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 중 현금비중은 불과 15% 사내유보금은 기계설비,공장,토지,연구개발 비용도 포함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 자체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는 상당수 일반인 및 심지어 정책입안자들까지도 “사내유보금을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외부로 배당하지 않고 사내에 쌓아둔 ‘현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회사 곳간에 쌓아둔 막대한 현금이므로 과세를 통해 배당을 적극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영업외 손익, 법인세, 배당금을 빼고 남은 이익을 사내에 쌓아둔 금액으로 정의된다. 이렇다 보니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사용하지 않고 적립해둔 현금으로 이해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사내에 적립해둔 현금 뿐 아니라 기계설비, 공장, 토지, 연구개발 등에 사용된 금액도 포함한다. 이 때문에 아예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 자체를 이 기회에 바꾸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를 ‘미배당금’ 혹은 ‘투자 및 사내유보금’으로 바꾸어 불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이 현금이 사내 유보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하게 낮다는 데서 비롯된다. 기업들이 배당이나 재투자나 배당을 할 여력이 실제로는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012년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현금성 자산을 분석해보니 사내유보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15.2%에 불과했다. 사내유보금 가운데 84.8%는 이미 유형자산, 재고자산, 무형자산 등에 투자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해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 규모는 443조4000억 원이었으나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67조5000억 원이었다. 재계가 “사내 유보금을 적극 투자하라는 일부 주장은 이미 투자한 자금을 다시 투자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까닭이다.
특히 기업들의 사내유보금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 비중은 오히려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08년 기준 30대 기업은 현금성 자산을 모두 55조 원을 보유해 사내유보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0%에 달했으나 2012년에는 2.8% 포인트 줄어든 15.2%에 그쳤다.
이종천 전 한국회계학회장은 “사내유보금의 증가가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비축한 것이라는 비난은 잘못된 것”이라며 “사내유보금은 이익 중 주주 배당 등으로 나가지 않고 사내에 유보된 것으로 현금 또는 그외 자산으로 이미 재투자돼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국내 기업들이 과도하게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국내 기업이 확보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 규모도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고 항변한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확보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규모는 53조 원으로 애플(167조 원), 마이크로소프트(88조 원), 구글(62조 원)보다 훨씬 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