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朝鮮칼럼 The Column] 정치改革 없이 경제成長 없다

자유경제원 / 2015-08-24 / 조회: 4,671       조선일보

보수라며 '사회적 경제' 외치는 與, 反시장 戰士 비례대표 가득찬 野
모두 자유시장경제 근간으로 하는 국가의 정당인지 의심스러울 정도
박 대통령 경제성장 정책 현실화… 국회가 '시장친화적' 변해야 가능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후반전을 맞아서 경제성장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지지부진했던 4대 개혁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정권 초기에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사고에서 벗어나 성장 엔진을 다시 켜는 정책 방향은 많은 기대를 준다. 문제는 갈 길이 급한 대통령과 주변 상황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강한 정책 의지를 피력했다고 속전속결로 정책 추진이 되는 세상이 아니다.

정책은 국회의 입법을 통해 현실화된다. 대통령이 정권의 운명을 걸고 추진하는 정책도 법의 뒷받침이 있어야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대통령의 개혁은 사상과 이념을 공유하는 국회 동지(同志)들의 협업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지금이 변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을 국회가 공유할 수 있을 때 박 대통령의 4대 개혁에 추진력이 생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는 이념 실상을 보면 개혁 달성은 불가능한 듯 보인다.

국회의원들의 이념 성향은 표결 행위를 통해 드러난다. 규제를 강화하는 반(反)시장적 법안과 공공 지출을 늘리고 공공 부문을 팽창시키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은 좌(左)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업과 시장의 자유를 확대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에 찬성하는 의원이라면 우(右) 성향으로 분류될 수 있다. 가결 법률안에 대한 개별 국회의원들의 투표 행위를 분석해 매년 의원별 시장친화지수를 발표하는 자유경제원의 분석 결과는 우리 국회의 적나라한 이념 지형을 보여준다. 그것을 보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나라의 국회가 맞는가 하는 탄식이 나온다.

분석에 따르면 19대 국회 전반 2년 동안 의원들의 평균 시장친화지수는 34였다. 반(反)시장 투표 행태를 0, 친(親)시장 투표 행태를 100으로 기준한 결과이니 이 값은 우리 의원들의 평균적인 표결 행위가 매우 반시장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50이 중도이고, 이보다 지수가 낮으면 좌파, 높으면 우파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기준에서 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평균적으로 중도좌파 정도이다. 대통령의 개혁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평균 시장친화지수는 38로 나타나 새정치민주연합의 31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각각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며 이념적 차이를 가진 듯 유권자들에게 선전했지만 실제는 여야가 가리지 않고 시장에 적대적이었던 것이다.

정당은 이념과 사상을 기반으로 존재하는 집단이어야 한다. 사상이 없으면 정책 방향이 없어지고,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만 좇게 된다. 이런 정당이 이끄는 나라엔 미래가 없다. 그런데 우리 정당들은 이미 이 길을 걷고 있다. 이념과 가치의 파수꾼을 자임하며 정당을 만들어서 국민의 세금인 국고보조금을 축내면서도 정작 중요한 표결 행위에 있어서는 정당이 표방하는 사상과 관계없이 여론만 바라보는 투표를 일삼고 있다. 보수를 표방하는 여당의 지난번 원내대표가 이른바 '사회적 경제법'의 입법에 앞장선 모습은 정당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한 사건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경제성장과 개혁 추진은 시장친화적 입법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여당의 국회의원들마저도 반시장적 행태를 보여주는 현재 국회 상태로는 박 대통령의 정책 의지는 의지로만 그칠 뿐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핵심 정책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규제 개혁, 4대 부문 개혁은 어쩌면 소리만 요란한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은 '정치 개혁'이다. 반시장적인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바꾸지 않고서는 절대로 개혁을 통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 우선 새누리당부터 사상과 이념으로 무장한 집단이 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여당 의원들을 시장친화적으로 바꿀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의석 수를 확대하는 선거구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들의 노림수는 국회의원 시장친화지수 분석 결과를 통해 해석할 수 있다. 가장 반시장적인 투표 행위를 보인 10인은 대부분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례대표였다. 반면 가장 친시장적 10인은 모두 새누리당의 지역구 의원이었다. 이렇듯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의원을 반시장적 입법 활동의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 반시장 전사(戰士)들인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것은 국회에서 국가 정책을 뒤흔드는 엄청난 재앙이다.

이제 박 대통령에게 정책 의지를 현실화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사상 동질적 집단이 아닌 여론 눈치나 보는 집단이 되어버린 정당, 그리고 그들이 꾸려가는 정치가 경제를 망치는 현실부터 개혁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제임스 뷰케넌은 이를 '정치 실패(political failure)'라고 명명했다. 민주제도란 틀 속에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정치 실패'를 교정할 '정치 개혁'을 우선적으로 이뤄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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