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청소 하기 싫은 여자` 한경희, 청소 혁명을 부르다

자유경제원 / 2015-02-12 / 조회: 2,530       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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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하기 싫은 여자' 한경희, 청소 혁명을 부르다"세상에 하나뿐인 것을 꿈꾼다"…여성을 해방시킨 여성
곽은경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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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09  13: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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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제원이 지속적으로 주최하고 있는 기업가연구회는 자유주의 학자 및 저술가 20여 명이 모여 발족한 모임이다. 한국 경제의 근간이 되는 기업가들의 업적을 시장경제적 관점에서 해석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업가정신과 시장경제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CEO에 대한 연구는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이 맡았다. 곽은경 실장은 발제문을 통해 “한경희생활과학은 여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브랜드 중의 하나다. 한경희 대표는 국내최초, 세계최초를 향한 계속되는 도전을 통해 여성 CEO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 기업가이다”라고 소개했다.


세상에 없는 제품, 시장을 창조하다

  
▲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한경희 대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꿈의 직장’을 두루 섭렵했다. 그녀의 첫 번째 직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사무국이었다. 국제기구는 해외 근무라는 화려함과 고액 연봉에 야근이 없는 자유로운 조직 분위기까지 모든 것을 갖춘 최고의 직장 중의 하나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호텔, 부동산 투자회사, 무역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한다.

결혼 직전에는 5급 국제고시에 합격하여 교육행정사무관으로 근무했다. 공무원도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이고 대한민국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힌다. 그녀는 이런 꿈의 직장을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사업가로 변신한다. 그 이유가 뭘까?

바로 걸레질 하나 때문이다. 보통의 맞벌이 주부가 그러하듯 한경희 대표는 밤늦게 퇴근해서 청소 빨래 설거지에 반찬준비까지 해야 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릎을 꿇고 움직여야 하는 걸레질이었다. 엎드려 밀자니 무릎이 아프고 대걸레로 하자니 깨끗이 안 닦였다. 불현듯 대걸레에서 뜨거운 김이 나오면 쭈그리고 앉아서 박박 문지르지 않아도 바닥이 깨끗해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경희, 심봤다! 마치 더덕 캐러 갔다가 백 년 묵은 산삼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것만 만들면 틀림없이 대박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 자서전 <청소안하는 여자> 중에서

바로 전자제품 상가를 뒤지며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기존의 스팀청소기는 서양의 카페트에 사용하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마룻바닥에 사용하긴 어려웠다. 시장조사를 하면 할수록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하여 1999년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한영전기를 설립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킬 기술자를 수소문해서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6개월이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던 제품 개발이 점차 늦어졌다. 다급한 마음에 KAIST, 포항공대 교수와 박사, 기술자 등 누구라도 붙잡고 자문을 구하고 다녔다. 자신이 기술에 대해 이해를 전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판단하고 전기전자공학 개론서를 독학하기도 했다. 어느덧 한경희 대표 자신이 기술자가 되어 있었다.

“4년 여 동안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직원 월급도 줄 수 없을 만큼 힘겨운 상황, 하루하루 절벽에 서 있는 것 같은 위태위태한 나날들이었다. 그래도 희망하나로 버텼다.”

- 자서전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중에서

그러는 사이 사업자금은 모두 소진했고 빚이 계속해서 쌓여갔다. 당시 여기저기 돈을 많이 빌리러 다녀서 ‘걸어다니는 민폐’ 소리까지 들었다. 양가 부모님이 유일한 재산인 집문서를 내주셔서 그것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계속했다.

제품 개발은 쉽지 않았다. 걸레질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키겠다고 시작한 사업인데 마지막 순간에 걸레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물통 접착이 되지 않고, 걸레가 잘 떨어지지 않거나 잘 밀리지 않는 등의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했다. 쉽게 떨어지는 걸레를 단단히 붙이기 위해 벨크로를 생각해 냈고, 본체에서 자꾸 떨어지는 벨크로를 고정시키기 위해 플라스틱에 직접 파는 방법을 시도했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 한경희 대표가 직접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한경희 대표는 자신이 성공하지 않으면 아무도 성공시킬 수 없다는 특유의 뚝심으로 끝까지 밀고 나갔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서 달리게 만드는 도전과 열정의 DNA, 실패하라, 실패하라, 더 잘 실패하라!”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 명언은 그녀가 늘 가슴이 새기던 문구다.

“나는 시련이란 포기가 아니라 극복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다.”

- 자서전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중에서

10억 원의 투자비용, 4년간의 사투 끝에 ‘스팀청소기’라는 세상에 없는, 완벽한 제품이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제품 개발만큼이나 힘든 것이 판로 개척이었다. 당시 여성 속옷의 판매까지도 남성 바이어의 업무영역이었던 터라 ‘걸레질을 전혀 해보지 않은’ 그들에게서 스팀청소기에 대한 호응이 있을 리 없었다. 취약한 유통라인은 홈쇼핑을 통해 개척했다. 이 전략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제품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홈쇼핑 방송 횟수가 늘수록 판매량은 늘어갔고 입소문도 빠르게 퍼져갔다.

운도 따라줬다. MBC ‘TV 소비자 세상’ 프로그램에서 독일 스팀 청소기와 성능 비교실험을 했는데 한경희 대표의 스팀청소기가 더 우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외제가 더 좋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무너트렸다. 덕분에 홈쇼핑 주문전화 폭주로 시스템이 다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스팀청소기 하나로 2004년 매출 150억, 2005년엔 매출 1,000억 원대가 되었다.

소비자는 회사의 사장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고객이 없다면 회사도 없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꾸려왔다.”

- 자서전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중에서

한경희 대표는 미제스가 말한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궁극적인 사장은 소비자들”이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기업가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 놓은 그녀의 첫 번째 스팀청소기는 탱크처럼 투박한 디자인에 몹시 무거웠다. 제품 개발에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디자인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매장의 사원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딱 보면 탱크 아닙니까? 누가 이렇게 무식하게 생긴 제품을 사겠어요. 기능만 좋다고 다가 아닙니다”라고 무시했다. 제품의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배웠다. 이후 한경희 대표는 철저한 소비자의 시각에서 1.5리터 생수병보다 가벼운 스팀청소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만약 스팀청소기를 출시하자마자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면 ‘내가 잘나서’ ‘내 아이디어가 뛰어난 덕분에’라며 자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고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과 지적을 하나하나 새겨듣고 반영한 결과, 비로소 사랑받는 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자서전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중에서

한 대표는 3년 정도 사용할 경우 10%의 제품에서 결함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도 소비자를 가장 우선시 했다. 직원들이 이정도면 판매에 문제없다고 했지만 전량 폐기할 것을 결정했다. 문제점을 알면서 파는 것은 소비자와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제품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는 동안에도 소비자의 반응을 계속해서 살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의 고객은 까다롭기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한민국의 주부들이다. 그들의 지적은 제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일반 밀대걸레를 쓰듯이 힘을 주어 사용하자 부러졌다는 평부터 걸레가 너무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등 사소한 불평불만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걸레가 너무 강하게 붙어 떼기 힘들다는 의견을 곧바로 반영해 제품을 만들어 내놓았더니 비슷한 시기에 구매했는데 옆집과 걸레 붙는 강도가 다르다는 항의가 들어올 정도였다. 이런 노력들이 대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품질의 스팀청소기를 만들었다.

  
▲ 한경희생활과학은 세상에 없던 새로움으로 승부하는 기업이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스팀청소기 점유율 73%, 스팀다리미 점유율 60%를 올리고 있는 등 국내 1등 기업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은 한경희생활과학 사이트. /사진=홈페이지 캡처

미세한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그녀가 사소한 고객의 지적도 귀담아 듣게 된 것은 해외에서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1986년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사무국 취업에 성공한다. 꿈에도 그리던 독립, 외국인과 영어와 불어를 섞어서 회의를 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출국을 했으나 막상 그녀에게 주어진 일은 신문 스크랩과 같은 허드렛일이었다. 스스로가 한심해 사표를 내고 경영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미국에서 학비를 벌기 위해 호텔에 취업을 했는데 이곳에서 전화교환 업무, 프런트 데스크, 레스토랑 서빙 등 다양한 업무를 순환하며 근무하게 되었다. OJT(On the Job training) 프로그램의 일종이었다. 이런 일들은 매우 단순해 대충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한경희 대표는 열성적으로 일했다. 뒤늦게 IOC에서 자신에게 허드렛일만 주어졌던 이유가 어떤 열성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서빙 업무를 할 때는 음식의 특성, 영양성분 등을 미리 파악했고, 자주 오는 손님의 경우 식성이나 건강 등을 고려해 선호 메뉴를 추천하기도 했다. 덕분에 호텔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핵심 업무인 영업업무까지 맡게 됐다.

“왜 나에게 허드렛일만 맡기느냐 불만을 갖지 말자. 단순 업무는 능력보다는 태도를 테스트 하는 것이다. 작은 일을 허술히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큰일을 맡기겠는가. 단순한 일에서도 창의력을 발휘하면 남과 다른 나만의 성과를 낼 수 있다.”

- 박수린, <여자, 나를 찾다> 중에서

대학원 졸업 후 그녀는 LA에서 유대인이 운영하는 대규모 유통업체 영업사원으로 취직했다. 중국에서 잡화, 주방용품 등을 수입해 도매상에게 싸게 파는 회사였다. 이곳에서도 열성적으로 일했다. 회사에서 파는 상품을 미리 사용해 장단점을 파악해 고객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했다. 단순히 물건을 팔겠다고만 생각하지 않고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회사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직원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경쟁은 진보의 기초: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하다

한경희 스팀청소기가 큰 인기를 끌자 유사제품들이 생겨났다.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까지 한 달에 1~2개꼴로 유사 스팀청소기를 만들어 냈다.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투자해 개발했지만 후발주자가 비교적 따라하기 쉬운 아이디어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유사제품의 경우 기술을 모방해서 절약한 비용을 마케팅에 쏟기 때문에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공병호는 <기업가>라는 책을 통해 ‘경쟁은 진보의 기초’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 대표의 경우에도 딱 맞아떨어지는 표현이다. 그녀는 특허소송 대신 과감히 경쟁을 선택했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유사제품들은 외형은 흉내를 낼지언정 품질 만큼은 완벽하게 따라올 수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또한 다른 업체와의 경쟁이 전체 스팀청소기 시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앞으로도 무수한 경쟁 업체의 도전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도전이 반갑다. 그들로 인해 우리가 더 분발할 수 있을 테니.”

- 자서전 <청소 안하는 여자> 중에서

한경희 대표는 경쟁자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했다. 우선 회사명과 제품명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다. 상호를 ‘한경희생활과학’으로 변경하고 ‘스티미’라고 칭했던 스팀청소기도 ‘한경희스팀청소기’로 바꾸었다. 고객에게 이름을 걸만큼 품질에 자신 있는 제품이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였다.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불신을 날려버리는 데도 한 몫 했다.

이후 한경희 대표는 한경희 스팀진공, 한경희 스팀다리미, 한경희음식처리 미니 등 모든 제품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다. 외국 기업 중에는 디즈니, P&G, 포드 등 창업자들의 이름을 건 회사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드물다. 게다가 경희는 1960년대 생에게는 흔한 이름이다. 63년 생 중 3번째로 많은 이름이라는 조사가 있을 정도다. 익숙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라 걸레질을 하지 않는 남자들 귀에도 쏙 들어오는 브랜드명이 되었다.

한편 고객서비스의 모토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로 삼았다.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제품의 수리를 맡기면 다른 곳까지 손을 봐서 48시간 이내에 돌려주는 제도를 마련했다.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미 물건을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매출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경희 대표는 AS도 투자라는 확신했으며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후처리를 할 경우 신뢰와 감동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미국, 새로운 시장을 찾아서

2006년 사업은 정점을 찍었다. 스팀 청소기 보급률이 50%에 육박했고 더 이상의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정도로 날로 번창했다. 성공의 달콤함에 취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했다. 한 대표는 우리보다 가전제품 시장 규모가 10배 이상 크고 소비인구도 3억 명인 미국 시장에 눈이 갔다. 알레르기 질환이 급증하면서 카펫 문화가 원목문화로 바뀌고 있었다. 미국시장에도 마루바닥용 스팀청소기 제품이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2007년 HAAN 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스팀청소기의 명칭을 ‘steam mop’에서 ‘floor sanitizer’로 바꾸었다. 단순한 스팀을 넘어서 살균의 개념까지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한국 홈쇼핑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세계 최대의 홈쇼핑인 QVC 채널을 공략했다. 어렵게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시청률이 낮은 오후 2시, 단 6분이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제품의 장점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8개월을 매달렸다.

첫 방송부터 매진, 방송할 때마다 매진 기록을 세웠다. 2009년에는 2시간 생방송 동안 4만대 판매, 총 매출 50억 원, 분당 매출액 4천 200만원의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주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제품이라는 점과 미국 생활방식에 맞춘 제품 업그레이드가 미국 소비자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은 것이다. 2009년 12월 QVC의 "Rising Star"로 선정되었다. 현재 한경희생활과학의 미국매출액 비중은 70%에 달한다. 삼성도 LG도 아닌 중소기업이 기술력만으로 선진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 한경희생활과학은 세상에 없던 새로움으로 승부하는 기업이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스팀청소기 점유율 73%, 스팀다리미 점유율 60%를 올리고 있는 등 국내 1등 기업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은 한경희생활과학 사이트. /사진=홈페이지 캡처

성공은 곧 자유: 아버지의 권위주의로부터 탈피하다

한경희 대표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아버지다. 교사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예민하고 비판적인 성격에 가부장적인 편이어서 딸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1등을 해도 꼴등을 해도 칭찬 한 번 하지 않았고 무관심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했고 그로부터 벗어나 꼭 성공하겠다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을 정도다. 독립이 너무 간절한 나머지 대학생 때 남태평양 타이티섬 봉제공장에 취업하려고 하다 부모님의 만류로 포기한 경험도 있다.

아버지의 관심을 받는 두 오빠에게 지지 않기 위해 독하게 공부를 했다. 대학에서 영어와 불어를 공부했고 4년 내내 통번역 아르바이트로 독립자금을 모았다. 친구들은 미팅이나 동아리 활동에 몰두해 있을 때 그녀는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노력 끝에 IOC에 취업했고 성공했고 아버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외국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고 밑바닥을 경험했다. 이런 경험은 사업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한 대표는 성공하기 위해서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했고 힘든 일을 남에게 떠맡기지 않았다. 그녀는 죽을 때 까지 나태하지 않고 도전하며 치열하게 사는 것이 진정 자유로운 삶이라고 여긴다.

“자기 삶에서 스스로가 주인으로 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돌보아 주지 않는다. 나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재산보다는 내 스스로의 노력으로 꿈을 이루어 가는 것이 좋다. 내 삶의 궁극적 화두는 자유다.”

-자서전 <청소안하는 여자> 중에서

하이에크는 “자유는 개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했다. 또 공병호는 “오늘날의 부를 가져온 핵심 주체는 현실세계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인간들”이라고 했다. 한경희 대표는 한창 사업이 어려울 때도 정부의 지원을 바라거나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했고 성공했다. 그녀의 성공비결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와 맞닿아 있다. 한 대표는 여전히 매일 밤, 잠자리에서 내일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한다.

여성이라는 편견을 극복하다

한경희 대표는 어린 시절 백만장자를 꿈꿨다.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서 요트를 타고 다니며 세계 여행을 하는 것을 상상했다. 어느 가게를 들어가더라도 ‘이 식당의 하루 매출은 얼마겠다’, ‘테이블당 매출액이 이 정도라면 몇 달 안에 망하겠다’ 등의 손익 계산을 즐겨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국제기구 IOC와 교육부 공무원이라는 최고의 직업을 과감히 버리고 서른여섯의 나이에 사업가가 된 것도 사업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그녀를 힘들게 했던 것은 여자가 제조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편견이었다. 아버지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여자는 조신하게 있다 시집을 잘 가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표여야 한다’는 식의 편견을 사회에서도 맞닥트렸다.

대출상담을 받으러 다닐 때마다 “이름만 걸쳐 놓은 바지 사장 아니야? 남편 사업 부도나니까 아줌마 명의로 회사 차려서 돈 빌려 쓰려는 거 아니에요?”, “아줌마, 당신이 그걸 만들면 내 손에 장을 지지지. 되지도 않는 일에 힘쓰지 말고 가서 살림이나 해요.” 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벤처기업 대상 대출을 하는 정부기관에서도 담당자는 모두 남자였다. 사업성 평가에서 여자 사장이라고 CEO 점수 0점, 여성이 사용하는 제품이라 이해도가 떨어져 제품성도 0점이었다. 그녀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방법은 단 하나,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반드시 해내고야 만다. 보란 듯이 성공해서 ‘아줌마가 무슨 사업이냐’고 조롱한 남자들에게 실력을 보여주마...”

- 안길수 <아직 하지 못한 말> 중에서

그녀는 스스로의 다짐대로 성공했다. 국내 가전업계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으며 미국 시장에 진출해 안정적인 시장을 마련했다. 2008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주목해야 할 여성 기업인 50인’ 중 한 사람이 되었다. “물려받은 유산 없이 연 매출 1000억 원을 기록하며 기업을 성공적으로 일궈낸 이레적인 사례”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과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윤송이 전 SK텔레콤 상무 등이 포함되었었는데 대기업 후계자도 아닌 여성이 포함되기는 처음이었다. 2009년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으로부터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서밋’에 참석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최초를 향한 계속되는 도전

한경희생활과학의 제품들은 모두 국내최초, 세계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남들과 다른, 세상에 없는 것들을 만들기 때문에 경쟁상대 조차 없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한 아이디어에 전문 기술력을 더한 형식이다.

한경희 대표가 세계최초 제품들만 연이어 만드는 비결은 생활 속에서 얻는 아이디어 덕분이다. 하루 10분이라도 독창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훈련을 한다. 또 걸을 때 여자들을 유심히 살피고 누군가를 만날 때도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언제 어디에선가 아이디어의 씨앗을 발견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덕분에 수백 가지 잡다한 아이디어를 가진 여자가 됐다.

2006년 출시한 스탠드형 스팀다리미는 다리미질을 한 후 허리가 아픈 것에 착안해 서서 다림질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만들어진 제품이다. 또 아침 출근 길 서류가방과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든 남성들의 모습을 보고 음식물 쓰레기를 가루로 만들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3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분쇄 후 건조하는 방식의 음식물 처리기를 만들었다. 고가에 음식물 처리가 불편했던 기존의 음식물 처리기와는 차원이 다른 제품이었다.

그밖에도 물로 유아용품과 주방용품을 살균할 수 있는 ‘클리즈 워커 살균기’,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공기로만 튀김요리를 하는 ‘에어프라이어’, 할로겐 방식으로 음식을 요리하는 ‘광파오븐’ 등 한 대표의 아이디어 상품은 끝이 없다.

한경희 대표의 아이디어는 주방에서 그치지 않는다. H-care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여성의 아름다움에도 그녀의 아이디어를 뻗쳐나갔다. 보통 메이크업 전문가들이 화장을 할 때 브러시나 스펀지로 30분을 두들겨 밀착력을 높인다. 이에 착안해 1분에 5천 번을 두들기기는 진동 파운데이션을 만들었다. “메이크업 전문가가 해주면 화장이 잘 먹는데 집에서 내가 하면 들뜨지?”라는 한경희 대표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전문가가 30분 동안 해야 하는 일을 간단히 해결했다. 이런 제품도 세계최초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물론 모든 제품이 최초일 수는 없다. 그러나 후발제품을 만들더라도 더 값싸게,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상에 없었던 제품, 있는 제품들도 남들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더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싶어요. 기존에 있던 제품들도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모든 제품을 할 생각입니다.”

- 월간조선 2014년 6월 인터뷰 중에서

추진력이 곧 실력

아이디어를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추진력도 갖췄다. 미국진출 초기 알루미늄 후라이팬이 유해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한국에 있는 연구원들에게 알루미늄을 대체할 신소재를 개발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업계에 프라이팬 신소재를 찾는 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게 났다. 포스코에서 마침 마그네슘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바로 달려가 제품화에 성공했다.

“사업에 있어서 아이디어는 20%, 과정이 80%였어요. 누구나 ‘내가 생각했던 제품이잖아’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누구나 해낼 수 있는 건 아니죠.”

- 동아일보 파워인터뷰팀, <그들의 생각을 훔치다> 중

무언가에 꽂히면 앞뒤 재지 않고 바로 달려드는 추진력 덕에 웃지 못 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한 때 부동산 업계에서 유명한 일본계 여성 사업가의 강의를 듣고 잘 다니던 호텔에 곧장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바로 찾아가서 함께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한 경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여서 곧 이직해야 했다.

한편 그녀의 남편은 새치가 많아 염색을 자주 하는데 그 때문에 인체에 무해한 천연염색에 관심을 갖게 됐다. 헤나로 염색 가능하다는 사실을 생각해내고 곧 바로 인도에서 헤나 염색약을 구입했다. 성공만 한다면 샴푸를 하며 바로 염색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 될 뻔했다. 그런데 헤나제품으로 머리를 감은 남편이 눈이 따갑고 아픈 부작용으로 한 달 동안 병원신세를 졌다.

조직원들의 기업가 정신을 일깨우다

한경희 대표의 조직경영은 아이디어, 인센티브, 도전의식으로 압축된다. 첫째, 그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동기부여를 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애쓰고 있다. 업무 프로세스 가운데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다. 매주 금요일 4시~6시는 ‘씽크타임’이라는 제도를 운영하는데 인트라넷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시간이다. 또 ‘프로젝트 팀’을 통해 여러 부서,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씽크타임’과 ‘프로젝트 팀’ 운영을 통해 직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품화 할 수 있었다.

둘째, 아이디어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실히 제공하고 있다. 매주 1명씩 좋은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 포상을 하고 있다. 또 직원의 아이디어로 제품이 출시될 경우 해당 직원에게 첫해 수익의 1~3%를 준다. 이러한 인센티브 덕에 생선을 구울 때 나는 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장치와 메이크업 살균도구를 만들었다.

셋째, 조직원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업무를 준다. 한 대표는 개인의 역량에 비해 업무 수준이 너무 높으면 두려워하게 되고, 역량에 비해 수준 낮은 일을 주면 지루해하고 나태해지기 쉽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역량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업무를 줘서 도전의식을 자극하면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한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도 어떤 식으로 자신의 삶을 성취해나갔고 어떤 식으로 실패를 극복했는지를 가장 중요한 근거로 삼는다.

한경희생활과학의 경영이념은 매일 거듭나는 회사다. 나날이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한번만 더해보면 어떨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이것보다 더 나은 디자인이 있지 않을까? 더! 더! 더! 한경희 대표는 완벽으로 가는 주문을 외우고 있다.

기업가는 도덕적이다

한경희 대표는 대기업이 이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영역이 아닌, 대기업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 시장을 창조했다. 허리를 구부리고 해야 하는 힘든 걸레질에서 여성을 해방시키고 큰돈을 벌었다.

“최선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부자나 가난한 사람, 누구나 쓸 수 있는 가격에 공급하는 겁니다. 그게 우리 회사가 고객을 사랑하는 방법이죠” 
- 이필재의 <CEO브랜딩 좋은책 만들기> 중에서

한경희 대표는 돈을 버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돈을 버는 것에 대한 인식은 미국 유대인 사장과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유대인들은 돈을 숭배했다. 우리나라처럼 깨끗한 돈, 더러운 돈이라는 이중개념이 없었다. 우리는 물장사 같은 일로 돈을 번 사람의 돈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유대인들은 어떤 장사를 하더라도 돈을 버는 게 중요하지 장사의 겉모양을 따지지는 않는다.”

- 자서전 <청소안하는 여자> 중에서

“우리 사회에서 사업가라고 하면 어딘가 떳떳하지 않은 그림자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번다는 게 뭔가 술수나 부당한 수단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제가 세운 원칙은 기업 활동으로 가치를 창출해서 고객에게 제공하고,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거였어요.”

- 레이디 경향 2011년 2월 인터뷰 ‘주부 CEO 한경희’

마이클 워커는 <7천만의 시장경제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 큰 소득을 올렸다는 것은 그가 타인에게 많은 것을 제공했음을 뜻한다.”고 했다. 로스바드는 <인간·경제·국가>를 통해 “생산자들은 오로지 소비자들에게 봉사함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큰돈을 번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크게 도와준 ‘도덕적’인 사람이란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경희 사장은 매우 도덕적인 기업가임에 틀림없다.

여성 리더십으로 성공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을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여성성을 버리고 스스로 남성화 되었다는 점이다. 뛰어난 업무능력과 카리스마 있는 남자 같은 여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가정과 육아를 겸하는 아내와 어머니의 모습을 잃은 채 남성들보다 더 독하게 남성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경희 대표는 다른 방식을 추구한다. 성공한 ‘여자’가 아닌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워킹맘’을 자처했다. 그녀에게 가정이 사업보다 우선순위다. 그녀의 사업에서 가족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양가 부모님이 선뜻 전 재산과 다름없는 집문서를 내주며 사업자금을 대주실 정도로 헌신적이었기 때문이다. 또 거듭된 실패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것도 남편과 아이들이었다.

“저는 ‘슈퍼우먼’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 완벽하게 하려 하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원칙에 맞추어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 세계일보 2009년 9월 인터뷰 중에서

퇴근 후에는 아내와 엄마라는 타이틀에 충실했다. 스팀청소기로 사업이 한참 뻗어나갈 때도 저녁 약속은 잘 잡지 않아 ‘베일에 싸인 여자’라는 별명이 생겨났을 정도다.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퇴근 후와 주말에는 두 아들에게 몰입하려 노력한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것이다. 부족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두 아들의 일상을 틈틈이 메모했다 <철이와 찬이네 가족이야기>란 만화책을 만들기도 했다.

“많은 여성들이 집에서 회사 생각하고 회사에서 집 생각을 해요. 저는 그러지 말라고 해요. 집에 들어가면 우왕좌왕하지 말고 애들 챙기라고 조언해줘요”

- Bussiness POST 2014년 7월 인터뷰 중에서

한경희 대표의 여성적 리더십은 조직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칭을 직급대신 ‘~님’이라고 부르고, 인트라넷과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를 통해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남성문화를 탈피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개발부서 남자 직원들도 마스카라와 같은 여성제품을 직접 시연하는 등 유연한 사고가 가능해졌다.

또 매주 수요일은 야근 금지령을 내려 사무실, 공장, 구내식당 직원까지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1년에 한번 우수 사원을 뽑아 부모님 효도여행을 보내드린다. 실적이 좋은 해에는 직원과 그 가족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기도 한다.

여성기업가, 아줌마의 힘을 보여주다

한 대표는 영락없는 주부다. 주부들이 아이들 학원비는 아낌없이 쓰고 정작 자신의 옷을 사는 데는 돈을 아끼듯, 매사에 알뜰한 한 대표도 연구 개발비 만큼은 큰돈을 투자한다. 아이들 옷은 두 해는 입을 수 있도록 넉넉하게 큰 것을 사고, 장난감도 완제품 보다는 조립해서 갖고 놀 수 있는 것을 주로 살 정도다. 한경희 대표 덕분에 온 가족이 분리수거와 재활용에 전문가가 되었을 정도다.

또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는 ‘우리집은 부자니까 이 정도는 살 수 있어’라는 특권의식을 갖지 않도록 주의한다. 한 대표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부모의 재산보다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꿈을 이루어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아줌마 정신에서 비롯된 절약 정신은 제품 홍보에서 적용된다. 그녀는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절대 지인들에게 공짜 선물을 주지 않는다. 제품을 알리기 위해서 공짜로 주면 제품에 대한 가치가 형성되지 않고 오히려 회사의 수익을 떨어트린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부로서의 마음가짐이 새로운 제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보통 주부들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청소하면서 아이들 숙제 봐주고, 전화통화 하면서 드라마 줄거리도 놓치지 않는다. 이런 점을 적극 반영해 바닥 청소와 물걸레질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또 행주나 도마 소독하는 게 번거롭다고 생각되어 친환경 살균 제품을 만들었다.

여성을 해방시키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한경희 대표는 소비자의 불편을 찾아내 이를 해소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점을 높이 살만하다. 기존의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은 주로 서양 스타일에 맞는 제품들이었다. 스팀청소기는 좌식생활을 하는 우리나라 문화에 딱 맞는 제품으로 한국 여성들을 위한 맞춤제품을 만들었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벤처의 성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삼성과 LG만 존재했던 가전제품 시장에 중소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대기업의 자금력과 기술력이 닿지 않는 곳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그녀는 중소기업일수록 경쟁사가 쉽게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한 대표가 스팀청소기를 출시하자 대기업에서도 서둘러 유사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한발먼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한경희 스팀청소기를 이길 수는 없었다.

사회학적으로는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켰다는 의미를 갖는다. 걸레질과 다림질와 같은 가사노동을 과학화하여 더욱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로 인해 설거지는 해도 걸레질은 ‘인체공학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거부했던 남자들의 손에 걸레를 쥐게 했다. 이를 두고 한 사회학자는 ‘입식 부엌 이후 남녀평등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여자’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여성의 가사노동을 사업화 했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여성 CEO 먀샤 스튜어트와 한경희 대표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두 여성 CEO가 가사노동에서 여성을 해방시키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한경희 대표는 직접 가사노동을 하며 힘들었던 점에서 영감을 얻어 가사노동을 과학적으로 ‘경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사업화 했다.

한편 마샤 스튜어트는 ‘단순하고 비생산적’이라고 폄하된 가사노동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가치를 창출했다. 살림을 하면서 느꼈던 성취감과 기쁨에서 영감을 얻어 ‘케이터링 사업’을 시도했고, 이를 기업으로 발전시켰다. 마샤 스튜어트 덕분에 많은 주부들은 테이블을 장식하고 요리를 하면서 자신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여성의 가사노동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한경희 대표의 생각은 제품을 넘어 문화운동차원에서 시도되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2014년 3월 ‘대한민국 슈퍼대디 선발대회’라는 이색적인 대회를 열었다. 가사와 육아에 적극적인 남편들을 선발하는 사진전이었는데 아이를 업고 청소기를 미는 아빠, 김장을 하고 있는 가장 등의 사진이 큰 주목을 받았다.

또 ‘엄마 해방의 날’을 지정해 열 명의 주부를 선정해 메이크업과 코디를 받게 하고 남편들과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으로!

2013년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해외 매출과 한경희 뷰티 매출을 제외한 한경희생활과학의 순 매출은 670억 원이다. 중소기업을 넘어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한경희생활과학의 상장도 남은 과제다.

“나에 대한 과도한 의존 때문에 회사의 매출이 1,000억의 문턱을 못 넘는 것 같다” 
- 한국경제 인터뷰 중에서 (2013년 9월)

한경희 대표는 “한경희 없이도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오고 이를 제품화 할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삼았다.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직원이나 고객의 제품 아이디어를 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히팅쿠커는 직원들의 아이디어였고, 자세 교정기 백솔루션은 중학생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제품이다.

한경희 대표는 여성이 편안해야 가정이 편안하고, 가정이 편안해야 만사형통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스팀 청소기라는 살균제품에서부터 건강과 아름다움을 고민하여 천연화장품까지 제품화 했다. 그녀는 한경희생활과학을 세상에서 여성을 제일 잘 이해하는 브랜드, 여성의 편리함과 행복, 아름다움을 책임지는 회사로 키워나가고 있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지금 현재 소형가전 회사 중 필립스, 테팔이란 브랜드가 있다. 필립스는 B to B 중심, 테팔은 주방 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가정, 여성, 생활용품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생활브랜드로는 한경희생활과학이 전세계적으로 유일하다. 2020년에는 전 세계에서 삼성, LG 대신 대한민국의 최고 브랜드로서 우뚝 설 것이다.”

- 한국경제연구원 KERI 포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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