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연봉공개 계기로 본 등기임원 ‘어떤 자리’ |
회사 행위에 法的 책임… 위법인한 손실땐 배상청구 대상 |
장석범기자 bum@munhwa.com |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는 단연 ‘등기임원(등기이사)’이다. 지난해 5월 5억 원 이상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의 보수 현황을 공개토록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기업들이 3월 말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등기임원의 보수 내역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회사 경영의 법률적 책임성 강화라는 목적에서 시작된 등기임원제는 회사 경영진이 어떻게 산정된, 얼마의 보수를 받는지 주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5억 원 이상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법개정이 이뤄졌지만 이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일괄적으로 공직자 재산을 공개하는 것처럼 이뤄져 사생활 침해 논란은 물론, 반기업정서 확산 등 사회의 갈등과 반복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첫 시행이다보니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다. 등기임원뿐 아니라 비등기임원까지 공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부터 적자 발생 회사의 등기임원에 대해서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등기임원제와 이를 둘러싼 논란 등을 짚어본다. 1. 등기임원이란 등기임원은 정확한 법률상 용어로는 ‘이사’ 가운데 ‘등기된 이사’를 일컫는다. 이사는 ‘법인의 사무를 처리하며 이를 대표해 법률 행위를 행하는 집행기관 또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그렇다고 상법에서 등기이사의 정의를 꼭 찍어 못 박고 있지는 않다. 다만 상법 317조 2항 8호는 ‘사내이사, 사외이사, 그 밖에 상무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이사, 감사, 집행임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주식회사 설립 등기의 주요 항목으로 예시하고 있다. 이때 등기된 이사들이 바로 등기이사, 즉 등기임원이 되는 것이다. 2. 등기임원 왜 두나 등기임원을 두는 이유는 회사의 행위에 대한 법률적 책임성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 주식회사의 위법행위로 손실을 봤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 업무의 책임성을 법에 명시해 분쟁 소지를 줄이고, 기업 경영이 보다 책임감 있게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만약 거래 당사자나 회사의 법률적 행위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면 입증하기 곤란해지고, 민법상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더라도 누구 책임인지 밝히기가 어려운 만큼 책임을 질 사람들을 미리 정해놓는다는 뜻이다. 책임경영을 위해 등기임원에 오르는 경우도 많이 있다. 최근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로 복귀했다. 회사 측은 당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3.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 차이는 등기임원의 정의가 상법에 ‘등기임원이란…’이라고 내려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비등기임원 역시 ‘비등기임원이란…’이라고 명시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상법 401조 2항(업무집행지시자 등의 책임)에는 ‘이사가 아니면서 명예회장·회장·사장·부사장·전무·상무·이사 기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해 회사의 업무를 집행한 자’의 행위는 이사의 행위로 본다는 규정이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명예회장·회장∼’ 등이 모두 비등기임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의 결정적인 차이는 이사회 구성원이 되는지 여부다. 등기임원은 이사회 구성원이 되지만, 비등기임원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다. 따라서 회사 경영에 직접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5억 원 이상 연봉공개 대상 역시 등기임원이기 때문에 비등기임원은 제외된다. 4. 사내·사외·등기이사 차이는 등기이사에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등이 포함된다. 엄밀히 얘기하면 사내·외 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을 구분할 때 사용되는 용어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등은 등기를 하도록 돼 있어 당연히 등기이사가 된다. 사외이사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주로 기업 외부에서 비상근 근무를 한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수나 변호사, 공인회계사, 퇴직 관료 등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다. 사외이사는 사내이사와 마찬가지로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다. 사외이사의 규모는 상법에 명시돼 있다. 상법 542조 8항에 사외이사는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상장회사의 경우 3명 이상으로 하되,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5. 등기임원 예우는 회사별로 다를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직급에 따른 예우 외 등기임원이기 때문에 추가되는 예우는 없다. 사장이나 전무가 새로 등기임원이 됐다고 해서 등기임원에 걸맞은 예우를 별도로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사장은 사장급의 예우를, 전무는 전무급의 예우를 받을 뿐이다. 하지만 등기임원이 되면 이사회 구성원이 되기 때문에 회사의 중요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 만큼, 업무의 양과 성격은 많이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비등기임원에서 등기임원이 되면 법적 책임이 더해진다는 것은 명확하다. 회사가 올바르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의사 결정을 하는 이사회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등기임원의 위상은 회사 내에서 비등기임원일 때보다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6. 연봉공개 왜? 지난해까지는 회사별로 등기임원의 보수 총액만 공시했다. 이사 보수 총액 한도라는 명목으로 이사 보수의 총액을 주주총회를 거쳐 결정하면 이를 공시하고, 이 범위 내에서 임원 보수로 지급하면 그만이었다. 실제 이사에게 지급되는 금액과는 무관했다. 보수 총액을 정해놓고 한도 내에서 적절히 배분해 지급하면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개별 등기임원이 성과에 상응하는 합당한 평가와 보수를 받는지 주주에게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5억 원 이상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3월 말 2013년 기준 사업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은 등기임원의 급여와 상여금, 퇴직금, 기타 소득 등 보수 명세를 공개했다. 하지만 등기임원의 연봉공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지난해 5월 법 개정을 통해 등기이사 보수의 구체적인 산정기준 및 방법까지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한다는 취지였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체인사 관리 규정’ 등으로 모호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7. 그룹 최고경영자 연봉은? 이번에 공개된 등기임원 보수 가운데 최태원 SK㈜ 회장이 301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0억 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31억 원의 보수를 각각 받았다. 뒤를 이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67억7300만 원),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62억130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 총수 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장남 이재용 부회장 등은 보수가 공개되지 않았다. 등기임원이 아니어서 공개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10대 그룹 등기임원 평균 연봉은 10억4000만 원으로 파악됐다. 기업 경영 평가기관인 CEO스코어는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51개 그룹 361개 회사의 등기임원 연봉을 분석한 결과 5억 원 이상 연봉자가 292명이고, 평균 연봉은 15억4500만 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8. 등기임원 보수 공개 적절성은 사상 처음으로 등기임원 연봉이 공개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이유가 기업의 투명 경영 강화와 주주 알권리 보호 등이라고 하지만, 연봉공개가 반기업정서를 부추기고, 사회적 위화감과 갈등을 조장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대로 등기임원 보수 공개를 통해 합당한 보수를 받는지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할 때라는 의견도 있다. 자유경제원이 2일 ‘등기임원 연봉공개 논란 속 폄하된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개최한 긴급 좌담회에서 최창규(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건전한 기업 경영 풍토를 조성하고, 국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영인은 그에 걸맞은 수준의 급여로 보상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의 급여 자료를 인용,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포함된 327개 기업의 2012년 최고경영자(CEO) 평균 급여가 근로자 급여 평균보다 354배 많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 10대 그룹 등기임원 평균 연봉 10억4000만 원은 직원 평균 보수 7500만 원보다 13배 가까이 많지만, 미국은 이보다 격차가 훨씬 심하다는 것이다. 등기임원 보수 공개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없고, 인재 영입에 어려움만 가중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급여나 보수는 기업의 인사 전략과 밀접하다”면서 “보수 내역이 공개되면 인재 영입을 위한 전략 수립에 어려운 점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9. 연봉공개 보완점은 없나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등기임원 보수 공개 이후 후폭풍이 거센 만큼이나 법 개정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일 “임원 보수 공개 대상을 5억 원 이상 비등기임원까지 포함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보수 공개 대상을 ‘이사가 아니면서 명예회장·회장·사장·부사장·전무·상무·이사 기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해 회사의 업무를 집행한 자’로 확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그룹 총수들이 등기이사에서 비등기이사로 갈아타는 등 보수 공개를 회피하려는 시도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로 공개 대상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삼현(법학) 숭실대 교수는 “‘경영인이 성과 없이 과다한 보수를 받는다’는 주장은 반기업정서를 확대하고 책임경영을 회피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적자가 발생한 상장사에 한해 등기임원들의 보수를 개별적으로 공개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 외국의 연봉공개는? 임원의 연봉공개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은 등기임원 여부와 상관없이 공개한다. 미국은 고액연봉 상위 5명, 일본은 1억 엔(약 10억1800만 원) 이상 등 제한선을 두고 있다. 독일은 2005년 이사 보수의 공시에 관한 법률을 통해 상장회사 연말결산 부속명세서에서 모든 이사 개인별 보수를 공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주주총회 출석 주주 4분의 3 이상 결의를 통해 이사 재임 최장 기간인 5년 동안 개별 공시를 하지 않을 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2010년 4월 1일자로 내각부령을 고쳐 유가증권보고서 제출 대상 회사 임원 보수의 총액 공시제를 개별공시제로 전환하고, 1억 엔 이상 임원의 성명을 명시토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단체들도 개인정보 침해와 보안 우려, 주주들의 관심은 개별 임원에게 얼마가 지급되는지 여부가 아니라 기업 전체의 경영 비용이라는 점, 유능한 인재 확보가 곤란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제도에 반대한 바 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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