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역사교과서 진짜 문제는 현대사 핵심 ‘산업화의 객관적 서술’ 누락

자유경제원 / 2015-10-27 / 조회: 5,235       매일경제

역사교과서 진짜 문제는 현대사 핵심 ‘산업화의 객관적 서술’ 누락

대한민국 경제발전은 정경유착의 산물?…민주화에 밀려 뒷전·폄하

  • 이은아,이상덕,김수영,나현준 기자
  • 입력 : 2015.10.23 15:25:14

“역사교과서의 편향성 문제는 ‘종북’ 이 아니라 ‘산업화’에 대한 서술 부분이다.”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서술을 둘러싼 편향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역사교과서의 편향성 문제의 핵심은 산업화와 경제 성장에 대한 편향성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대한민국 현대사는 ‘산업화’와 ‘민주화’로 요약할 수 있지만 민주화에 비해 산업화에 대한 기술이 부족하고, 부정적 기술이 우세하다보니 어린 학생들에게 반기업적 정서를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고도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기업을 부정적인 대상으로 보게되고,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압축성장에 대해 우파 성향의 학자들은 미국의 원조, 새마을운동, 박 전 대통령의 수출·중공업 위주 경제정책 등으로 전후 급성장이 가능했다고 보는 반면 좌파 성향의 학자들은 압축 성장을 ‘군부정권과 재벌 결탁의 산물’로 보고, 그 결과로 발생한 빈부 격차, 사회 양극화 등에 주목하는데 현재 많은 교과서가 후자의 시각에서 집필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 싱크탱크인 자유경제원은 최근 ‘학자들이 뽑은 최악의 역사왜곡 사례 15선’이라는 자료에서 “현행 교과서 일부는 우리 경제발전을 긍정 보다는 부정적 견해 중심으로 서술했다”고 지적했다.

가장 많은 학교가 채택한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는 ‘외자유치를 통한 수출 주도형 성장 정책으로 외채 부담이 증가하고 내수보다 수출입 비중이 커져,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심화되었다’ ‘고도 성장의 혜택은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았다. 소득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렸고 빈부 차이도 커졌다’ ‘1960년대 은행에서 100만원을 빌리면 일반인은 1년에 이자로 25만~30만원을 내야했지만, 대기업은 5만~6만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특혜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교과서는 또 ‘정부의 대기업 육성 정책은 특정 가족이 다양한 업종의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이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낳았다. 경제는 고도성장을 이루었지만, 정경 유착과 경제 독점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그 과정에서 경쟁력이 떠러진 중소기업은 독자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웠다’ ‘대표적인 기업인들은 각종 혜택을 악용하여 횡령과 비자금 조성을 일삼고, 세금을 포탈하거나 수출 대금을 해외로 빼돌렸다.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 기업인 대부분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명분으로 특별사면되었다’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서민 경제는 침체되고 국내 소비는 위축된 반면 대기업은 커피, 빵, 비빔밥, 슈퍼마켓 등 소상공업까지도 진출하여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경제민주화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등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인 서술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 교과서 속 긍정적인 기술은 ‘우리나라가 1960~1970년대의 짧은 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경제 개발의 의지가 강한 정부가 외자를 도입하여 수출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을 지닌 국민이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물건하나라도 더 수출하기 위한 기업인의 노력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은 불가능했다’ 정도가 전부였다.

천재교육은 ‘박정희 정부는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수출 주도형 중화학 공업화 전략을 추진했다…(중략)…이때부터 중화학 공업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고 평가한 후 ‘정부의 고도성장의 혜택은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았다. 소득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렸고, 빈부의 차이도 커졌다’고 서술했다.

지학사는 ‘이 시기에는 귀속재산의 불하 원조경제의 수혜 등을 바탕으로 재벌이라 불리는 독점자본이 성장했다’고 쓰고 있다.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교과서들은 자본주의의 장점은 적게 서술하고, 문제점과 극복방안은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며 “빈부격차, 불공정경쟁, 물질만능주의가 자본주의 때문인 것처럼 설명하는데, 자본주의 발달로 이런 문제들이 얼마나 개선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서술하면서 기업가정신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어 아이들이 기업인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존재로만 여긴다”고 말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기업사에 대한 연구가 역사학계에서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국정화를 두고 정치공세를 하기보다는 부족한 산업화 기술을 보완하는 등의 형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조영래 변호사가 ‘전태일 평전’을 펴낸 후 결국 역사가 되어 교과서에 실린 것 처럼 학계에서도 조금씩 진행되는 기업사 연구 노력이 쌓이면 산업화에 대해서도 조금 더 심층적이고 보충적인 설명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권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허허벌판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교과서를 반드시 올바른 교과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사업보국 정신을 실천하고 경제 발전을 이끈 기업인들의 역할을 깎아내리는 교사들이야말로 반 애국적 인사인 걸 알아야 한다”며 “도전 정신으로 뭉친 기업가가 많이 나와야 나라가 발전하는데 학생들에게 기업가는 나쁘다는 인식부터 심어주니 기업가 정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총평했다

[이은아 기자 / 이상덕 기자 / 김수영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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