원이 되었고 2012년 2월 한나라당으로 흡수합당, 다시 당명이 변경되어 현재는 새누리당 의원이다. 정당 합당과 당명 변경, 의원 개인의 당적 변경 등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평가되어야 하겠지만 법안 표결 마다 소속 정당이 바뀌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정치적 불신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위 보고서는 18대 국회를 평가하는 자료이자 19대 총선 후보자 정보제공자료이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향후에는 의정활동지수로 발전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의원들은 법안, 동의안, 예산안 등의 ‘의결’을 통한 권한 행사가 가장 본질적인 국회의 권한임을 상기하여 법안 표결 하나하나에 대해 무거운 책임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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