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 주최한 ‘등기임원 연봉공개, 이대로 좋은가’ 세미나가 2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12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제연구원, 자유경제원이 후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와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프리덤팩토리 대표)가 각각 ‘임원보수 공개의 본질과 과제’, ‘전문경영인 체제와 등기임원 보수공개 제도’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했다.
이어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미디어펜 회장)의 사회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과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이 토론에 나섰다.
| | | ▲ <좌측부터 시계방향>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 좌승희 교수는 “미디어펜의 첫 번째 세미나 사회를 맡게 돼 영광”이라며 “오늘 발표와 토론을 맡은 분들은 임원 연봉공개 문제에 대해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좌 교수는 이어 “개인의 재산권과 경제적인 자유가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면서 “임원 연봉을 공개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 임원 입장에서 재산권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 교수는 “이런 생각을 하던 즈음 좋은 기회가 돼 자리가 마련됐다”며 “대한민국 임원 연봉공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교수는 기업 법제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이고 김 교수 또한 경제학, 법학 박사이자 이 분야 전문가”라며 “두 분을 모시고 고견을 청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발표자들을 소개했다.
전삼현 교수는 먼저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상 올해부터 연봉이 5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금액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경영투명성 제고에 목적이 있다”고 연봉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전 교수는 그러나 “지난달 등기임원 연봉이 공개된 후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임원 보수와 근로자 임금을 단순 비교하면서 임원 보수가 과다하다는 여론을 형성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오너 일가의 비등기 임원 보수는 공개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면서 향후에는 비등기 임원 보수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과 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임원 보수는 기업 경영전략 등 영업 비밀에 해당하고, 프라이버시와 관계 있다는 점에서 헌법이 규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전 교수는 특히 “투자자나 채권자 보호와는 관련 없는 정보 공시 요구는 자본시장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최근 상장사 임원보수 공개 확대와 관련해 투자자 보호 등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무엇인가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 상장사 또는 적자를 본 상장사에 한해 등기 임원 보수를 개별적으로 공개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주주는 물론 기업 임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호 특임교수는 “고위 경영자(등기임원) 보수 상승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 잡아가는 과정”이라며 “노동자 몫을 빼앗아 가는 게 아니라 본인이 만들어낸 이윤의 일부를 가져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등기임원 보수공개는 질투와 비난 여론에 불을 질러 놓은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고액 연봉이 지속되기 힘들고 전문 경영인 체제 정착에도 방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 | ▲ 미디어펜이 주최한 ‘등기임원 연봉공개, 이대로 좋은가’ 세미나가 2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12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와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프리덤팩토리 대표)가 각각 ‘임원보수 공개의 본질과 과제’, ‘전문경영인 체제와 등기임원 보수공개 제도’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했다. | 또 “임원들이 부당하게 높은 보수를 받아간다면 공개 등의 장치를 통해 견제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우리나라 전문 경영인들의 급여가 기여에 비해 부당하게 높은 수준인지는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소한 제도적으로는 과도한 보수를 막기 위한 장치가 작동해왔다”며 “상법(제388조)은 이미 오래 전부터 등기 임원의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문 경영인은 본인 보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배주주와 주주총회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만큼 그들이 만들어낸 이윤을 초과할 수 없다”며 “그들이 많은 이윤을 만들어내는 것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공개 정책을 철회할 수 없다면, 대상 범위를 연봉 5억 원에서 50억 원 이상으로 높여 공개 대상을 줄여야 한다”며 “그래야 더 많은 월급쟁이 경영자들이 마음 놓고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꿈을 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권태신 원장은 “연봉공개는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해 도입됐다”면서 “그러나 임원 보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표면화해 갈등을 유발하고 종업원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또 “우리나라 노조는 합리적인 외국과 다르고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좋지 않다”며 “보수 공개를 계기로 노동계가 비정상적인 임금 인상과 경영성과 배분을 요구하며 극렬한 노사분규에 나설 경우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차별과 차이에 대한 경직화된 인식이 강한 문화에서 등기임원 연봉공개는 노사갈등과 위화감, 프라이버시 노출 등이 예견됐다”며 “우리나라 임원 보수 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은데도 비난 여론이 강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개별 임원 보수 산정과 관련, 기준과 근거가 합리적으로 제시되고 시장에서 이를 인정하면 오히려 임원 보수에 대한 정당성이 증명되고 오해가 바로잡아 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그러나 “임원 보수 공개가 정치적 이슈로 변색하는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사회적 영향력이 큰 금융회사에 먼저 도입하고 제도를 정비해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상장회사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게 보다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현진권 원장은 우선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강자와 약자로 나누어 두 진영간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는 사회분열적 정책”이라며 “(약자에 비해 소수인)경제적 강자를 억누르는 정책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현 원장은 이어 “임원연봉을 여러 형태로 왜곡시켜 경제적 강자에 대한 질시감정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면서 “임원 연봉 공개는 시장 경제를 왜곡하고 선동하는 세력들이 자주 인용하는 등 두 진영 간 대립구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개방화 시대 대기업은 전 세계의 뛰어난 인재를 임원으로 초빙하는 만큼 연봉은 국제 경쟁력에 의해 결정되고 그 수준도 국제 가격에 맞아야 한다”며 “이윤이 많이 발생한 기업의 임원 연봉은 높은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연아 선수의 연소득은 115억 원에 달하지만 누구도 많다고 비판하지 않는다”며 “김연아 선수는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준 반면 삼성 CEO는 많은 사람들을 먹고 살 수 있게 해 주는데 과연 누가 준 혜택이 더 많은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스티브 잡스는 8조원의 유산을 남겼지만 누구도 재산 규모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연예계는 물론 스포츠계 등 많은 산업에서 최고와 최저 연봉의 격차는 기업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차별적 연봉은 기업가(직업) 정신을 더 활발하게 발휘하게 하는 수단”이라며 “차별적 연봉공개를 통해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 기업가 정신은 억제되고 국가발전에도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욱 논설위원은 “앞서 발표자의 대안제시 중 연봉 50억 원 이상 등 공개대상을 축소하고 부실 상장사에 대해서만 개별 공개하는 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연봉공개 목적은 주주 보호와 합리적인 경영진의 성과보상 두 가지”라며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수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9일 회원국 상장사에 대해 CEO 보수에 관한 주주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표하면서 공시는 물론 보수한도도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위원은 또 “외국의 경우 반기업 정서와 양극화 심화를 계기로 연봉을 공개하게 됐다”며 “스위스는 전자, 독일과 일본은 후자인데 우리나라는 둘 다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 대기업 정서는 세계 톱 수준이고, 양극화도 그렇게 심하지 않지만 국민이 양극화가 심한 것으로 인식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좌 교수는 세미나를 맺으면서 “기업은 절대 민주화의 대상이 아니며 기업은 비민주성을 원칙으로 한다”며 “기업은 절대 투명할 수 없고 기업의 봉급 결정은 밖에서는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좌 교수는 “생산성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임금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된다”며 “가장 좋은 지배구조는 성공한 지배구조이며 최고의 지배구조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장원석 장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