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국가 건설자' 우남 이승만 대통령의 정치사상과 철학을 살펴보고, 오늘날 세계 시장경제 질서의 중심에 선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되짚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승만 대통령의 경제이념과 미래를 내다보는 리더십에 주목하면서, 특히 '작은 정부'를 추구했던 우남의 통찰력이 지금의 대한민국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자유경제원은 15일 오전 여의도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우남이승만의 도덕철학과 시장경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의 사회로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이 발제를 맡았으며, 김학은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대학생 이건희씨(인천대학교 무역학부)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박성현 주필은 이승만 대통령이 이미 1904년 옥중에서 집필한 <독립정신>에서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시장경제체제가 세계 질서의 기준이 될 것이란 사실을 예견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에 대해 개방적 관계를 가져야 번영한다. 과학문명을 익혀야 번영한다. 인간존중과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해야 번영한다.
한국인은 바지런하고 똑똑하기 때문에 세계시장, 과학문명, 인간존중, 자유민주주의에 있어 다른 여느 민족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개인 실존의 정신적 각성에서 출발해 이뤄내야 한다. 이 실존적 각성이 바로 독립정신이다. 독립은 독립정신의 결과물일 뿐이다.”
- 이승만 저서 ‘독립정신’ 中
박 주필은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 진실, 과학에 바탕하고 있는 보편적 세계시장 질서’라는 신념을 가지고, 시장경제 제체의 ‘주춧돌’을 놓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소련 스탈린이 추구한 공산주의 팽창을 막고, 단시간에 ‘현대 시장경제의 기반’을 마련한 국가는 전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우남은 세계시장, 자유민주주의를 기본방향으로 건국을 주도했다. 기업가 정신이 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한편, 농지개혁을 통해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지주와 소작농’을 없앴다. 근대 국가를 위한 중앙은행과 관료체제도 새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6.25전쟁을 이겨내고 한미동맹을 만들어 상대적으로 매우 안정된 정치, 안보, 군사 환경을 만들었다. 교육폭발을 만들어내고 단시간에 인재를 양성했다. 나아가 불교 정화를 통해 일본문화에 예속되지 않는 자유를 확보했다.”
다른 한편으로 박성현 주필은 "시장이 20억년 전 '자연' 속에서 발생했다"는 독특한 주장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진핵생물(Eukaryote)의 등장과 성 분화에 의한 생식이 현대의 시장 모델과 매우 흡사하다는 관점을 나타냈다.
다시 말해, 성 분화 과정은 개체사이의 역할분담(수컷, 암컷)과 개체사이의 소통과 협조, '짝짓기'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 등의 프로세스를 수반하고, 이는 시장에서 인간이 겪는 모습과 오버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주필은 시장의 기원을 '자연'으로 보면서도, 그 의미를 단순히 '기원'의 범위로 한정했다. 시장의 진화와 발전은 전혀 자연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인위적'이라는 것. 그 이유에 대해 박 주필은 "인간의 목적의식적 선택과 실천이 수반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나아가 시장제도가 저절로 잘 진화하거나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간교함'을 시장의 발전에 위협이 되는 요소로 간주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정신'을 지키고 실현하고 운영하려는 목적의식적 선택과 실천만이, 시장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정석 편집위원은 이승만 대통령이 거대정부가 일반적인 상식이었던 1940년대에, 작은 정부와 시장원리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정석 편집위원에 따르면,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주의적 경제이념'은 미군정으로부터 넘겨받은 귀속재산을 민간에 불하하고, 경공업을 발전시켜 생필품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공급주의' 이론을 이해하고 시행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관료들과 우파인사들조차도 ‘자본주의 계획경제’를 경제이념으로 내세우고 있었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1949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안에나 민간 속에 중첩 복잡하고 불필요한 기구가 없지 않으므로, 이것은 조속이 없애야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불요불급한 관리가 있으면 이것을 감원해야 할 것이고, 번잡한 공무원의 계위도 철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제문제만 하더라도 통제경제정책을 없애고,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거한 자유경제 정책을 취하자는 것이 나의 본래 의도다.”
- 이승만 기자회견문 中 (1949년 12월 24일자 경향신문)
한정석 편집위원은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주의 경제정책은 6.25전쟁을 거치면서 확립됐다고 설명했다. 전쟁으로 산업인프라가 초토화됐지만 ‘삼백산업’ 등 민간생산기구가 재건사업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정부는 산업인프라 구축에 노력하는 민관협력모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앞을 내다본 이승만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은 각종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제 1953년 한국의 경제수준은 전쟁 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국민소득은 15%나 증가했다.
나아가 한정석 편집위원은 이승만 대통령이 화폐개혁을 단행해 통화안정을 가져오는 등 자유경제 제도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했던 방법에서, 그의 자유경제 사상이 극적으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우남은 독립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공채표를 발행했다. 공채표는 독립한 국가의 정부가 정식 발행한 채권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 표다. 미국은 실정법에 따라 철저히 심사 후 채권을 승인하기 때문에 실체가 없는 ‘대한민국 독립’은 채권을 승인받기 어려워 법을 우회한 것이다.
이 방법은 6개월 뒤 아일랜드의 독립투사 에이먼 데 바렐라가 루즈벨트의 법률자문을 받아 동일하게 진행했다. 우남이 스스로 공채표 아이디어를 생각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결과만 놓고 보면 그는 미국의 법과 자유시장경제의 속성을 꿰뚫어보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김학은 명예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이 1948년 12월10일 미국과 한미경제원조협정을 맺으면서 원조를 최초로 법제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경제안정위원회가 1950년 3월 발표한 15개 원칙은 크게 실물경제와 국제통상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때부터 귀속재산의 불하와 한국은행 창설작업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에 전문가를 요청하고 그들로부터 자문을 받았다”며, “이로 인해 한국은행은 전신인 조선은행이나 일본은행과는 다른 미국의 시스템이 이식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학생은 “이승만 대통령은 1923년 발표한 저서 ‘공산당의 당부당’을 통해 공산주의의 폐단을 지적했다”며 “그의 저서들에는 자유와 시장경제를 조선민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남 이승만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북한에 대해서 단호했다. 우남은 자유와 시장경제를 지키기위해 적들과 타협하지 않았다. 공산주의자들은 호시탐탐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 했지만 우남은 단호함과 냉철함으로 그들을 격퇴하고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이씨는 "현재 인터넷을 잠식하고 있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잘못된 이해가 결국 대한민국을 병들게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승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반(反)시장주의, 종북세력의 발호 등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풀 수 있는 열쇠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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