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유보금 과세` 재계는 왜 반발하나

자유경제원 / 2014-07-17 / 조회: 1,716       비지니스위크

'유보금=현금' 인식 오해
이중과세 및 세부담 증가 등 지적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내부에 쌓아두고 있는 만큼 이를 투자로 연결시켜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다며 정부 과세에 대해 반발한다. 또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더라도 정부의 기대대로 투자나 내수진작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적잖다.

 

◇'현금이 아니라니까'

 

사내유보금이란 말 그대로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기업 내부에 유보돼 있는 자금이다. 회계적으로 기업은 자산과 부채, 자본으로 구성된다. 자본은 처음 회사를 설립할때 냈던 자본금과 잉여금으로 이뤄지게 된다.

 

잉여금은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으로 구분된다. 자본잉여금은 자본의 변동, 즉 증자나 감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액이고, 이익잉여금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의미한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성장을 하면서 이익을 낸다면 이익잉여금은 점점 커지게 된다.

 

사내유보금이란 바로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의 합이다. 기업이 성장을 하면 사내유보금도 많아지게 된다. 사내유보금이 줄어드는 경우는 배당 등 외부유출이 이뤄지는 경우다. [Inside Story]유보율 논란, 재벌은 곳간을 닫았나?

 

문제는 유보금이라는 용어를 곧 현금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유보금중 상당수는 이미 공장이나 기계, 토지 등에 투자된 형태다. 기업이 투자를 안해서 유보금이 늘고, 투자를 하면 유보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17일 전경련에 따르면 사내유보의 투자비중은 지난 2010년 84.4%에 달했다. 만일 사내유보금 1000억원이 있는 기업이 있다면 이중 844억원은 이미 투자됐다는 뜻이다.

 

최근 주요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5년내 2배로 급증했다는 통계 역시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을 내부에 쌓아두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 기간동안 그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자유경제원이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8년이후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증가했지만 현금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2008년 18%에 달했던 현금성 자산 비중은 2012년 15.2%까지 낮아졌다.

 

◇재계는 왜 반발하나

 

재계가 정부의 과세계획에 반발하는 것도 이같은 점들 때문이다. 이미 상당부분이 투자됐고, 회사가 성장하면서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유보금을 놓고,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일부에서 '이미 설립한 공장이라도 팔아서 다시 투자하라는 것이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전체 유보금중 현금성 자산의 비중을 얼마나 가져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기업의 각자의 상황에 맞춰 판단할 문제임에도 정부가 일정기준을 제시하는 것 역시 무리라는 주장이다.

 

 

전경련은 "일반 개인도 예비적, 거래적 동기 등으로 일정부분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차입금 상환, 생산설비 운영 등을 위해 일정 부분 현금이 필요하다"며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이러한 일반적 현금 보유에 대한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방침"이라고 반발했다.

 

이중과세 문제도 지적된다. 잉여금 자체가 이미 세금을 내고 남은 부분인데 여기에 다시 과세를 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만일 과세가 이뤄지면 사실상 법인세를 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장기적으로 오히려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또 과세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등 기업 경쟁력과 관계없는 투자를 늘리는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국내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 이를 내수진작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주요 상장기업의 외국인과 기관, 대주주 지분율을 감안하면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말 국내 상장사 지분중 32.9%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다. 기관 16.1%, 정부 3.3%, 일반법인 24.1%, 개인 대주주를 포함한 개인 지분이 23.6%다. 배당을 확대하더라도 실제 개인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 16일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사유재산 몰수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는 "즉흥적 발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해외는 어떻게?

 

해외에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하는 국가는 대표적으로 미국과 일본이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주주들이 부당하게 배당에 대한 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인 경우에 한정하고 있다.

 

미국은 주주들이 배당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배당하지 않고 유보할 경우 15%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다만 기업의 사내유보금 정책의 자의성을 인정한다. '사업상 합리적인 필요성'에 대해 입증할 수 있으면 과세대상에서 재외한다. '오직 탈세를 위한 사내유보금만이 과세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판결도 있다.

 

일본 역시 이른바 '특정 동족회사'에 대해 특별세율을 적용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회사중 지분율 50% 등 일정조건에 해당되는 회사만 과세대상이 된다. 다른 회사들과 주주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들 국가는 제도를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투자와 고용확대라는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정부의 계획과는 과세목표와 대상에서 차이가 있어 비교할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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