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국경제연구원 |
'피케티 <21세기 자본론>과 한국 경제' 주제 세미나, "투자위축·분배 악화 야기"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고은빛기자] 국내 경제학자들이 세계 경제계에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토마 피케티 교수(파리경제대학)의 '21세기 자본론'으로 촉발된 '피케티 열풍'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피케티 이론의 핵심인 누진과세를 통한 소득불평등 해소는 투자위축을 초래해 오히려 소득분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최상위·하위 계층에만 집중된 피케티 이론에 근거한 무차별적 여론 확산과 증세는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국내 기업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16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원)가 아시아금융학회와 공동으로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한 '피케티 <21세기 자본론>과 한국 경제'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같은 의견들이 개진됐다.
배상근 한경연 부원장은 개회사에서 "피케티의 자본론은 경제성장이 기업가의 투자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간과한 채, 단순히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고율의 누진소득세와 자본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투자가 위축되고 피케티의 의도와는 반대로 고용과 분배구조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정근 한경원 초빙연구위원은 "피케티는 자본주의를 자본가와 노동자 두 계급만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핵심적인 기업가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소득불균등 현상의 심화 자체가 급속한 인구고령화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고소득 계층에 대한 증세가 아니라 생애주기 소득 흐름에서 재분배 정책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관련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인구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은퇴 후 인구비중이 증가하면서 소득불균등도는 복지·소득재분배 정책의 확대 여부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국내 재정전문가들은 피케티가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최고 한계세율 80~90%에 이르는 몰수적 누진소득세와 글로벌 누진자본세 부과'에 대해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조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과세 이후 경제주체들의 행위 변화에 따른 효과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자본소득세를 올리면 자본수익률이 낮아져 경제성장률과 자본소득이 모두 떨어져 경제가 퇴보하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누진자본세 부과가 현실화 된다 해도 노동정책, 금융정책 등이 유리한 미국과 일본 등의 국가들의 경쟁력만 높아져 한국의 경쟁력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케티 이론 확산으로 비롯되는 증세 여론과 사회적 갈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현 원장은 "피케티가 80%의 세율 주장하니까 국내 법인세율 28%가 낮다는 막연한 인식이 생기고 그에 대한 논의도 생겨나고 있다"며 "법인세 인하가 전 세계적 기조이고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도 자국 기업을 위해 법인세 증세 정책은 시행하지 않고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피케티 이론은 소득 상위계층이 하위계층의 부를 뺏어오고 있는 것 같은 왜곡을 형성해 갈등 요소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는 상위계층의 부가 아니라 빈곤문제"라며 "갈등을 야기하는 양극화보다는 중산층 복원의 문제를 중심으로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