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내리는 것이 곧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위정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는 국가의 영역이기 때문이며, 국가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풍토를 고려할 때도 정권창출 또는 유지를 위해서라도 복지를 통한 민심 확보는 필수다.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고,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이 같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이미 답습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조세·재정전문가 4인(박완규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신원기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이 모였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제성장, 나아가 대한민국이 항구적인 선진국으로 군림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조세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 박완규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현재의 한국경제는 그다지 밝지 않은 미래를 가지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 추세는 세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진행되고 있어서 재정소요는 급격히 늘어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생산 역량은 정체되거나 심지어 하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외부 환경 또한 우리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그 동안 우리가 국제교역에서 비교우위를 점하여 왔던 반도체, 조선, 통신기기 등의 경우 머지않아 중국에 따라 잡힐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2002년에 7.40%까지 올라간 때도 있었지만 2013년에는 3%에 그쳤고 올해는 3.5%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 정부처럼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일시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과거와 같은 경제성장률을 현재의 틀안에서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빈부격차 심화, 저출산·고령화 심화와 더불어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우리나라도 자유롭기 어렵다.
□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 글로벌 경제 부진, 내수경기 침체, 각종 규제로 인해 한국의 경제상황이 위축됐다. 복지확대로 인해 내년도 복지예산이 전년 대비 8.5% 증가한 115조5000억원으로, 정부예산의 30%를 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어 2015년 경제성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예측으로 세수가 줄거나 늘어나기 때문에 낙관적인 전망은 정말 위험하다. 이러다 보니 세수부족 사태는 당연한 듯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국민이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세수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결국 경제에 성장 드라이브를 걸어주는 길이 가장 좋은 세수 증대 방안이다.
□ 신원기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 = 국가경제라고 하면 거창해보이지만 가계와 다를것이 없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빚이 생기고 반대로 지출보다 수입이 많으면 남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둘 중 하나를 조정해야하는데 지출을 보면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있어서 억제한다고 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수입을 늘려야 하는데 현재는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당장의 세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그런 감세정책이 정치적으로 인기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는 최악이다. 미래를 기약하고 세금을 줄여주지만 그 혜택은 기대에 못미칠 것이다.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Q. 대대적인 조세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한민국이 저성장을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기 위한 조세개혁의 당위성을 비롯해 어떤 형태로, 어느 방향으로 조세개혁의 흐름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주민세와 같이 자치단체의 주민으로서 당연히 내야 할 회비 성격의 세금을 5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에 대해 100% 인상이라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탈세를 줄이고 조세정의를 살릴 수 있는 개혁도 반드시 필요하다.
□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 성장에 대한 인식이 최근 변하고 있다. 분배가 먼저냐 성장이 먼저냐 하는 단순이분법에서 분배가 되어야 성장도 함께 이루어진다는 쪽으로 사회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
또한 프랑스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 교수에 의해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이를 적극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소득재분배의 강조가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세금이 매개가 되어 소득불평등을 줄여야 한다.
특히 부자, 대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그 돈으로 복지 혜택을 높이면 빈부격차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근거로 조세개혁을 추진한다면 더욱 더 위험하다.
세금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생각보다는 시장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투자활성화, 작은 정부, 균형재정을 통한 시장 활성화만이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각각의 세목별로도 탄성치가 다르겠지만 간접세는 비례세율 구조기 때문에 탄력이 떨어진다. 직접세 위주로 가되 불필요한 감면은 과감히 덜어야 한다. 동시에 특정계층보다는 대다수 서민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개혁의 흐름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행정부가 세금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 꼭 필요한 데 쓸 수 있도록 국회는 법적·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함께 국민을 대신해 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 세금은 얼마만큼 더 걷느냐의 문제와 함께 내가 남들보다 더 내느냐 덜 내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이 내는 세금이 복지 등 자신에게 다시 환원되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정부도 재정낭비요소를 줄이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조세개혁의 필요성을 정확히 제대로 설명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정책의 신뢰성은 정부의 신뢰성이 바탕이 되는 것이다. 정부의 신뢰성이 흔들리는 경우라도 정책 자체로서 신뢰성을 얻으려면 각각의 정책, 조세개혁이 갖는 의미를 오랜 시간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그 결과물을 제대로 된 홍보를 하고 최종적인 세법개정이 되도록 해야 한다.
결국 세율을 얼마나 높이냐는 문제보다는 세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충분히 설명한 후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권은 세금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해지고 정직해져야 한다.
□ 신원기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 = 합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 가능한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합당한 근거가 제시되면 반발을 줄일 수 있다.
구체적인 비용을 제시했더니 세금 자체에 거부감이 있던 사람들의 반발이 줄어들었다는 영국 NHS의 연구사례가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구체적인 숫자와 밑그림을 통해 세금보다는 비용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다수결의 결론을 뛰어넘는 세련된 '진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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