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33) 최승노 '스토리 시장경제' 10권 시리즈
오늘날 우리는 어디에서나 신선한 우유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18세기 프랑스에서 우유는 귀족이나 부르주아들만이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이었다. 이에 당시 프랑스혁명을 이끌었던 정치가 로베스피에르는 우유 가격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모든 프랑스 아이는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 국민을 위해 물가를 안정시키고, 성장기 아이들이 영양가 높은 우유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애초의 선한 의도와는 달리 그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우유의 가격이 이전보다 훨씬 비싸졌기 때문이다.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로베스피에르는 시장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면 시장은 반드시 균형을 되찾기 위해 움직인다. 그가 우유 가격을 내린 뒤 단기적으로는 우유 가격이 하락했다. 그러나 젖소를 키우던 농민들은 우유를 팔아 수익을 내기가 어렵게 되자 다들 젖소를 팔아치웠다. 자연스럽게 우유 생산량이 줄어들었고, 사려는 사람은 여전한데 팔려는 사람이 없으니 우유 가격이 대폭 상승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1권 <시장경제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내용이다. 시장경제는 교환과 분업, 사유재산과 이기심, 선택, 경쟁 등을 그 핵심요소로 한다. 이것들은 모두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 알지 못한다. 설령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첫 걸음을 떼기는 그리 쉽지 않다. 전문적인 학술 서적은 물론이고, 경제신문에 실린 기사 한 페이지를 읽을 때도 처음부터 단번에 이해가 잘 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스토리 시장경제’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설령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경제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친숙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시장경제를 쉽게 풀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 10권으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는 자본주의 속 시장경제와 관련된 각각의 주제를 담고 있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 사회주의의 실패와 국제화 논쟁, 작은 정부, 복지, 노동, 기업,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시장경제체제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시장경제원리에서 노동까지 1권은 시장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핵심원리들을 소개하고, 2권 <정의로운 체제, 자본주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가 인류에게 가져다준 번영과 여러 혜택들을 다룬다. 역사적으로 사회주의 경제를 가진 공산국가들은 대부분 무너졌지만,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한 자본주의 국가들은 물질적인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3권 <사회주의는 왜 실패하는가>는 사회주의라는 경제체제가 갖는 한계점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 지적한다. 이런 사실은 현재 북한과 남한의 경제 수준 차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60년대 이전에 남한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앞섰던 북한은 오늘날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고, 남한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 강국으로 부상해서다.
세계화는 선진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착취일 뿐일까? 5권 <세계화, 열린사회로 가는 길>은 이러한 생각을 반박한다. 역사적으로 일찌감치 시장을 개방하고 무역을 행한 국가들은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개도국에 있어 세계화에 따른 개방과 경쟁은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4권 <작은 정부가 답이다>는 시장의 순기능을 망가뜨리는 정부규제들을 풀어야 함을 이야기하며, 유사한 맥락에서 6권 <복지의 재발견>은 과도한 세금과 복지로 인한 나태함과 경제침체를 경계한다. 지속가능한 복지가 실현되려면 우선적으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은 국가경쟁력 척도 최근 발간된 7권 <노동의 가치>는 자유롭고 주체적인 노동이 갖는 가치를 주제로 한다. 사유재산과 자유로운 노동을 통해 사람들은 각자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켜 더욱 가치 있는 삶을 이룰 수 있다. 실제로 인류의 역사에서 노예제는 폐지되었으며 사회주의 국가들은 열악한 근로환경과 삶의 질로 고통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책에서는 최저임금제나 청년인턴제 등 최근의 이슈나 다양한 역사적 사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8권 <자본주의의 꽃, 기업>과 9권 <기업가로 다시 태어나기>는 경제성장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업, 그리고 기업가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경쟁 과정에서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등장하게 된 기업은 사회구성원 모두를 더 나은 상태로 발전시키는 사회적 존재다. 책에서는 우리나라에 만연한 반기업정서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규제완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대기업들이 발전해야 국가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 정신을 훌륭하게 실천한 국내외 기업가들의 사례도 소개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인 수준과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환경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시리즈의 마지막인 10권 <환경을 살리는 경제개발>은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경제성장이 갖는 환경친화적인 속성을 밝힌다. 단적으로 ‘환경 쿠즈네츠 곡선’의 논리에 따르면, 경제성장 초기엔 환경오염이 심해지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환경이 깨끗해지게 된다.
■ 이 책 이래서 권합니다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성공으로 나아가는 길”앞서 설명했던 로베스피에르의 일화를 보면, 시장경제를 잘 알지 못한 채로 이를 통제하려 들 경우에 본래 의도와는 얼마나 다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시장경제가 기본적으로 어떤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등을 잘 이해하는 일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더 나은 상태로 발전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다.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는 입문자나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법한 쉬운 시장경제 입문서이다. 특히 중고교생의 경우에는 지식을 쌓기 위해 독서를 하거나 논술을 준비하는 데 있어 이 시리즈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사전지식이 없더라도 이해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단기간에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론적인 내용뿐 아니라 역사적인 사례, 그리고 비교적 최근의 이슈를 포함해 풍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폭넓은 지식을 쌓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더구나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를 바탕으로 기본 개념을 정리하고 나서 다른 책을 접한다면 훨씬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독자들이 이 시리즈를 발판 삼아 앞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더욱 풍요로워지고 각자의 삶이 성공하는 데 있어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소미 < 용화여고 교사(교육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