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21일 <노동개혁 왜 지금 해야 하나>를 주제로 2015년 하반기 핵심과제인 노동개혁의 필요성과 올바른 노동개혁 방향에 대해 심층 분석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을 맡은 권혁철 소장(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발제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정부의 노동개혁이 방향은 맞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권 소장은 노사정위원회의 문제를 언급하며 노사정위원회의 문제 해결 방식은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대립되고 노사의 문제를 정치의 문제로 환원시킨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사정위원회는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일침했다. 아래 글은 권혁철 소장의 '노동개혁의 올바른 방향'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 주] |
| | | ▲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
청년일자리 문제는 그 심각성이 점점 더해가고 있다. 2015년 5월 현재 청년실업률이 9.3%로 2000년 이후 5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혹자들은 취업준비생까지 더하면 실제 청년실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고, 체감실업률은 11%나 된다고 한다. 노동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추진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동개혁이 방향은 맞기는 맞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
지난 번에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이야기했는데, 사실 이 부분은 60세로의 정년연장이 이루어질 때 패키지로 처리했어야 할 부분이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고 정년연 장을 해주고 나니, 이미 가질대로 다 가져버린 노동계가 임금피크제를 수용할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 이제 임금피크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또 다른 무언가를 주어야만 하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정부의 전략 부재가 이런 어려움을 몰고 왔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등 취약근로자 보호강화를 위한 기간제, 사내하도급, 특수형태업 무종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약속 등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이 이렇게 돼서는 개악이 되어 버린다.
발제문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임금피크제 도입, 성과부진 근로자에 대한 해고 가능, 임금체계에서 호봉제를 직무급제로의 전환 등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고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새로운 고용창출을 유도한다든가 하는 반시장적 조치들이 동시에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혼란스럽다.
더구나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는 건들지도 못하고 있다. 이것이 부작용 없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또 고용창출 이 세계적으로 검증되고 있는 파견 자유화와 기간제 근로의 확대 혹은 폐지 문제, 노동법상 해고 보호 규정의 적용 사업장에서 영세사업장 배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아무 런 말이 없다. 오히려 이 부분의 경직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이래서는 노동개혁이 성공하기 어렵다.
통상임금 분쟁도 정부와 국회의 의지만 있다면, 법제화를 통해 분명하고 확실하게 정리하고 나갈 수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제대로된 노동개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발제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정 부의 의지와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그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 | | ▲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노동개혁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노사정위원회의 문제
발제문에 추가적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노사정위원회의 문제다.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와 공익이 함께 참여하여 경제 및 사회 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자 설립되었다. 이러한 문제 해결 방식은 기본적으로 코포라티즘적 문제해결 방식과 동일하다.
코포라티즘(조합주의 혹은 협동체주의로 번역)1)에서 Corporate 혹은 Corporation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함께 참여하는 협동체를 말한다. 노동자 혹은 사용자들이 조직한 각각의 단체를 신디케이트(Syndicate, 조합)라고 부르는 반면,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가 참여한 조직이 Corporate=협동체이다. 코포라티즘에서는 “바로 이 협동체가 사회를 조직 및 개편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 경제 및 사회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노와 사가 함께 참여하는 협동체인 노사정위원회가 핵심적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코포라티즘은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시장경제와는 대립된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는 사유재산권을 바탕으로 각 개인이 중심이며, 각 개인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상황을 자유롭게 개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동시에 시장경제에서는 자유경쟁을 통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자신만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행위가 차단되게 된다.
이와는 달리 코포라티즘에서는 개인이 아닌 집단이 우선시되며, 개인의 자유는 공동 선의 이름으로 제한 혹은 억압받게 된다. 여기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주체는 궁극적으로는 ‘보호와 지도’를 담당하는 국가가 되며, 공동선의 이름으로 포장된 국가의 명령과 통제가 개인은 물론 집단의 의사보다도 우선시된다. 결과적으로 코포라티즘은 하이에크가 말한 전체주의 ‘노예로의 길’이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코포라티즘의 태생부터가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대항 이데올로기로 출발했다. 즉 코포라티즘은 19세기 후반 자유주의 시장경제로 인한 문제들을 비사회주의적인 방식으로 치유하고자 등장한 사상이다. 그렇지만, 그 귀결은 전체주의였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시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의 기간 중 유럽 여러 나라에서 코포라티즘이 국 가운영체제로 도입되었다. 그런데, 코포라티즘을 전면적으로 도입한 국가들은 파시즘 혹은 나치로 되어버렸다. 코포라티즘이 결국 전체주의로 간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코포라티즘의 독성을 살펴보자. <표 1>은 Fraser Institute가 발표하 는 ‘Economic Freedom of the World’에서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순위를 보여주고 있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제자유는 세계 150여개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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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원회는 노사의 문제를 정치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노사정위원회는 노조 투쟁 전략의 주요한 장(場)이 된다. 노동조합은 정부의 정책 중 ‘노동시장 유연화’ 등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투쟁으로 대응하고, ‘사회적 합의 추구’에 대해서는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노사정위원회를 협의기구가 아닌 정치적 의사결정구조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경영자를 제치고 노사관계의 실질적 당사자, 노동조합의 대응파트너 역할을 맡음으로써 노사관계가 노정관계로 변질되는데 일조하였다.” 이권단체들의 투쟁의 장이 되어버리고 여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제주체들, 특히 소비자, 납세자, 실업자 등은 이들 이권단체들의 이익에 희생물이 될 뿐이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사정위원회는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노사문제 및 노동시장과 관련된 당사자들 간, 즉 노ㆍ사ㆍ정의 집단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면, 필요할 때마다 만나서 협의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는 것이 법률적 상설기구화보다는 나은 대안이 될 것이다. 이때 정부는 민간의 대화에 일체의 간섭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우리의 노사정위원회와 유사한 ‘라운드 테이블’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법률적인 상설기구도 아니며, 노사간의 대화에 정부는 경제지표 등 대화의 기초자료만 제공할 뿐 그 이상의 일체의 간섭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불법 제3자 개입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만일 대화체를 구성하더라도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성격을 갖도록 해야 하며, 그리고 정부는 대화에 일체의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