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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밥을 잘 먹는다. 가리는 음식 없이 이것저것 잘 먹는 편이며, 음식을 남기는 것도 싫어한다. 어렸을 때 할머니와 자랐는데, 할머니께서 밥을 다 먹을 때 까지 식탁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셨기 때문인 것 같다. 어른들은 복스럽게 먹는다며 이런 내 모습을 좋아하시지만 내 식습관 중 한 가지 고쳐야할 것도 있었다. 그건 바로 배가 불러도 음식을 남김없이 먹는 습관이었다. 음식을 만든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도 이미 지불한 음식 값에 대한 아까움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하다가 과식하는 내 모습이 한심하면서도, 내심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안고 살았다. 10월 둘째 주 일요일이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 새로 생긴 고기 집에 갔다. 반 근에 3900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에 혹해 평소 먹던 양 그대로 갈매기살과 항정살을 주문했는데, 한 점 먹은 순간 우리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갈매기살은 딱딱했고, 항정살은 허연 돼지기름이 고기흉내를 내는 것 같았다. 돈 좀 아끼려다가 기분만 상한 것이다. 친구들은 다들 한 두 점씩만 깨작깨작 집어먹고 있었고, 나 또한 처음에는 조금만 먹고 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종내에는 음식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괴로워하며 3인분이 조금 넘는 고기를 씹지도 않고 먹어치웠다. 그리고 나는 장염에 걸렸다. 열이 나고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는 바람에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엄마는 또 어디서 이상한 걸 주워 먹었냐며 조금 혼내시고 말았지만, 내가 고기를 다 해치우는 걸 본 친구들 중 한 명은 내가 아프다는 소리에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걱정 반, 놀림 반인 문자에 감동받았는데 어떤 문장을 읽자 약을 먹고 괜찮아졌던 머리가 다시 어지러워졌다. ‘매몰비용이 뭔지는 아니 돼지야??’ 매몰비용, 경제 시간에 들어보았지만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네이버에게 매몰비용이 무엇인지 묻자 이런 대답이 나왔다. “매몰 비용은 이미 매몰되어 버려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 즉 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한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하며, 함몰 비용이라고도 한다.” 친구는 나에게 ‘굳이 밥을 다 먹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 대해 조언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은 경제 원리에 따라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
기회비용과 매몰 비용을 따진다. 쉽게 얘기하면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포기하게 되는 것이고, 매몰 비용은 지금까지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해 투자한 비용이다. 나는 지금까지 매몰비용에 눈이 멀어 비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갖고 있었다. 친구의 문자 한 통에서 고치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던 고민을 해결해 줄 논리적이고 명쾌한 해답을 찾았다. 그 뒤로 나는 과식하는
습관을 고치게 되었다. 항상 ‘기회비용’과 ‘매몰 비용’을 염두에 둔다면 살아가면서 식습관뿐만 아니라 그 어떤 갈림길에 서게 되더라도 경제
원리에 따르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얻게 된, 그러나 그래서 더 와 닿는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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