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수용’ "개별법만 100개… 과잉잉법 대표 사례"
공익성 판단근거 부족…지자체 비리 온상, 과소보상에 따른 재산권 침해
“토지보상법에 규정된 60여개 사업유형 외에도 자체 수용권까지 더해지면 개별법률 숫자만 100여 개에 달한다. 과잉입법의 표본으로 볼 수 있다”
정부 국책사업이나 지방자체단체 등의 공공사업 추진시 관련 토지 등을 강제적으로 취득·처분할 수 있는 ‘공용수용(公用收用)’ 제도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이익집단 등이 연루된 비정상적인 법안이 남발하고 있으며, 정부도 사업추진 실적에 급급해 공익성 판단을 소홀히 하는 등 졸속행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국회 과잉입법 행태와 경제자유 위기’ 정책세미나에서 김일중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 공용수용법제의 과잉입법’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편의 중심의 국정운영으로 공용수용 관련법률만 100개에 이를 정도로 난립된 상태다. 이로 인해 지난 2011년에만 서울시 면적의 1/5의 크기인 120㎢의 토지를 취득하면서 14조5000억원을 보상비로 지급했다.
1976년~2011년 사이 중앙정부가 매입한 공공용지는 서울시 면적의 9배이며 이에 따른 누적지출규모는 321조원(2005년 물가기준)에 이른다. 한해 정부 예산보다 많은 규모가 토지수용으로 강제수용됐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지자체나 무수한 공기업에서 진행된 수용규모가 더해질 경우 수용면적 총계는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 것”이라며 “토지수용이 용이해 필요하지 않는 토지까지 일단 수용해 사업추진 과정서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용 기준이 되는 공공성 검증절차가 사실상 부재한 상태에서 수용법제가 무차별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과소보상으로 분풀이 범죄나 극렬한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8년 남대문 방화사건, 2009년 용산사태도 무분별한 토지수용에 따른 과소보상이 원인이 됐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한국의 보상수준은 공시지가 기준, 이전비용 누락, 개발이익 배제 및 환수 등으로 상당히 과소계상돼 있다”고 설명했다.
토지수용 구역으로 지정되면 업종변경, 건물 신축·증개축, 토지형질변경 등이 전면 금지된다. 개인 재산권이 사실상 국가로 회수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는 수용의 용이성을 위해 법률에서 정한 최소한의 수용기준인 공익성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사업시행자가 곧 사업승인권자인 비정상적인 수용사업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일개 군청이나 시의 결정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의 토지가 강제수용되는데 이들 사업이 과연 헌법상의 공공필수 요건을 충족시키는지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재선을 노리는 지역구 국회의원, 수용토지 개발로 이익을 보려는 집단, 수용승인권한이 있는 지자체장 친인척 비리 등 각종 비리요소가 얽혀있는 게 공용수용 난맥상의 근본 원인이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입법부의 잘못도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문제해결을 위해 토지수용 의제처분시 이해관계인의 실효성 있는 의견청취가 가능토록 절차조항을 토지보상법에 마련하고, 공용수용 결정권자를 광역자치단체장이나 국도교통부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김 교수의 발표에 앞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공공선택이론 분야 세계적 석학인 부루스 벤슨 플로리다주립대 석좌교수도 “미국 역시 과잉입법으로 경제주체들의 재산권 침해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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