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지출의 대대적인 확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된 박근혜 정부는 어찌보면 출범 전부터 증세라는 '원죄'를 안고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저출산·고령화를 타겟으로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공약들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증세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가 최근 발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역대 최초로 복지 분야 예산이 총지출의 30%를 돌파하는 등 정부의 복지예산이 올해 100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내년에는 115조원(2015년 예산안 총 지출 376조원) 규모로 급증하는 상황이다.
정권 초기부터 기존 세출조정이나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축소 등으로 재원확보방안을 해결하겠다며 '증세없는 복지'를 줄기차게 외쳐온 정부. 하지만 예상보다 부진한 세수 상황과 세월호 여파로 인한 내수침체는 우려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결국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증세'라는 단어만큼은 피하고자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이유를 들어 담배에 부과되는 담배소비세, 국민건강증진금 등의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더해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담배 세금에 추가시킴으로써 결국 증세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어 발표된 주민세, 자동차세 2배 인상안도 논란을 부추겼다.
증세 논란의 핵심은 간단하다.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더 걷는다면 누구에게서 더 걷어야 하는지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현 상황에서 증세가 바람직한 것인지, 증세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지 경제 전문가 5人(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신원기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단해 봤다.
Q. '증세없는 복지'를 외치던 정부가 최근 담배세, 주민세 인상 등 증세성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보는지? 문제점이 있다면?
A.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 지방세 중 주민세의 제한세율은 1만원을 넘지 않도록 조례로 정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4500원, 2000원 수준의 주민세를 거두고 있다. 나머지는 국고에서 충당하는 것이다. 주민세 하한선을 10000원으로, 상한선을 20000원으로 하자는 것은 지방의 책임을 정상화시키자는 것이다.
담배세는 죄악세의 기능을 가지는데, 2004년부터 10년간 인상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이번 담배세 인상은 그동안 마비돼왔던 죄악세 기능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다. 담배로 증세를 하려는 나라는 없다. 정부는 개별소비세 항목을 신설해 괜한 증세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담배세를 올린다한들 세수에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
A.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 경제성장률이 낮고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우리 경제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민간경제의 활력을 위축시켜 성장잠재력을 더 낮추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증세는 불가피하다.
일본처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정부 부채가 커지면 경제가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A.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 담배세에 개별소비세를 신설하는 것은 명백한 증세다. 증세가 나쁜 것은 아니다. 불가피하게 증세를 시도했다기보다는 국가 재정을 생각했다면 이미 증세를 했어야 한다.
복지를 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많아야 하는데, 예산이 적으면 복지 수준을 낮추면 되는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 통일을 대비해야하기 때문에 국가 재정이 마이너스이면 곤란하다.
A. 신원기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 = 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증세는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증세 여부 만큼이나 방법 역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이에 대해 몇 가지를 지적하려 한다.
현재 세수가 왜 부족한지에 대한 분석이 먼저인데, 세수가 부족하니 당장 손쉽게 걷을 생각부터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책 우선순위도 없다. 과세공평성 차원에서 소득세, 법인세 등 직접세 증세를 먼저 고려했어야 한다.
또한 이번 담배세, 주민세 인상안 발표는 연휴 이후에 기습발표하고 입법예고 기간도 겨우 4일로(공휴일 제외시 2일) 국민들의 의견수렴을 피하려는 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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