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22) 마이클 워커 '7천만의 시장경제 이야기'
'7천만의 시장경제 이야기’는 경제학에 문외한이었던 필자를 경제학의 길로 초대한 책이다. 사회과학을 전공한 터라 경제의 기본 개념도 잘 모른 채 자유기업원 홍보팀에 입사했다. 맡은 업무가 보고서를 읽고 보도자료를 쓰거나, 논평을 쓰는 일이었는데 용어도 생소하고 딱딱하기까지 한 내용을 글로 소화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학 시절 경제학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그 흔한 경제학원론 수업 하나 듣지 않고 졸업한 것을 후회할 정도였다.
그러던 차 '7천만의 시장경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고 자유기업원에서 말하는 시장경제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 없이도 시장경제 원리를 이토록 간단하고 쉽게 설명할 수 있다니 높은 벽과 같던 경제학에 작은 문이 열린 느낌이었다. '7천만의 시장경제 이야기’ 덕분에 지금까지도 시장경제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이 책은 사회초년생이던 필자의 진로를 결정해준 책이나 다름없다.
이 책은 189페이지에 불과한 분량이지만 쉬운 용어로 예시까지 곁들여가며 설명해주기 때문에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자유경제원이 이 책을 출판하게 된 이유는 대학 신입생에게 적합한 강의 교재가 필요해서였다. 2003년부터 전국 각 대학에 학점강좌를 개설·운영해 매년 50~60여개의 대학 5000여명의 학생에게 시장경제를 이해시키는 사업을 시작하는데, 시장경제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마땅한 교재가 없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의 편저자인 캐나다 프레이저 연구소의 마이클 워커 소장이 '경제학과 번영에 대해 모두가 알아야 할 것(What Everyone Should Know about Economics and Prosperity)’이라는 책을 적극 추천했고 그것을 번역해 '7천만의 시장경제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마이클 워커는 1974년부터 2005년 은퇴하기 전까지 프레이저 연구소의 설립을 주도하고 미국 아틀라스 재단과 프레이저 연구소를 함께 전 세계 자유주의 사상을 전파하는 단체로 키운 인물이다. 그는 밀턴 프리드먼, 로즈 프리드먼과 함께 경제자유네트워크(EFN)를 구축했다. 전 세계 88개 자유주의 단체가 참여해 매년 경제자유지수를 발표하는데, 마이클 워커가 프레이저 연구소 소장 시절 이 사업을 추진했으며, 지금까지도 프레이저 연구소가 이를 담당하고 있다.
자유경제원은 경제자유네트워크 소속으로 매년 국내에 경제자유지수를 발표한다. 이러한 인연으로 이 책을 자유경제원에서 번역해 국내에 보급하게 되었다. 출간 당시 이 책은 쉽고 간결한 내용이라는 장점 때문에 삼성그룹 등 대기업 신입사원 교육 도서로 널리 활용되었으며 시장경제 강의를 하는 강사들의 필수 교재로 쓰였다.
이 책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된 것은 김정호 박사의 편역 덕분일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시장경제 전도사이자 쉽고 재미있는 칼럼과 강연으로 유명한 역자는 원서가 갖는 쉽고 명료함에 한국의 사례를 접목시켜 책의 완성미를 더했다. 역자는 남북한 국민 모두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뜻에서 '7천만의 시장경제’라고 제목을 붙였다. 전 국민이 읽어도 될 만큼 쉽다는 자신감의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그만큼 쉽고 가볍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장경제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경제학의 10가지 기본 구성요소에 대해, 2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7가지 요소를 다루고 있다. 그래프와 수식에 갇힌 사고를 확장하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준다. 3부에서는 경제성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은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이 꼭 보아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경제성장을 위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정책들이 현실화되었을 때 어떤 문제점이 생기는지 보여주고 있다.
마이클 워커
흔히 시장경제는 승자독식 구조로 냉정하고 비도덕적이라고 오해받지만 이 책은 오히려 시장경제가 도덕적이라고 주장한다. “누군가 큰 소득을 올렸다는 것은 그가 타인에게 많은 것을 제공했음을 뜻한다. 여기서 시장경제의 도덕적 측면이 떠오른다.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크게 도와주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유재산 제도도 타인에게 이로운 용도로 재산권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자신의 재산이나 또는 그 재산을 이용해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타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수록 그 재산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높아져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또 무역을 통한 생산활동은 부를 가져오므로 규모의 경제성이 강한 사업일수록, 국내시장의 규모가 작은 나라일수록 시장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로부터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미국의 자동차 업체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는 자사 자동차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소비자들은 일본차의 경쟁이 있기 전보다 훨씬 더 좋은 승용차와 경트럭을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국내 일자리 보호를 위한 무역규제는 “국가가 자국민의 손발을 묶는 것과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일자리가 아니고 생산”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보호론자와 자유무역 반대론자의 말이 옳다면 국내 각 지역들도 다른 지역들로부터 들어오는 물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정부의 역할에 대해 논하면서 다수결에 입각한 민주주의가 시장경제를 위협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기초한다. 반면 시장경제는 행위자 하나하나의 동의에 기초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학교에서 기독교를 가르치기로 결정한다면 거기에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모든 납세자들이 기독교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이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이루어질 경우 종교 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은 종교 학교를 택할 것이고 직업 교육이 강한 학교를 원하는 사람은 그런 학교를 선택하면 된다.”
즉, 다수결을 앞세운 정치가 시장에 개입하게 되면 “이미 만들어진 파이를 나눠먹기 위해 할퀴고 싸우는 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현상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끝으로 저자는 “우리에게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 준 것은 제한적이나마 우리가 가질 수 있었던 자치권과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와 거래의 자유”였지 “정부가 과반수라는 미명으로 아무 일에나 간섭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이런 사실을 일찍 깨우칠수록 경제적 번영도 일찍 온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 때문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은 “대통령 경제참모들이 이 책으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평하기도 했다. 3시간가량을 투자해 완독해 보면 저자들의 표현대로 경제를 보는 눈이 트일 것이다.
곽은경 <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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