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삼양식품 창립자 전중윤 (1) - 잘나가던 보험회사 사장님과 꿀꿀이 죽

자유경제원 / 2015-04-17 / 조회: 3,176       업코리아
자유경제원은 한국의 기업가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삼양식품 창업자 전중윤 회장에 대한 미래한국 편집위원 한정석씨가 정리하였다.

  

배고팠던 60년대, 5원짜리 '꿀꿀이죽’ 대신 사먹던 국민 구호식품 라면이 출시 50년 만에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로 진출한 글로벌 한류식품이 됐다. 보릿고개를 넘기며 '제2의 주식’이라던 라면은 '우리 집에서 라면먹고 갈래?’라는 청춘남녀의 애정고백 유행어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 라면은 1억 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의 수출을 기록하며 전 세계인을 사로잡는 한류식품으로 그 위상을 떨쳤다. 한국 라면은 일본 라면보다 세계시장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팔린다.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한국 라면의 성공 신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기적과 같은 한국 라면의 성공사에는 한국인들이 시대속에서 애환과 희망을 담아 끓여 먹었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시장에서 벌어졌던 경쟁과 기업가 정신이 있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하려한다.

잘나가던 보험회사 사장님과 꿀꿀이 죽 

   
▲ 삼양식품 창립자 전중윤 회장

1959년 겨울, 한 중년의 신사는 남대문 시장 골목길에 사람들의 긴 줄을 보았다. 그의 눈에 사람들이 들고 있는 깡통이나 냄비같은 것이 들어왔다. 처음 보는 낯선 광경이었다. 그는 잘나가는 국내 굴지의 보험회사 사장이었다.

호기심이 일었던 남자는 골목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거기에는 다름아닌 '꿀꿀이 죽’이라고 불렸던 가난한 서민들의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었다. 당시 미군부대에서 먹다 남은 음식들을 모아서 끓인 꿀꿀이 죽은 한 그릇에 5원이었다. 거기에는 햄조각이나 소시지같은 것들이 있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영양식으로 인기가 있었다. 오늘날 부대찌개라고 불리는 음식의 원조가 바로 그것이다.

꿀꿀이 죽속에서는 때로 담배꽁초나 씹다 뱉은 껌도 나왔다.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든 깡통이나 냄비에 뜨거운 꿀꿀이 죽을 담아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갔다. 그 광경을 본 보험회사 사장은 참담함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고 며칠동안 그 광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일본 출장에서 맛본 한 음식이 떠올랐다. 

기름에 튀긴 꼬불꼬불한 국수. 육수를 내는 분말 스프를 넣고 끓여 먹던 음식. 바로 라면이었다. 맛도 좋았지만, 기름에 튀긴 음식이라 먹고 나서 든든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에 쌀은 부족해도 밀가루는 미국 원조로 넘쳐나지 않는가! 그 남자는 결국 잘나가던 보험회사 사장직을 내던지고 라면 개발사업에 뛰어 들었다. 

바로 제일생명(現삼성생명) 사장이었던 삼양식품의 故전중윤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밀가루로 수제비만 해먹어도 견디는데 거기에 비해 라면의 영양가는 대단한 편이었어. 그때 우리 뱃속에는 지방분이 없었어. 사람이 지방을 하루에 최소한 70g은 먹어야 하는데 5g도 못 먹었으니까. 밀가루는 지방분이 3~4%밖에 안 돼요. 지금은 소득이 높아져 오히려 비만으로 고생할 정도가 돼서 지방질을 멀리해 18g밖에 안 넣고 비타민·칼슘·단백질 같은 영양분을 다양하게 추가하지만, 초기에는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으니 식량 대용으로 이보다 좋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든 거예요.” (전중윤 2009.월간중앙 인터뷰 中) 

1963년, 한국에서 라면은 그렇게 시작됐다. 전중윤회장은 사재를 털어 작은 공장을 짓고 일본을 오가며 라면제조 기술을 배웠다. 당시 일본에는 묘조식품이라는 회사가 인스턴트 라면을 한국보다 4년 앞서 출시해 판매를 하고 있었다. 전중윤회장은 묘조식품 회장을 찾아가 라면제조 기계 판매와 기술전수를 간곡하게 설득했다. 당연히 묘조식품회사의 입장에서 선뜻 허락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묘조식품 회장은 전중윤회장이 국내 굴지의 금융인이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리고 그의 성실함과 의욕을 보고 라면기계 판매와 기술전수를 결심하게 된다. 

금융업으로 성공한 사업가가 불혹을 넘긴 나이에 아무도 해보지 않은 라면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옛날 중국 고사에 식족평천(食足平天), 먹는 게 족하면 천하가 태평하다는 말이 있어. 중국 제왕들도 그렇게 말했고, 국민도 그렇게 생각했거든? 어느 나라 국민이나 마찬가지예요. 먹는 게 제일이야. 내가 동방생명을 만들고 나중에 제일생명도 운영하다가 넘겼지만, 생명보험이라는 게 뭐요? 1년에 사람이 얼마나 태어나고 몇 살 때 얼마나 죽고, 또 평균 수령이 어떻게 된다 하는 숫자가 나와 그것을 보험료 산출 근거로 삼는데, 결국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아니오? 그런데 1960년대가 돼도 식량이 모자라 하루에 두 끼밖에 못 먹어요. 그게 우리나라 실정이었어”(전중윤 2009.월간중앙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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