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
"성공의 정점에 있을 때 하산할 준비를 하라. 최고의 성공과 부를 일궜을 때 뒤주를 비우고, 부를 아래로 흘러가게 해라." 한국 최고의 원로 사회학자인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우리 시대 지도층, 특히 최고의 부를 일군 기업인들에게 고언(苦言)을 했다. 대한민국 국체인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좀더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양극화와 빈부격차논란을 해소하기위해선 가진 자, 성공한 기업인이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복 교수는 12일 자유경제원 이 주최한 <자유주의 포럼>에서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와 주역사상 비교' 주제발표를 통해서 재계와 기업가가 주목할 만한 제안을 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가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동물적 충동과 기업활동에 의해서 성공했지만, 그 성공에 의해서 몰락하고, 사회주의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성공한 자본주의가 몰락하고, 사회주의가 도래한다는 불길한 예언의 함의(含意)는 무엇인가? 송복교수는 이를 동양 고전 주역(周易)에 비추어 설명했다. 주역 15괘의 지산겸(地山謙)편을 예로 들었다. 하늘의 도나, 귀신의 도, 사람의 도는 가득찬 것, 성공한 사람을 증오하고 질투한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 가진자의 재물과 재산을 이지러지게 하고, 변하게 하고, 증오한다는 것이다. 이렇게해서 하늘과 땅, 사람의 도는 모두 아래를 더 보태고, 아래로 흘러가게 한다는 것이다. 송복교수는 서양에선 부에 대한 전통이 있음을 강조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처럼 가장 성공했을 때 물러나 기부와 나눔,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카네기 록펠러 등도 부와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나 동양에선 부의 전통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같은 쓴소리는 결국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키고, 기업이 국민적 존경속에 사업과 경영을 하기위해선 솔선수범, 가득찬 것의 비우기등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들렸다. 한국기업들은 역사가 50년밖에 안됐다는 점에서 200~300년된 서양기업과는 근본토양이 다르다. 그의 자본주의 몰락론은 한국과 서구의 이같은 역사적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쉽다. 서구기업들은 수백년간의 역사를 통해 오너경영을 거쳐서 전문경영인 단계로 전환했다. 반면 한국의 삼성 현대차 LG SK 등 재벌들은 역사가 아직 짧다. 더욱 성장해서 글로벌 역량을 갖춰야 한다. 창업주에서 2, 3세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왕성한 시기에 있다. 한국의 오너경영은 가업승계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업, 기업을 수성하고 키워서 국가에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한국기업인들은 사업보국 신념을 갖고 있는 전통이 강하다. 한국 기업인들의 이같은 책임의식은 서양 기업인과는 다른 점이다. 오너경영 특유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무장한 한국 대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더욱 왕성하게 진출해야 한다. 한국에선 기업가정신, 동물적 본능, 야성적 충동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송복 교수의 고언은 충분히 귀담아들을 만하다. 양극화, 청년실업, 빈부격차 심화 등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성공한 기업인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경제민주화 포퓰리즘으로 인해 작은 정부, 규제완화, 공공부문 개혁, 조세감면 등 자유주의시장경제를 팽개치려 난리다. 분배와 평등 형평 등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변질되고 있다. 송교수는 사회적 격동기, 체제위기상황에서 부를 일군 기업가들이 사회책임경영, 나눔, 기부등을 좀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이처럼 기업인의 역할을 주문하는 것은 기업과 기업인의 토대가 국민이기 때문이다. 반기업정서를 해소하는데도 기업인의 솔선수범과 노블레스 오블리쥬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사회책임경영에도 앞장서야 한다. 이는 자본주의를 지키고, 시장경제를 수호하기위한 전략적 투자로 봐야 한다는 게 송복 교수의 진심으로 들렸다. 다음은 송복 교수의 자유경제원 주최 자유주의 포럼 강연을 요약한 것이다. 조셉 슘페터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1942년)에서 창조적 파괴를 주장했다. 슘페터는 1883년에 태어나 1950년에 요절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그는 경제학자이면서도 경제사회학자였다. 칼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 등도 경제를 사회학적으로 접근했다. 사회학자들은 슘페터 책은 많이 읽어왔다. 슘페터 저서중에서 후세인들이 기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창조적 파괴’다. '창조적'이란 말과 '파괴'라는 정반대의 단어가 결합됐다. 혁신(innovation)은 낡은 사고방식과 제도 형식을 파괴한다는 의미다. 이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슘페터는 자본주의가 창조적 파괴 때문에 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성공했기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실패하면 망하는 게 정한 이치다. 그런데 왜 성공했는데 망하는가? 창조적 파괴 때문에 망한다는 그의 예언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모순을 강조했다. 자본주의 내의 계급모순을 부각시켰다. 자본주의는 자본가가 노동자의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구조적 모순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두계급간의 갈등으로 인해 자본주의는 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마르크스는 생산력발전과 생산방식간의 심각한 갭을 강조했다. 기술과 생산력은 지속적으로 발전하지만, 자본주의는 잉여가치 착취, 실업증가, 생산부문간 불균형, 공황발생 등 내적 모순에 의해 붕괴된다고 봤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는 원래 그의 말이 아니었다. 폴란드 출신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creative evolutionary)>(1907년)라는 저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슘페터는 베르그송의 저서가 나온 지 35년후에 ‘창조적 파괴’라는 말을 사용했다. 창조적 진화와 비교할 때 역발상의 단어다. 슘페터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생명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본능과 생명력이 인간을 진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성과 지성이 인간을 진화시킨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야성적 본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중시했다. 우리앞이 불확실하고 캄캄할 때,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이성과 지성이라기 보다는 동물적 본능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동물들이 배우지 않아도 주위의 위험요소를 알아차리는 것과 같다. 야성적 본능이 가장 많이 발달한 사람은 누구인가? 슘페터는 기업가라고 봤다. 타고난 본능을 바탕으로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경영환경이 어떻게 변할지를 본능적으로 잘 안다는 것이다. 기업가가 있는 한 야성적 본능은 발전할 것이라고 봤다. 창조적 파괴는 기업가가 주도한다. 기업가의 의해 자본주의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 기업가에 의해 자본주의는 발전한다. 그런데 왜 종국에는 자본주의가 망하는가? 동양의 고전 주역(周易)에선 이에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주역은 64괘(卦)로 이뤄져있다. 1괘당 6개 문항씩, 총 384개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역은 우주만상과 인간, 자연 현상과 이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철학서이기도 하다. 주역은 우주의 오묘한 진리와 철학에 대해,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점(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복은 마음, 뉴트라다. 마음을 집중해서 점을 치면 맞게 돼있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도 알아낼 수 있다.(웃음) 마음, 뉴트라로 몰입하는 것은 일주일이상 목욕재계한 후 해야 한다. 쉽지 않다. | | | ▲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12일 자유경제원 주최 자유주의 포럼에서 조셉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의 의미를 동양 고전 주역에서의 천도, 지도 인도의 의미와 비교하면서 강연하고 있다. |
64괘 중 15괘는 지산겸(地山謙)편이다. 15괘에선 왜 성공했는데 망하느냐 하는 데 대한 철학적 성찰을 하게 한다. 뭔가 찬다는 것(영, 盈)은 성공했다는 것, 모든 것을 갖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이곳에선 천도(天道)와 지도(地道) 귀도(鬼道) 인도(人道)가 나온다. 천도(하늘의 도)는 가득찬 것(盈)을 이지러지게 하고(천도휴영, 天道虧盈), 지도(땅의 도)는 가득찬 것을 해롭게 하고(지도변영, 地道變盈), 귀도(귀신의 도)는 가득찬 것을 해롭게 하고(귀도해영, 鬼道害盈), 인도(사람의 도)는 가득찬 것을 증오한다(인도오영, 人道惡盈) 사람들은 성공한 것, 성공한 사람을 증오한다. 찬 사람들은 대개 갖추고 사는 사람들이다. 저도 건강하고, 일정한 재산을 갖고 있다. 자식들도 좋은 교육을 받아 살아가고 있다. 일반인에 비해 갖추고 사는 셈이다. 기업가 등 성공한 사람은 그래서 기울어지는 것밖에 남은 것이 없다. 넘어지고 추락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하늘 땅 귀신 사람의 도는 모두 아래(謙遜)를 더 보태야 한다. 이를 익겸(益謙)이라고 한다. 아래로 흘러가게 해야 한다. 이를 유겸(流謙)이라고 한다. 성공한 사람은 떨어지게 돼 있다. 주역 15괘는 사람들에게 성공한 것을 잊으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곳에 머물지 말라고 설파하고 있다. 공성신퇴(攻城身退)의 자세다. 공을 이루면 물러나야 한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게이츠는 가장 성공한 상태에서 물러났다. 세계최고 기부재단을 운영하며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회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서양사람들은 성공의 최정점에 올라가면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한다는 점을 잘알고 있다. 이들은 동양의 주역을 배우지 않았어도 경험으로 배웠다. 서양에는 신사도(젠틀맨십)전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은 젠틀맨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양에선 복막대어무화(福莫大於無禍)라고 했다. 최고의 복은 화를 당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화를 당하지 않나?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 것을 그런대로 유지할 수 있다. 주역 15괘 내용은 슘페터의 예언, 즉 성공한 자본주의가 망해서 사회주의로 간다는 것과 유사하다. 슘페터가 주역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자본주의 붕괴, 사회주의 도래는 주역과 내용이 비슷하다. 주역15괘는 어떤 교훈을 주는가? 첫째 성공을 잊으라는 것이다. 성공한 것에 머물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 기득권을 버리라는 것이다. 기득권을 고수하지 말라는 것이다. 셋째 위기가 곧 닥친다는 것이다. 위기의식을 항시 가져라는 것이다. 주역1괘는 중천건(重天乾)편이다. 이곳에선 사람의 성장을 다섯단계로 나누고 있다. 첫째 잠룡물용(潛龍勿用)이다. 잠룡은 미꾸라지를 말한다. 미꾸라지는 진흙바닥에 엎드린채 살아간다. 둘째 현룡재전(見龍在田)이다 마꾸라지가 커서 안개낀 물인지, 맑은 물인지 정도는 관찰할 수 있는 단계다. 첫째단계와 둘째 단계는 잠룡기에 해당한다. 경쟁력을 육성하는 단계다. 셋째단계는 종일건건(終日乾乾)단계다. 굳세게 뻗어가라는 것이다. 넷째단계는 혹약재연(或躍在淵). 이 단계에선 큰 호수에 뛰어들어가도 괜찮다. 도약기에 해당한다. 다섯째는 비룡재천(飛龍在天) 단계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단계로 성취기다. 임금과 대통령, 장차관, 대기업 회장, 기관장 등 최고자리에 오르는 단계다. 목적을 달성하는 단계다. 정점, 최고의 성공을 구가하는 상황이다. 여섯째는 항룡유회(亢龍有悔)단계다. 너무나 커진 용이 후회한다는 뜻이다. 항룡은 지탱못하는 용, 큰 용을 말한다. 더 욕심을 내서 최고단계에 오르는 순간 너무 커져서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극기(過極期)로 정점에서 추락하게 된다. 아무리 버틸려고 해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 과극기 즉 항룡유회기에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첫째 권력지향, 집권화(集權化)현상이다. 집권주의(centralism)다. 권력을 모으려 한다. 삼국지 첫부분에서도 천하대세를 논한 후 권력이 나눠지면 합치려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지나치게 커지면 추락하는데, 이는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권력을 모으려 하기 때문이다. 둘째 사회지향이다. 폐쇄화, 폐쇄주의(closed system)다. 파벌현상이다. 끼리끼리 똘똘뭉친다. 셋째 조직지향이다. 관료화, 관료주의(bureaucratism) 병폐가 나타난다. 이 세가지 현상이 극점에 달했을 때 치명적 삼결합(致命的 三結合)현상(fatal cohesion of 3 factors)이 보인다. 이 3개가 함께 나타나면 어떤 나라, 어떤 조직, 어떤 기업도 살아남지 못한다. 과극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 첫째 집권화는 분권화로 가야 한다. 둘째 폐쇄화는 개방화로 가야 한다. 셋째 관료화는 현장화로 가야 한다. 현장근무(field service)를 해야 한다. 현장관리(field supervision)를 해야 한다. 관료는 모으는 것이다. 정점으로 가는 것을 말한다. 밑에 사람은 위만 쳐다보게 된다. 세월호 참사도 현장사람에게 권한과 책임이 없다보니 발생했다. 창조적 파괴는 자본주의 성공을 가져왔지만, 너무 커져서 항룡화됐다. 이 단계에서 치명적인 3가지 현상이 결합돼 몰락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망한 다음이다. 망하고 몰락하는 것은 그 대가가 너무나 크다. 이를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 미국의 록펠러 카네기 등 대부호는 부를 일군후에 이를 사회에 환원했다. 사회에 갖다바쳤다. 동양은 부의 전통이 없다. 미국 포브스지에 따르면 전세계 10억달러이상 가진 부자는 1645명이나 된다. 이중 미국이 492명으로 30%나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부자중 80%가 자수성가한 부자들이다. 상속부자가 많지 않다. 한국은 35명을 차지했다. 이중 자수성가형 부자는 10명에 불과했다. 한국에선 부의 전통이 없었다. 이제 시작되고 있다. 그동안 한민족은 제대로 살아본 적 없다. 경부 최부자가 10대에 걸쳐 부자로 살았을 정도다. 그래도 만석규모, 지금으로 치면 중견기업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기업인들도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행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지속적으로 번영하기위해서라도 가진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뒤주를 비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