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9) - 신용, 또 하나의 자본

자유경제원 / 2015-04-02 / 조회: 2,444       업코리아
자유경제원은 한국의 기업가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이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을 정리하였다.

  

신용, 또 하나의 자본 
  

   
▲ 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정주영 회장은 신용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긴 것으로 유명하다. 가난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던 소년은 더 빨리 배달하기 위해 자전거 타기를 밤에 연습하고 회계장부를 정리하고 곡물들을 분류해서 잘 쌓아놓는 등 쌀가게 주인의 신임을 얻는다. 그렇게 신용을 쌓았더니, 쌀가게 주인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정주영에게 쌀가게를 넘겨준다. 

물론 아직 신용이 쌓이기 이전에는 사업에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은 결국 자신의 노동력과 근검을 통해 축적한 저축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그는 근검하기로도 유명했다. 그러나 신용이 쌓이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가 동원할 수 있는 자본도 자신의 저축을 훨씬 더 넘어설 수 있고, 심지어 돈이 없는데도 공사를 맡긴다.

그걸 보여준 것이 고령교 공사였다. 그는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도 그 공사를 계약대로 해냈다. 그는 이 공사로부터 장비의 중요성,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계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 등을 배웠다고 했다. 결국 그는 친척들의 집까지 팔아가면서 고령교 공사를 손해를 무릅쓰고 마쳤다. 그런 신용을 쌓은 덕분에 자신의 현대건설이 후일 한강교 복구공사를 맡게 된다. 정주영 회장은 성공하는 데 자본이 없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신용을 쌓아놓지 못한 것을 두려워하라고 했다. 

기업가정신의 핵심을 불확실성의 최종적 부담으로 보면, 자본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최종적 책임을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자본의 소유를 기업가정신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 물론 신용을 쌓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지 않으며 좋은 평판을 쌓아나가야 비로소 신용을 얻게 된다. 그러나 정주영 회장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자본을 소유하지 않은 채 시작하더라도 기업가정신의 발휘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을 들여쌓은 신용 자체가 일종의 자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신용을 쌓으면 은행에 가서 담보 없이도 빌릴 수 있다. 정주영 회장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은행에 가서 얼마나 빌려올 수 있소?”얼마나 사업을 잘 해 왔느냐, 다르게 말하면 얼마나 잘 살아 와서 어느 정도의 평판을 얻었느냐고 묻고 있다. 

정주영 회장은 기업가정신의 발휘에 자본의 소유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이런 주장이 자본의 소유를 중시하는 기업가정신 이론과 상충하지 않는다고 본다. 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자신의 시간을 투입해서 평판을 쌓으면, 그 평판 자체가 일종의 자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이미 자본의 소유자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그는 실패하면 평판이라는 자본을 잃게 된다. 즉 잃을 게 있기 때문에 기업가로서 최종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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