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다수당의 법안 강행 처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착수했다. 이르면 이번 주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의장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12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제가 팀장을 맡은 국회법 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17일 회의를 해서 소위 국회선진화법을 어떻게 할지 결론을 낼 것”이라며 “저희는 이것(현행 국회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국회법 85조는 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이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헌법 49조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개정안엔 ‘일정 기간이 되면 표결로 법안을 처리한다’는 내용이 추가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가속을 내는 건 ‘식물국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추석을 기점으로 더욱 높아졌다는 진단 때문이다. 19대 국회는 지난 5월 2일 이후 4개월 넘게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자유경제원은 11일 ‘국회선진화법의 비극’이란 토론회를 열고 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한림대 김인영(정치행정학) 교수는 “국회선진화법은 여야의 타협과 합의만 강조했지, 타협이 되지 않았을 시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았다. 플랜B가 없다는 거다. 소수가 반대하면 법안 통과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소수 독재를 정당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개정안 역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세월호특별법 정국을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국면전환용 꼼수”라는 야권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 내의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12일 중앙SUNDAY와 통화에서 “헌법소원 논란은 국회의 자율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거다. 법을 탓하지 말고 오히려 정상적인 의사일정을 속개하려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식물국회가 싫다면 해머·전기톱·최루탄이 난무하는 동물국회로 돌아가자는 얘긴가”라고 반문했다.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5월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이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꾀한다는 명분하에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이다. 박근혜 당시 의원도 동참했다. 새누리당이 이 법을 2년 만에 용도폐기하겠다는 데 대해 자기부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 교수는 “효율성만 추구하다 한국 사회가 현재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지 않은가. 대화하고 타협하며 합의를 도출하는 문화란 일정한 학습 기간이 필요하다. 고통스러운 통과의례를 견디지 못하고 개정을 하겠다는 건 역사의 시계추를 과거로 돌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