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격차 해소, 분배의 정치학보다 가난추방이 먼저다

자유경제원 / 2015-01-12 / 조회: 2,205       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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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 해소, 분배의 정치학보다 가난추방이 먼저다무차별 복지 갈등과 논란 부추겨…성장 멈추고 분노의 사회로
신중섭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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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11  09: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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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 이야기

1. ‘격차’의 사전적(辭典的) 의미는 ‘수준이나 품질ㆍ수량 따위의 차이’다. 우리는 사물이나 현상의 특성을 주로 수로 표시한다. 우리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소들이 이제 수로 표시된다. 차이가 수로 표시될 때 사람들은 흥분한다. 특히 소득과 부가 수로 표시되고, 그 격차가 생각보다 클 때 사람들은 흥분한다.

‘격차(隔差)’는 ‘빈부ㆍ임금ㆍ기술 수준 따위의 차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격차가 크다’는 말은 ‘거리나 관계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소득 격차’, ‘생활수준의 격차’, ‘격차가 벌어지다’, ‘빈부격차가 심화되다’ 등의 용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격차’라는 말에는 단순한 ‘차이’ 이상의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격차’라는 말 뒤에는 ‘해소’라는 말이 따라 나오는 것은 ‘격차’는 해소되어야 한다는 가치 판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격차’라고 해서 반드시 해소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해소’를 위한 시도가 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8일 자유경제원이 개최한 <소득격차에 대한 편견을 허문다> 토론회의 전경 

2. 격차에 대한 논의는 주로 상대적 비율만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실질적인 생활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 격차를 측정하는 지표, 예를 들면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는 지니계수나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을 보여주기 위한 상위 1%, 또는 10%가 전체 소득과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하위 10%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인 비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지수와 비율은 시계열(時系列) 속에서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얼마나 향상되었는가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지니계수는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숫자로 표시한다. 지표는 0과 1사이의 수치로 표현된다. 0일 때가 완전평등이고 1일 때는 완전 불평등을 표시한다.

피케티도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우려를 표시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보여준 상대적 비교로는 1950년부터 1980년 사이에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그 이후나 이전에 더 나쁜 삶을 살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의 비교는 가난한 사람과 부자 사이에 소득이 분배되는 비율만 보여줄 뿐 가난한 사람의 소득이 얼마나 향상되었는가는 보여주지 않는다.

과거와 비교하여 상대적인 소득의 분배 상태만 보여줄 뿐 실제 소득이 얼마인지, 소득이 얼마나 증가하였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빈부의 격차’에 대한 수치보다는 실제로 사람들이 누리는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향상되었고, 향상된 소득이 얼마인가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소득이 얼마이고, 과거와 비교하여 얼마나 증가했는가 하는 것이다.

3. 자본주의가 순조롭게 정착한 사회가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본주의는 대체로 국민의 복리와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준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격차를 표시하는 지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빈곤율과 같은 표현도 상대적 빈곤도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격차가 아니라 삶의 복리의 개선이다.

격차가 심화되는 이유는 사회가 정의롭지 않거나 가진 자들의 탐욕 때문이 아니라 산업의 구조가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부의 원천이 노동이 아니라 지식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식 사회가 도래함으로써 지식을 생산하는 창조적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소득이 늘어나고, 늘어나는 소득은 곧 자산으로 이동하여 시간이 갈수록 임금과 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된다. 부자는 더욱 더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이 더욱더 가난해지는 것은 아니다.

  
▲ 8일 자유경제원이 개최한 <소득격차에 대한 편견을 허문다> 토론회에서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4. 경제 성장이 과학과 기술, 지식의 발전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을수록 사람들 사이의 소득과 부의 격차는 더 심화된다. 타고난 지능과 재능, 노력 등의 요소가 그 사람의 능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바로 소득과 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 ‘격차 해소’는 실현될 수 없는 유토피아다. 유토피아를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현실은 더욱더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5. 이런 현실에 직면하여 자칭 진보적인 지식인들은 이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소득과 부의 격차가 이 사회를 파멸로 인도하는 것처럼 과장된 주장을 하고 있다. 수적으로 격차 확대를 증명하려는 사람들의 결론은 자명하다. 정부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부자증세’를 통한 복지국가의 강화를 외친다. 선거 때마다 복지국가를 외치는 정당이 많은 표를 얻는다. 결국 격차 이론은 ‘분배 정치학’, ‘분배 경제학’으로 귀착된다.

모든 정책이 격차 해소에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는 대부분의 정책은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정책이다. 정치권은 자신의 입장만을 앞세워 사회적 합의가 견고하지 않은 정책을 시행하면 갈등과 증오를 증폭시켜 사회의 에너지를 비생산적인 것에 소진하게 하고, 개인과 국가의 잠재력은 사라진다. 갈등과 증오가 지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원래 의도한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정책의 원래 의도마저 퇴색한다.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정책은 정부의 신뢰를 잠식하고, 신뢰를 획득하지 못한 정책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격차 이론에 기초한 ‘분배 정치학’과 ‘분배 경제학’은 사회적 관심을 격차에 맞추게 함으로써 ‘증오와 분노의 정치경제학’, ‘르상티망의 정치경제학’을 만들어 낸다. 정치인들은 상대적 차이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시민들의 박탈감에 기대어 ‘르상티망의 정치경제학’을 주도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경제 성장의 동인을 잠식한다. 경제 성장이 엔진이 멈추면, ‘르상티망의 정치경제학’은 더 강화된다.

좌우 가릴 것 없이 모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격차 해소 정책이 사회적 논란과 갈등만 초래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산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격차 해소’라는 의제 자체가 사회적 갈등을 전제하고, 갈등의 증폭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사회 통합이 아닌 배제와 갈등을 본질로 한다. 격차 해소는 본질적으로 제로섬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 정책이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면, 정책 의제를 ‘격차 해소’가 아니라 ‘가난의 추방’으로 바꾸어야 한다. 가난은 사회적인 악이지만 격차는 사회적인 악이 아니다.

  
▲ 지난 11월 새정치민주연합 친노계열 의원들 80여명이 신혼부부에게 1억 원 짜리 주택 한 채를 주자는 공약을 내놓았었다. 홍종학의원(맨왼쪽)이 제안하고, 우윤근 원내대표, 문재인원(맨오른쪽)등이 가세했다. 신혼부부들에게 주는 무상주택에는 100조원의 국민세금이 들어간다고 추정되었다. 지나친 복지포퓰리즘 정책공약이라는 비난세례를 받아 공약의 추진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뿐만 아니라 격차 해소라는 명분으로 강화되는 복지는 필연적으로 국가 부채를 늘려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켜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타락시킨다. 복지국가의 강화는 자존감이 없는 의존적 인간을 양산하여 사회의 도덕적 타락을 선도한다. 정부의 역할은 격차를 해소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앞가림을 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복지 정책을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 반값등록금이나 영유아 보육비는 어려운 학생과 영유아에게 집중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1) 사회적ㆍ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 특히 산업사회가 성립하면서 대량으로 발생한 무산근로 대중의 생존을 보호하고 (2) 정의로운 사회ㆍ경제 질서를 확립하기”위한 ‘사회 국가의 원리’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2)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1)이 희생된다. 정책 결정은 이익 집단의 타협의 결과이고, 투표에서도 (2)를 표방하는 것이 (1)을 표방하는 것보다 득표에 유리하기 때문에 ‘가난한 자를 위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때문에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 예산이 사라지는 것은 바로 선거에서 (2)가 (1)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1)과 (2)가 충돌하는 경우 (1)이 우선해야 한다는 헌법적 해석도 가능하다. 제한된 국가 재정에서는 중산층을 위한 ‘정의로운 국가’보다는 저소득층을 위한 ‘안전 국가’가 우선해야 한다.

나아가 복지 확대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확대 해석하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의 과잉 복지로 인한 국가의 재정 파탄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는 시민의 복지권을 제한할 수 있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곧 국가 재정 파탄을 ‘공공복리’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정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재정준칙주의’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6. ‘격차’가 사회의 중심 담론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국가는 ‘격차 해소’가 아니라 빈곤 추방이나 최소 생활 보장과 같은 것을 자신의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한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8일 주최한 <소득격차에 대한 편견을 허문다> 토론회에서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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