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박근혜 정부, 정원 줄이기와 빗나간 대학 구조조정

자유경제원 / 2015-03-03 / 조회: 2,580       미디어펜
 > 칼럼
박근혜 정부, 정원 줄이기와 빗나간 대학 구조조정이공계 위주 취업 현실과 대졸인력 불균형 심각...학생·학교 선택에 맡겨야
차기환  |  media@mediapen.com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승인 2015.02.27  15:44:51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네이버구글msn

국가발전전략을 올바로 세우고 학생, 학부모 및 학교에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

  
▲ 차기환 변호사

I. 대학과 대학생수의 급팽창

1. 미래를 내다 본 이승만의 교육정책과 이를 활용한 박정희 정권

대한민국은 식민지 해방 이후 6.25 전쟁의 참화 속에서 급속한 산업화에 성공하여 세계 각국으로부터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천연자원도 없는 빈국에서 그것이 가능하였던 요인 중 하나는 개발도상국에서 찾기 힘든 ‘양질의 노동력’. ‘인적 자본’이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불철주야 일했던 공무원들의 자질은 다른 개발도상국과 비교하여 매우 우수한 편이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그러한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또 한국의 근로자들 역시 근면성과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하여 경제개발의 큰 힘이 되었다.

이런 인적 자본이 준비된 것은 이승만 정권의 공이 컸다. 이승만 정권은 6.25 전쟁으로 임시정부를 부산으로 옮긴 상태에서 교육을 멈추지 않았고 1950년대 정부예산의 20%를 교육에 투자하였다. 그 결과 1945년 13세 이상 문맹률이 80%를 넘었으나 1959년경 20% 이하로 떨어졌고, 1948년 대비 1960년 고등학교 및 대학교 진학률은 4배, 대학의 개수도 19개에서 68개로 급증하였다. 이승만 집권 기간 동안 정부 후원이나 사비 유학 등으로 미국 등지로 유학을 간 학생수가 2만명에 이르렀다. 이러한 인력들이 준비되었던 것이 박정희 정권 시절 급속한 산업화에 밑거름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대학정책은 아니나 박정희 정권 시절 중고등학교 입시가 점진적으로 폐지되고 평준화 정책이 시행되었는데 이는 당시 한국의 산업이 저가의 공산품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수출하는 것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그러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 대학정책의 혼선

박정희 정권까지는 대학 정책에 대하여 정부가 크게 간섭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 이후 여러 가지 정치적, 정책적 이유로 정부가 대학의 정원, 대학설립, 지원정책 등을 통하여 깊이 개입하기 시작하였다. 정부가 그러한 개입을 하면서 향후 대한민국의 경제 진로, 산업구조 개편, 인력 수급에 대하여 깊이 연구를 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이 현재 대학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큰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전두환 정권은 1980. 7. 31. 대학의 면학분위기 조성 등을 명분으로 졸업정원제를 실시하였다. 1970년대 급속한 경제개발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수는 급속히 늘었으나 대학 정원이 제한되어 있어 과열 과외, 재수생 누적 문제점이 발생하였고 대학의 안일한 학사관리로 인하여 대학생들이 입학후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배경으로 졸업정원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항간에는 전두환 정권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발이 심하고 데모를 빈번히 하여 이를 약화시켜 보려는 의도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어쨌든 위 제도로 인하여 이보경교수님이 지적한 바와 같이 1980년 595,656 명이었던 대학생 수는 이듬해 778,461 명, 1982년 960,675 명, 1984년 1,266,842 명으로, 5년 동안 무려 67만명(112%)이 증가하였다. 당시 정원의 30%를 초과하여 입학시킨 후 졸업시 정원을 초과한 30%는 탈락시키겠다는 것이었으나 초기부터 제대로 시행되지 않다가 1987년 폐지되었다. 전두환 정권의 졸업정원제는 장래의 경제전망, 산업구조 재편 등 장기적 비전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생수를 대폭 증가시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었으나(실제 위 정책을 실시하였던 1980년은 그 직전의 제2차 오일쇼크로 전세계가 경제침체를 맞았던 시기였다) 1980년대 중반 3저 호황을 배경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제공할 수 있었고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의 수요, 공급이 크게 엇나가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뉴시스 

2. 김영삼 정권의 대학설립 준칙주의 및 대학정원 자율화, 김대중 정부의 정책 지속

김영삼 정권은 1995년 5월 31일 교육개혁정책을 발표하였는데 그것이 한국의 고등교육을 급격하게 변모시켰고, 김대중 정권 및 노무현 정권 중반기까지 지속되었다. 그 핵심 내용은 대학설립준칙주의 및 대학정원 자율화, 대학평가와 재정지원 연계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김영삼 정권은 자율화를 표방한 자유주의와 경쟁을 내세운 시장원리를 결합하여 규제완화를 내세웠다. 명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나 김영삼 정권이나 그 이후의 정권들은 스스로 세운 원칙조차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여 부실대학의 난립을 초래하여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큰 후유증을 남겼다. 이러한 후유증은 단순한 공산품과 달리 대학정책은 국가의 산업 발전이나 전망과 인력 양성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게 되고 그것은 개인들의 일생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

김영삼 정권의 대학설립 자유화 및 대학정원 자율화의 내용을 간략히 보자. 1996년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제정하여 종전의 대학설립인가제(대학설치기준령)과 달리 총정원과 학과의 수에 대한 하한선을 없애고 교지(校地), 교사(校舍), 교원(敎員), 수익용기본재산의 최저 기준만 제시하였고 교원은 개교전 법정기준의 1/2 이상 확보하고 나머지는 개교연도에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정부는 위 설립준칙주의를 정한 대학설립운영규정이 설립은 물론이고 운영시에도 적용되는 규정이므로 기존 대학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정부 당국은 대학정원자율화를 통하여 그 적용을 회피하는 것을 묵인하여 왔다. 대학정원 자율화는 1996년 포괄승인제(정부는 계열별 증원규모 결정, 대학은 그 범위내 학과 신, 증설 결정), 1997년 교육여건연동제(일정한 교육여건 갖춘 대학은 증원규모도 대학 자율 결정), 1999년 완전 자율화(국공립대학교, 교육, 사범계열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 증원 규모 및 학과 신설, 증설 자유화)의 단계를 거쳤다.

대학정원 자율화 정책의 문제점은 정부가 설립준칙주의 이전에 설립된 모든 대학들을 자율화 조건을 맞추지 않아도 사실상 방치하여 설립운영규칙 준수를 강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대학정원의 자율권한은 설립운영규칙의 기준을 100% 만족시키는 대학에만 허용하였으나 할 것인데 이를 방치함으로서 무분별한 증원이 이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위와 같은 정책으로 인하여 대학진학률은 1990년대 중반부터 기형적일 정도로 폭발적 증가를 보였고 현재 그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고 있다. 아래 도표를 보면 그 심각성이 시각적으로 느껴진다.

  
▲ 1990년~2010년 간 대학진학률 추이 

노무현 정권 중반기 대학 남설로 인한 문제점과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대학구조조정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기 이전까지 각 정권은 미래의 산업구조 변화 또는 한국 경제의 전망에 대한 깊은 검토 및 연관성 확보 없이 인기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였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수험생을 둔 학부형, 학생, 대학 운영으로 수익을 올려 보려는 사이비 교육사업가들에게는 위와 같은 정책은 시행 당시에는 인기를 얻기 쉬웠을 것이고 선거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대중인기영합주의적 정책, 명분은 좋으나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대안은 없는 정책의 본보기라 생각한다.

II. 산업과 대졸인력의 불균형

1. 대학설립이 자유화되고 대학의 학생정원마저 자율화되자 경쟁력 없는 대학, 학문이나 산업전문인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대학이 양산되게 되었다. 대학간 경쟁을 통한 세계적 대학 양성이라는 목표와 전혀 상반된 결과가 생겼고,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대졸 인력이 양산되어 사회적 문제가 생겼다. 대졸학력의 취업자가 고졸 취업자의 평균임금보다 저임금을 받고 있는 비율이 199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어 최근에는 4명 중 1명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교육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4년제 대졸자 넷 중 한 명, 고졸보다 임금 낮다. 

2.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대졸인력의 청년취업률은 24%로 OECD 평균인 39%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인력 수급 예상에 따르면 2030년 이공계 인력이 30만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대학설립 자유화 이후 많은 대학이 설립되었지만 이공계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보다는 인문계쪽 비율이 늘어난 것이라 추정되는데, 이는 아마도 인문계 대학이 그 설립비용이 적게 소요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최근 산업현장에서 이공계 인력을 선호하고 있고 인문계 대졸자들이 구직난이 심각해져 가고 있어 시장기능에 따라 점진적으로 조정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하지만, 실제 이와 관련된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정부 정책을 보면 조화가 되지 않는 면이 있다. 2014년 교육부 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의 통합형 교육과정 연구안을 보면, 2009년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의 필수교육시간은 각 15단위였으나 통합형 교육과정 연구안은 국어, 영어, 수학은 각 12.25단위, 사회는 16단위, 과학은 10단위로 축소되어 있고, 과학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나뉘는 것을 생각하면 각 과목마다 2.5단위에 불과하게 축소되어 있다.

국가의 산업 전망에 비추어 보면 이공계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게 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으나 고등학교 교육은 과학 교육을 축소시키고 있어 서로 모순되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이 과학교육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중국은 1단위를 학기당 17시간으로 하고 수학은 10단위, 과학은 18단위를 규정하고 있다)을 고려하면 장래의 국가경쟁력이 추락할 요인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된다.

III. 대학의 구조조정과 정부의 역할

1. 지난 정권들이 인기영합주의적인 고려하에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하고 대학정원을 자율화한 후 스스로 정한 대학설립운영규칙마저 제대로 엄격하게 집행하지 않아 대학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게 되었고 향후 인구 구조를 고려하면 대학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2. 현행 박근혜 정권의 대학구조조정정책은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책보다 대학의 정원 축소에 초점을 맞추어 수도권, 지방 대학에 골고루 대학정원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경쟁력 강화가 초점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에 더 중점을 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향후 산업전망에 기초하여 인력 수급을 검토하고 이에 맞추어 구조조정을 유도하되 교육의 질과 학사운영을 공정하게 평가하여 기준 미달의 대학은 퇴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고교졸업생 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대학의 정원을 1/N씩 줄이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방안이 아니다.

  
▲ ‘대학 학생정원 조정 지침’ 상의 정원증원 기준(1998년도 이후) 

이와 관련하여, 현재 인문계 대학 졸업생들이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현상을 수년 전 예측하지 못하였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산업계에서는 이미 이공계 인력의 수요가 늘고 있고 인문계 인력의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이와 반대로 운영해 온 것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인문학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인정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에 인문계열의 학과들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도 검토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

3. 정부는 5.31 교육대책 이후 다양한 재정지원정책으로 대학의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각 정책과 관련한 내용의 투명한 공개, 공정한 집행을 통해 대학 운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각 대학이나 전문대학의 총장 등으로 가는 낙하산 인사가 없도록 해야 하고 위와 같은 재정지원 정책을 집행함에 있어 정실이나 인적 관계에 의한 왜곡이 없어야 한다. 특히 연구지원비를 대폭 상향하되 그 지원 선정 과정 및 집행 검토를 공정히 하여 연구능력이 뛰어난 대학을 양성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4. 끝으로 학생, 학부모는 대학을 각자의 능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대학은 자율적으로 대학에 적절한 방법으로 신입생을 공정히 선발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차기환 변호사

(이 글은 자유경제원과 사학포럼이 공동개최한 '대학교육의 질적 혁신을 위한 올바른 대학 개혁의 방향' 정책토론회에서 차기환 변호사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 

       

▲ TOP

NO. 제 목 등록일자
6010 [보도] 죄수의 딜레마와 반트러스트법, 그리고 공정거래법
자유경제원 / 2015-03-03
2015-03-03
6009 [보도] [ 청년칼럼 ] 경쟁의 이미지메이킹
자유경제원 / 2015-03-03
2015-03-03
6008 [보도] `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연재
자유경제원 / 2015-03-03
2015-03-03
6007 [보도] 한국의 성장신화, 시작은 이승만의 `토지개혁`
자유경제원 / 2015-03-03
2015-03-03
6006 [보도] 박근혜 정부, 정원 줄이기와 빗나간 대학 구조조정
자유경제원 / 2015-03-03
2015-03-03
6005 [보도] [ 청년칼럼 ] 법정스님 ‘무소유’ 비판
자유경제원 / 2015-03-03
2015-03-03
6004 [보도] < 전용덕 칼럼 > 죄수의 딜레마와 반트러스트법
자유경제원 / 2015-03-03
2015-03-03
6003 [보도] 경성대 황수연 교수 `2015 시장경제교육상` 수상
자유경제원 / 2015-02-26
2015-02-26
6002 [보도] 자유경제원, "KBS 다큐에서 대한민국 부정을..."
자유경제원 / 2015-02-26
2015-02-26
6001 [보도] KBS 다큐 `뿌리깊은 미래` 뿌리째 대한민국 역사 부정
자유경제원 / 2015-02-26
2015-02-26
6000 [보도] 자유경제원, ‘2015 시장경제교육상’ 수상자로 황수연 교수 선정
자유경제원 / 2015-02-26
2015-02-26
5999 [보도] 시장경제교육상에 황수연 경성대 교수
자유경제원 / 2015-02-26
2015-02-26
5998 [보도] 무상복지는 세금복지·복지투자는 복지지출이다
자유경제원 / 2015-02-26
2015-02-26
5997 [보도] 무상급식·무상복지…공부하러 왔다 빚만 지고 가지요
자유경제원 / 2015-02-26
2015-02-26
5996 [보도] 황수연 경성대 교수, ′2015 시장경제교육상′ 수상
자유경제원 / 2015-02-26
201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