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뒤 기자들이 “시행령을 통해 김영란법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인가, 아예 법을 개정하겠다는 의미인가”라고 묻자 김 대표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답해 시행 전 법 개정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대표는 김영란법 통과 이전부터 법의 부작용을 우려해 왔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특히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은 경제활동이 위축된다는 점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취업자 대비 소상공인의 비중이 30%를 육박하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이대로 발효되면 사실상 서민경제는 실종된다”며 “이런 문제의식들을 대표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초, 국회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으로부터 “법의 미비점이 많고 경제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요지로 보고를 받은 뒤 이런 인식이 강해졌다고 한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2월 임시국회 본회의 표결 때도 당 대표만 아니었으면 반대 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당장 김 대표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김영란법 개정은 원내 현안으로 유승민 원내대표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이대로 덮고 갈 순 없다는 점에선 유 원내대표의 시각도 김 대표와 비슷하다고 한다. 다만 김영란법 시행령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위헌소송을 제기한 만큼 지금 개정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판단이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문제 소지가 있으니 바꿀 필요가 있는 부분은 바꿔야 한다는 입장은 명확하다”며 “다만 김영란법을 둘러싼 변수들이 어느 정도 정리된 시점부터 당내 논의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유관기관인 자유경제원이 개최한 김영란법 토론회에선 여러 가지 우려가 쏟아졌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김영란법은 배우자 행위도 책임지는 신분법으로 매우 위험한 포퓰리즘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 있으면 해결하자는, 국민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은 “김영란법이 현실화되면 10년 뒤 전과자가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글=권호·박미소 기자 gnomo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