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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운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협화음을 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내수 진작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앞장섰고, 유승민 여당 원내대표가 맞받아 '당정은 물론 여야 간에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나섰고,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이 뒤늦게 맞장구를 치고 나왔다. 이에 질세라 야당 새정치연합은 최저임금 인상은 “오래전부터 우리 당이 주장해온 것”이라며 반겼고, 문재인 당대표는 '경제정당’을 표방(標榜)하면서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마치 2012년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앞 다퉈 벌인 '복지 경쟁’을 보는 듯하다. 빠질세라 민주노총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저임금을 빨리 많이 올리자’는 정책 하나를 놓고 정부, 여·야 정치권, 노동계가 이처럼 협화음을 내는 경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 효과는 신통치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최저임금을 6년 동안 올리지 않아
미국 이야기다. 어떤 사람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무려 39.3%나 올리려 한다며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나친 곡해(曲解)다. 미국은 최저임금을 2009년에 시간당 7.25달러로 올린 후로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해 왔다. 이를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에 시간당 10.10달러로 올리려 했으나 실패했고, 2015년에도 실패했다. 공화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안대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미 의회예산처 보고서가 밝힌 대로 저임금 근로자 일자리가 약 50만 개 감소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1938년에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후로 저임금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여 최저임금을 제조업 평균임금의 40%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 결정해 왔다. 미국은 '지나친’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일자리 감소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입증해준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한강에 돌멩이 하나 던지는 격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의기투합하여 최저임금을 '많이 빨리’ 올려야 한다고 야단들이다. 이 글의 목적은 최저임금을 '많이’ 올린다 해도 그 효과는 '한강에 돌멩이 하나 던지는 격’이라는 것을 밝히려는 데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저임금 총액이 우리나라 (전규모 5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근로자 임금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4.3% 정도에 지나지 않아 최저임금을 '많이’ 올린다 해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4.3%를 유도하는 설명은 아래 <부록>을 참조하면 된다.) 정확한 자료가 주어진다 해도 4.3%라는 수치는 5%를 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최저임금을 10% 올린다고 하자. 그러면 최저임금 총액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임금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에서 4.8%로 오른다. 최저임금을 10% 올려봐야 그 효과는 한강에 돌멩이 하나 던지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최저임금 인상이 내수에 미치게 될 효과를 보자. 첫째, 4.3%라는 수치는 가공(架空)의 수치에 불과하다. 4.3% 유도에 사용된 영향률이란 최저임금법에 따라 직접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 대상 근로자의 비율인데, 이는 단순히 추정치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최저임금 수혜자가 몇 명인가는 아무도 몰라 최저임금을 '많이’ 올린다 해도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둘째,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소위 미만율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실제로 별것이 아니다. 미만율은 2004년 이전에는 5% 미만이던 것이 2007년부터는 급증해 현재 약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1800만 적용대상 근로자 가운데 약 180만 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다. 여기에는 외국인 근로자 약 86만여 명이 포함된다. 이들의 경우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인상분이 해외로 송출된다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더욱’ 별것이 아니다. 조준모, <최저임금, 경기 살리는 '요술 방망이’일까>(중앙일보 〔시론〕,2015.3.16.)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일자리 감소 가져와
최저임금제는 복지정책이 아니다. 복지정책은 부자의 돈으로 약자를 돕는 정책이다. 최저임금제는 정부가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포켓을 강제로 털어 저임금 근로자를 돕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어떻게 될까? 저임금 근로자 일자리가 감소한다. 지금은 저임금 일자리 하나라도 소중하게 지켜야 할 때다. 최저임금제에 관해 유명한 말을 남긴 밀튼 프리드먼을 인용한다.
“최저임금법은 사용자들에게 기능이 낮은 근로자들을 차별하도록 한다. 이런 투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야말로 최저임금법의 실상이다. 예를 들면,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기능이 거의 없어서 노동이라고 해야 시간당 2달러의 가치밖에 없는 10대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소년 또는 소녀는 앞으로 보다 낳은 일자리를 얻도록 해줄 수 있는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 그 임금으로라도 몹시 일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법에는 사용자가 이 소년 또는 소녀에게 시간당 2달러 90센트(1979년 현재)를 줄 의사가 있어야만 비로소 이러한 사람이 고용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사용자가 그 사람의 노동의 값어치인 2달러에다 사랑의 정신으로 90센트를 덧붙여 줄 의사가 없는 한 이 10대는 고용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젊은이가 시간당 2달러를 지불하는 일자리라도 얻게 될 때보다도, 시간당 2달러 90센트를 지불하는 일자리를 가질 수 없게 될 때가 어째서 형편이 더 낫다는 것인지 우리들에게는 언제나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편의점 여주인은 알바에게 최저임금 주기도 버겁다며 사뭇 울상이다. 편의점에 납품되는 상품가격과 운영에 드는 관리비는 한 푼도 조정할 수 없을 정도로 고정되어 있어서 이윤을 챙기려면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듣는 내가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영세업체의 99%가 최저임금을 준다는 기사는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를 우려하게 한다. 만일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합심하여 예를 들면, '의료법인 영리화 법안’ 같은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고급 일자리가 엄청나게 쏟아질 것이다. 기업 투자를 옥죄고 있는 수많은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저임금 일자리만 없애고 내수 진작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최저임금 인상만 강조하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협화음이 어서 깨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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