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출처:뉴시스 |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내수부양에 목표를 두고 있지만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의 임금은 내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반면,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임금동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부의 양극화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졸속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보금 과세, 제도 취지 이해 못한 정부···명분은 내수활성화 지난해 8월에 개최된 제47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정부는 유보이익과세를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명칭으로 발표했다. ‘경제활성화’라는 막중한 짐을 짊어진 ‘경제2팀의 수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해 기업의 소득이 가계로 흘러들어가 내수 부양에 긍정적이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다. 기업과 가계소득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기업소득의 증가가 가계소득의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국은 미국, 일본, 대만 등 외국에서도 유보분에 대한 추가과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이를 국내 기업에도 합리화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국내 기업에 있어 배당 확대 방안’ 보고서를 통해 사내유보금에 대한 지나친 배당 유도는 기업의 외부 자본조달 확대로 이어져 자금조달 비용증가 및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지만 이의 주된 목적은 조세회피 문제를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내부 유보를 확대할 경우 이는 자산 가치로 이어지고 주가가 상승하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주가가 상승해 매도를 하게 되면 자본이득세가 부과되는데 이보다 배당소득세가 낮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유보과세’다. 제도의 취지를 보면 자본이득세가 없는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도입할 명분이 크지 않은 셈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내야 할 세금이 많게는 약 1조원이 넘을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분명히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하지만 당국은 이 제도를 통해 기업들로 하여금 사내유보금을 사용하도록 유도해 둔화된 민간소비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불안한 기업소득환류세제, 정부는 기업의 미래 책임질 수 있나? 올해부터 적용된 기업소득환류세제란 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한 경우 법인세 이외에 추가로 세금을 부과(단일세율 10%)하는 제도다. 기업의 세후이익 가운데 투자·배당·임금을 합한 금액이 80% 이상 되지 않으면 또다시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기업은 사내유보금을 여러 형태로 내보내야 한다. 이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쌓아두고 투자와 배당 및 임금인상에 소극적이어서 경제회복이 미진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시절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했으나 기업들이 이에 대한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당국의 불만도 일부 작용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내수부양을 위한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중심으로 근로소득증대세제와 배당소득증대세제가 이를 지지하는 구조로 돼 있다. 쉽게 말하면 기업이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배당증대 혹은 투자 등을 통해 사내유보금을 과도하게 쌓아두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과도하게 쌓아둘 경우 이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기업은 이를 피하기 위해 세금을 내든지 아니면 다양한 형태로 유보금을 소진해야 한다. 지난 1월 자유경제원은 여의도 본사 회의실에서 정책토론회를 갖고 기업환류소득세제에 대해 ‘기업의 자율성을 헤치고 시장에 지나치게 간섭, 규제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자유경제원은 “사내유보금 증대는 미래 불안이 원인”이라며 “위기에 빠지면 일반 기업을 정부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기업의 본성은 수익이 나지 않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기보다는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다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대비하려는 목적이 크다. 따라서 자유경제원은 정부의 정책 초점이 정책투명성 확보와 규제개혁에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경환 부총리의 법인세에 대한 일관적이지 못한 주장도 문제다. 최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피력해왔다. 하지만 담뱃값 등을 비롯한 일부 부가세들이 오르며 ‘서민증세’ 등 여론이 악화되자 최 부총리는 ‘기업환류소득세제’가 사실상 법인세 인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환류소득세제를 법인세 인상이라 할 경우 세계적으로 법인세 감면 추세가 이어지는 것을 거스르는 셈이다. 일관적이지 못한 표현과 주장에 신뢰는 더욱 떨어진다. 임금동결과 배당확대, 정부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배당을 공시한 상장법인 수는 전년동기대비 64개사가 증가한 714개로 배당금 총액은 같은 기간 3조2031억원 증가한 14조142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국내 재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배당금총액이 직전년도대비 각각 40.5%, 52.9% 늘어난 2조9246억원, 8173억원으로 집계돼 배당금총액 증가에 두 기업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이는 정부의 정책의도를 기업들이 수긍하는 눈치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삼성전자의 임금동결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재계 1위 삼성전자의 이 소식은 업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는 국내 업계 전체로 ‘임금 동결’ 릴레이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듯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수요정책포럼에서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투자, 배당, 임금 확대를 유도해 내수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중 임금은 내수에 즉각적이고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배당은 대폭 확대된 반면, 임금은 동결돼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최 부총리는 국민연금을 언급하며 “배당소득환류세제의 수혜자는 전국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배당소득환류세제의 타깃은 중산층”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정책관련 발언에 일관성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한 재계관계자는 “배당은 중산층이 타깃이라는 발언과 함께 서민들을 달래줄 정책이 필요하다”며 “임금이 그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업 입장에서 임금보다는 배당 운용이 탄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배당소득세제(배당세 인하)와 근도소득세제(임금인상분 세금 공제)를 놓고 보면 두 정책에 부합하는 기업에는 각각 공제를 통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임금은 한번 올리면 내리기 쉽지 않지만 배당은 기업 실적에 따라 연동돼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다. 기업환류소득세제를 놓고 보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임금보다 배당정책을 선호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임금동결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가계소득증대를 위한 정책 중 서민은 물론 모든 근로자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임금은 동결됐다. 정부는 이 소식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금인상으로 인해 세금공제가 이뤄질 경우 오히려 세수결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가 임금인상을 추진하려는 것이 사실인지 의심스럽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 반해 중산층 이상은 배당금 확대와 더불어 세금감면의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순서도 뒤죽박죽”이라며 “배당확대로 인해 주식투자는 활성화될 수 있겠지만 내수활성화를 위한 소비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말만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하지 말고 정부가 좀 더 신중히 정책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