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의 시대를 열다.
현진영의 모델이 바비 브라운이었다면 H.O.T의 벤치마킹 대상은 뉴 키즈 온 더
블록이었다. 뉴 키즈 온 더 블록은 모리스 스타라는 미국 아이돌 그룹의 창시자가 만들어낸 기획 상품이었다. 예쁘장한 백인 소년들이 부르는 흑인
정서의 음악은 순식간에 미국을 점령했다. 1995년 3월 11일자 동아일보 기사는 이수만에게 확신을 주었다. 부모를 제치고 구매결정권을 행사하는
미국 청소년들이 지불하는 비용이 한 해 무려 96조원이라는 내용이었다. 청소년들은 기꺼이 H.O.T를 서태지를 잇는 그들의 새로운 대변자로 받아들였고 후원군이 되었다. '전사의 후예’에 이어 후속곡인 '캔디’까지 표절 시비에 휘말렸지만 이미 팬덤을 형성한 청소년들은 H.O.T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었다. 이수만은 멤버들의 개성을 살려 다섯 명을 각기 다르게 포지셔닝했다. 문희준은 유머humor 가이, 강타는 핸썸handsome 가이, 장우혁은 터프tough 가이, 이재원은 샤이shy 가이, 토니 안은 무드 mood가이로 포장되었다, 폭넓은 성향의 팬들이 취향에 맞춰 골라잡을 수 있도록 다변화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이 전략은 시장에서 통했고 나중에 소녀시대의 창설 때에도 그대로 응용된다.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H.O.T의 멤버들은 차례로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이수만은 1997년 2월 H.O.T의 잠정적인 활동중단을 발표하고 고별무대라는
형식을 통해 휴지기에 들어간다. 이는 서태지가 이미 구사했던 전략으로 앨범 출시와 활동 개시 - 휴지기 - 후속 앨범 발매와 활동 재개를
탄력적으로 구사하는 전형적인 순환 마케팅 기법이었다. (활동중지라더니 겨우) 3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H.O.T는 1997년 6월 2집 앨범
'늑대와 양’을 발매한다. 보이 그룹으로 시장을 타진한 이수만의 다음 프로젝트는 걸 그룹 조직이었다.
이전에도 걸 그룹은 있었다. 그러나 눈요깃거리에 머물다가 사라지는 게 그때까지 등장했던 걸 그룹의 경로였다. 그들은 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는 체력도 준비도 없었다. 이수만은 중국어를 담당할 멤버까지 확보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도중하차하는
바람에 그 꿈은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이수만은 H.O.T멤버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걸 그룹 멤버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준다. 최성희는 바다,
유수영은 슈, 김유진은 유진이 되었고 이들의 이니셜을 따서 S.E.S를 팀 명칭으로 정했다. 세 사람은 아침 열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연습을
반복했다. 이수만이 걸 그룹 결성 때부터 염두에 둔 것은 일본 시장 진출이었다. 1998년
2월, 이수만은 S.E.S와 함께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일찍이 일본의 음악 평론가 교 노부코는 “일본에서 한국가수가 엔카를 부르지
않으면 음반을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이 음악 산업계의 상식”이라고 단정 지어 말한 바 있다. 조건은 40개월에 2천 5백만 엔. S.E.S의 일본 활동은 활발했지만 생각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포지셔닝에 문제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신비로운 요정의 이미지였지만 일본에서는 그것을 만들어 내지 못했고 그저 그런 걸 그룹 중 하나로 묻혀버린 것이다. 이수만에게는 좀 더 연구할 시간이 필요했다. BoA(본명 권보아)는 대단히 특이한 한류다. 보아는 'K-팝을 부르는 한국인 가수’도 아니고 'J-팝을 부르는 일본인 가수’도 아니다. 보아는 'J-팝을 부르는 한국인 가수’다. 이수만의 전략이 그 영역까지 확대된 것이다. 그렇다고 100% 완제품 수출 상품도 아니다. 보아는 SM엔터테인먼트가 일본 굴지의 레코드 회사인 에이벡스Avex와 합작하여
생산한 합작품이다. 보아의 벤치마킹 모델은 아무로 나미에였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일본어를 현지인처럼 구사하려면 최소한 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즉, 트레이너들에 의해 단련되는 시간 + 3년이다. 후보군을 초등학교 고학년 중에서 골라야 했던 이유다. 보아는 오디션에서 S.E.S의 '완전한 자유’를 불렀고 바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연습생으로 선발된 초등학교 5학년 생 보아는 학교인 경기도 남양주에서 서울 방배동 연습실까지 시외버스, 전철, 택시를 갈아타며
왕복 5시간을 길에 버렸지만 단 한 번도 지각을 하지 않았다. 사람이 성공하려면 최소한 둘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 중국에서의 H.O.T의 성공, 일본에서의 보아의 성공부터는 생략한다. 이제까지의 과정만으로 이수만이라는 기획자가 어떤 경로로 한국 음악 산업을 발전시켜 왔는지 이해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그룹 신화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에 관심이 있다면 여기서 논의가 중단된 것이 섭섭할 수도 있겠다. 발굴에서 진출까지 그 경로는 대부분 비슷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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