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이 경기회복의 불을 지피기 위한 재정 및 금융 정책을 총동원하는 확장적 거시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경제에 충격을 주는 단기적 금융통화 정책으로는 경제 살리기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도 자칫 잘못하다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한 아베노믹스를 벤치마크 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으며, 상황 인식의 정확성과 내수 진작이라는 목표 설정, 민간 경제계의 의견 반영 등을 볼 때 장기 대책으로서의 경제혁신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노동시장 및 서비스산업의 개혁없는 경기대책은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며, 아시아적 관치 경제를 청산하고 경제 관련 규제의 자유화가 요구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도 나왔다. 이번 기회를 통해 비효율 정치실패를 개혁함과 동시에, 산업별로 구축되어 있는 갈라파고스적 진입규제를 전면적으로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 | ▲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경제활성화 연속 1차 토론회, ‘경제활성화 해법 원로에게 듣는다’에서 최경환 효과와 투자활성화에 관하여 발언하는 정기화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 |
정기화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오후 2시 자유경제원 5층회의실에서 열린 ‘경제활성화 해법 원로에게 듣는다’ 1차 토론회에서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은 경기의 급속한 하락을 막을 수 있지만, 민간부문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확장추세로 돌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날 “민간부문의 투자회복을 위해 노동시장과 서비스 산업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이 고쳐져야 하는데,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보호를 줄이고 임금의 자원배분기능이 회복되도록 임금체계가 개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교수는 “남성 여성 모두가 자유롭게 파트타임으로 고용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서비스부문의 문호개방을 통해 적극적인 경쟁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 교수는 “현재는 경기침체기이며, 이를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한 경제개혁이라면 대국민의 사회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므로, 정치인들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이를 설득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업들이 가업 승계에 대한 염려 없이 혁신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동시장과 서비스 산업에 대한 전면적인 자유화와 경쟁체제 도입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발제자인 김우택 한림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를 비롯하여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정기화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 | | ▲ 자유경제원-문화일보 공동 주최, ‘경제활성화 해법 원로에게 듣는다’ 1차 토론회 전경. 자유경제원은 최경환 효과와 투자활성화 등 작금의 한국경제 활성화에 관하여 심도있는 토론회를 연속해서 주관한다. 13일 토론회는 제 1차 토론회로 개최되었다. 연속토론회는 매주 수요일 3차례에 걸쳐 개최되며, 8월20일에는 김영봉 세종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8월27일에는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를 초청할 예정이다. |
다음은 정기화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은 경기의 급속한 하락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민간부문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확장추세로 돌리기 어렵다. 민간부문의 투자회복을 위해 노동시장과 서비스 산업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이 고쳐져야 한다.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보호를 줄이고 임금의 자원배분기능이 회복되도록 임금체계가 개편되어야 한다. 여성이 자유롭게 파트타임으로 고용될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부문의 문호개방을 통해 적극적인 경쟁이 도입되어야 한다. 경기침체기 때 개혁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적으므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이를 설득해야 한다. | | | ▲ 2004년~2013년 세계 성장률 |
세계 경제가 2007년-2008년의 세계적 금융위기로 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일시적으로 경기가 확장되었지만 2011년 이후 다시 경기가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재정과 금융을 확대하여 왔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은 경기의 급속한 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경기를 확장추세로 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간부문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어야 확장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여겨진다. | | | ▲ 주요국의 GDP 성장률. 자료출처는 World Bank |
민간부문의 투자회복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투자를 제약하는 제도적 요인이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도의 변경이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데 사회적 저항이 존재한다. 기존의 제도나 관행으로부터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도의 변경이나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해 중요한 것이 정치적 리더십이다. 연구에 의하면 개혁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국민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하여 개혁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는 사회적 저항을 비교적 적게 받으며 개혁을 설득하고 실행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을 고치는데 필요한 사회적 합의이지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재정·금융의 확대는 일시적 경기확장을 가져와 제도와 관행의 변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만든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고쳐야 할 것은 노동시장과 서비스 산업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이다. 이점은 작년 12월에 Christine Lagarde IMF 총제가 지적한 바 있다. 노동시장에서 임금의 자원배분 기능이 회복되도록 제도와 관행을 고쳐야 한다. 현재 임금체계는 정년 연장과 관련하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현재의 정년제도는 고쳐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연공서열적 임금체계가 고령자의 고용을 막고 있다. 임금이 생산성을 반영하여 결정되면 정년은 큰 의미가 없다. 또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여야 한다. 이러한 이중구조는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지나친 보호에서 비롯된 것이다.1) 비정규직의 교육 훈련을 늘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를 줄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여성에 대한 과보호를 줄여야 한다. 이들이 자유롭게 파트타임으로 고용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서비스부문은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산성이 낮다. 최근 서비스 부문에서 고용이 늘어나는 부문은 주로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적 서비스이다. 이것은 단순한 소득이전보다 바람직하지만 재정부담 때문에 한계가 있다. 서비스부문의 생산성이 높아지려면 문호개방을 통해 적극적인 경쟁이 도입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정책은 이것과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유통분야에서 대기업의 확장이 규제되고 있고 의료산업의 투자는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 그리고 규제로 인하여 게임 산업은 역차별로 위축되고 있다. 최근 민간부문의 투자부진은 전기전자 부문에서 주로 기인하고 있다. 이것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제를 선도하던 일부 대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이 혁신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은 고쳐져야 하겠지만 그밖에 경영권의 승계 등 경영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주주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두어야 한다. 민간의 투자가 회복되지 않으면 정부의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은 단기적 효과에 그치게 된다. 노동시장과 서비스산업의 개혁 없는 정부 정책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노동시장과 서비스산업의 개혁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이 정치적 리더십이다.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이로 인해 대다수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개혁의 당위성을 설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