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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정부는 '초이노믹스’라 불리는 경기부양책을 추진하였다. 여기에는 기업이 소유한 돈을 배당확대 및 사내유보금 과세 등으로 시장에 유통시켜 내수활성화와 소비 진작으로 불황을 벗어나겠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올해 초 정부는 최저임금을 포함해 임금인상을 통한 내수활성화 논의를 주도하였다. 정부 논의의 핵심은 임금인상으로 가계소득을 확대시켜 내수경기를 회복시키자는 데 있다. 즉,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면 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기업이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늘려 경제성장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는 논리이다. 정부는 작년에 사내유보금 과세정책을 들고 나온 것처럼 기업이 이미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임금인상 여력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최저임금을 포함한 전반적인 임금 인상을 옹호하는 정부의 발언은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를 유도하여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소득불평등 정도를 완화하고자 하는 의도 또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최저임금이란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보장하기 위하여 정부가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최저 수준을 시장 균형임금 이상의 일정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해 설정한 임금을 말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정책은 빈곤 퇴치와 더불어 소득 불평등의 완화에 일조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이 과연 정부가 원하는 대로 소득재분배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이론적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첫째,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입장에서 생산비용의 상승을 의미한다.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생산비용이 상승하면 한계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게 된다. 즉, 생산규모의 감소로 인한 노동수요의 감소를 경험한다. 둘째, 최저임금의 인상은 이처럼 최저임금이 노동의 한계생산가치(근로자 한 명을 추가로 생산과정에 투입하였을 때 기업의 얻는 소득의 크기로 제품가격과 노동의 한계생산성의 곱으로 정의)와 일치하는 수준까지 고용수준을 줄이도록 작용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상대적으로 비싸진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려는 유인이 발생하여 기업의 노동수요를 더욱 하락하게 만든다. 셋째, 대체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의 근로자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가격이 그리 높지 않고 대체재가 많아서 소비자들의 가격탄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제품가격이 오르면 시장에서의 제품 판매량이 크게 하락하여 기업의 고용규모는 더욱 축소된다. 즉, 이러한 논의를 종합해보면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근로자들의 경우 혜택을 보지만 이는 운이 나빠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들의 희생이 전제된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은 모든 기업이 최저임금 규정을 준수한다는 가정 하에 이루어진 이론적 분석결과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저임금을 준수하지 않는 많은 기업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 규정을 위반하여 적발된 경우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일정 기간 내에 기업이 시정조치를 취하면 과태료의 50%를 감면해주는 제도도 함께 있다. 현실적으로 전국에 있는 수많은 영세 기업에서 최저임금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 지 여부를 철저하게 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영세기업주 입장에서는 단속될 확률을 반영한 기대비용과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경우의 편익을 고려하여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법률이 정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기업이 존재하는 한 최저임금을 철저히 준수하는 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이곳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노동공급의 증가는 임금의 하락을 가져온다. 즉, 여기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얻은 근로자들은 이전의 직장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게 된다. 이와 같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의 저소득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어 소득활동 자체를 할 수 없게 되거나 혹은 최저임금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서 이전의 최저임금 수준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고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의 인상은 저소득 가구 사이에서도 일자리를 유지하여 임금인상의 혜택을 받는 가구와 기존의 일자리를 잃거나 혹은 더욱 낮은 임금을 받게 되는 가구를 양분하게 만들기 때문에 소득불평등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재분배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첫째, 정책 대상이 되는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있는 산업의 임금에 대한 노동수요 탄력성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만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크게 감소하거나 최저임금 미만의 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의 숫자가 크게 증가한다면 앞서 지적한 것처럼 오히려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최저임금 위배에 따른 처벌수준이 기업의 최저임금 규정 준수에 미치게 될 영향도 함께 분석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저임금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고 일을 하게 될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소득상승효과와 일부 근로자들의 실직 및 근로소득 감소가 가져오는 소득하락효과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국가 전체의 소득불평등도는 개선될 수도 악화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자료를 이용해서 최저임금 근로자들이 많이 채용되고 있는 특정 산업의 생산기술이 노동과 자본을 얼마나 쉽게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석으로 노동수요의 탄력성이 별로 크지 않다고 추정된다면 최저임금 인상 추진이 전반적으로 소득재분배 개선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얼마나 많은 기업이 최저임금 규정을 위반하고 있으며 그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추이는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실태파악도 필요하다. 이로부터 최저임금 인상이 얼마나 많은 근로자들의 이동을 유발하게 되고 이로 인한 소득분배 악화정도는 얼마나 될 지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게 되면 소득재분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인상을 해야 한다면 얼마나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리는 이론적으로 임금인상이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결과들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지만 상대적 효과의 크기는 이론적 분석만으로는 알 수 없다. 보다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의 상대적 효과의 크기를 엄밀하게 추정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수요함수의 추정이 가능하다면 이로부터 최적의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소모적 논쟁보다는 과학적 분석에 의한 논의가 더욱 필요할 때이다.
송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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