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은 한국의 기업가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시대를 이끌어간 기업가, LG그룹 창업자 구인회의 이야기를 전남대 경제학부 김영용 교수가 정리했다. |
기회를 포착하여 행동하는 사람
▲ LG그룹 창업자 구인회 |
둘째, 기회를 포착하여 행동하는 불굴의 의지와 강한 추진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커즈너(Kirzner)는 기업가의 속성으로서
'깨어있는(alertness)’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로스바드(Rothbard)는 이에 더하여 실제의 행동(action)을
중시했다.
1936년 병자년의 대홍수 뒤에는 풍년이 들고, 그렇게 되면
혼수용 포목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연암의 예측이나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옷감 등 생필품 수요가 급등할 것이라는 예상도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가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것들이다.
많은 사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자산업에 진입하면서 '사업은 기회고 선점’이다.”라는 점을
강조한 연암의 말도 기회 포착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다. 또한 “몇 년 해서 안 된다고 문을 내릴 순 없다. 구름 뒤에 숨은 해를 생각해야
하는 기라.”는 말은 잘 안 되는 전자산업을 접고 화학 산업에 매진하자는 참모들의 주장에 전자산업을 포기하지 않고 결말을 맺는 불굴의 의지와
강한 추진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깨지지 않는 화장품통의 뚜껑 개발을 위해 진력을 기울였던 연암이 플라스틱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그 개발에 나선 것도 화학 산업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추진하는 기업가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연암이 플라스틱 제조업에 진출하고자 했을 때 임원들은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다.
6.25 전쟁 중에 5억 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무모하고 그 동안 럭키크림으로 벌어 놓았던 돈을 몽당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암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그의 뜻을 밀고 나갔다. “다들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지만 세상살이란
눈을 크게 뜨고 먼 장래를 내다보면서 살아야 하는 법이다. 눈앞의 이익만 살피거나, 어려운 일을 피하고 요령 부리며 산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매사 신념을 갖고 흔들림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사업은 남이 손대기 전에 해야 빛이 나는 법이다. 화장크림 사업도 전란 속에 키운 게
아닌가? 생산업자가 국민의 생활용품을 차질 없이 만들어 공급하는 일도 애국하는 길이다. 군인들이 일선에서 싸우듯이 우리도 새로운 사업을 착실히
추진해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플라스틱 사업을 해 볼 생각이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나?” 연암의 이 말에는 기업가란 미지의
이윤 기회를 찾아 나서는 사람이며, 그 보람은 기업가가 찾는 이윤으로서 금전적인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 요인을 포함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잘 나타나
있다. 물론 기업이 생존 가능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전적 이윤이 양(陽)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이윤 기회의 포착은 기존의 기회에서 생기는 이윤은 점차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즉 어떤 기업가가 시장에서 뭔가 저평가된 요소를 발견하여 이윤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면 이윤 기회는 줄어들고 궁극적으로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그 사업에 참여함에 따라 저평가된 생산요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그 가격이 오르는 반면, 그러한 생산요소를 이용하여 생산한 제품의 공급이 증가하여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연암이 화장품 유통업에서 화장품과 플라스틱 제조업, 전자산업, 정유
사업에 진출한 것도 기존의 사업에서 이윤 기회가 점차 소멸되거나 소멸될 것으로 예상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화장품 사업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님을 인식한 연암은 1954년 화장품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플라스틱 사업 비중을 높여
나갔다.
는 물론 천시(天時)와 지리(地利)를 활용하고 인화(人和)를 갖춘 데다, 시대의 변천을 통찰하고 사업을 벌이는 연암의
지도력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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