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레이더P] `전투가 쌓여 전쟁을 이긴다` 숨가쁜 국정화 공방

자유경제원 / 2015-10-29 / 조회: 5,280       매일경제

[레이더P] '전투가 쌓여 전쟁을 이긴다' 숨가쁜 국정화 공방

28일 토론회·최고위·상임위 가리지 않고 백병전·원거리전 벌어져

  • 김종훈,유준호 기자
  • 입력 : 2015.10.28 18:14:06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관철을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다음 날인 28일 여야는 국정화와 관련된 원내·원외 일정을 무려 10개나 소화했다. '국정화 전투'의 승리를 통해 '국정화 전쟁'을 최종 승리하기 위한 전선을 구축한 모양새다.

양 진영은 국회 상임위에서 직접 맞부딧치는 백병전을 벌인 한편 최고위원회의와 토론회 등에서 각자의 자리를 만들어 논리를 설파하는 원거리전도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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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28일 오전 서울 여의두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포럼 "역사 바로 세우기, 올바른 역사교과서 왜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합동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원 의원, 김 대표, 황진하 사무총장. [사진 = 연합뉴스]
◆ 오전 7시30분, 새누리 “안하면 정당자격 없다”

이날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여당이다. 새누리당은 28일 오전 7시30분 국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새누리포럼을 열렀다. ‘역사 바로 세우기, 올바른 역사교과서 왜 필요한가?'란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중앙위 차원의 성명서를 발표해 기존 검인정 교과서는 좌편향되어 있어 국정화가 불가피하다는 기존 주장을 다시 펼쳤다.

김무성 대표는 최근 국정화 교과서로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이 돌아설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지금 이 문제는 유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며 "선거 불리하다고 생각해서 아무것도 안하면 정당 자격이 없다"고 일축했다.

발언자로 나선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저 광화문에서는 그 분들(야당)의 전매특허인 촛불이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미래의 전사를 길러내는 교육을 틀어쥐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며 "그 결과가 '대한민국은 헬조선이다, 지옥과 같은 대한민국이다, 희망이 없다, 소수의 특권층만 잘사는 나라다, 자랑스럽지 않다, 해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학생들이 하는 그런 지경에 빠졌다"며 검인정 교과서를 문제의 근원으로 지적했다.

◆ 오전 9시, 양당 최고위선 원색적 비난 쏟아져

뒤이어 열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상대 진영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날 있었던 대통령 시정연설을 두고 '아집, 독선, 오기'등 수위 높은 표현을 써가며 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시정연설에서 민생을 외면한 채 국정화 고집만 계속했다"며 "국정화는 최고존엄 사업임을 못 박았다"며 비꼬았다.

정청래 의원은 "5년짜리 정권이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마음대로 쓰겠다는건 너무나 오만한 자세"라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비뚤어진 효심만 가득한 박통의 오기에 찬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새누리당 역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대다수 의원들이 발언 시간 중 상당부분을 야당 장외투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할애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전날 새정치민주연합의 광화문 집회를 두고 "청산되어야 할 구태정치 상징인 길거리 정치와 시민단체나 할 장외 촛불집회를 새정연이 앞장서서 벌이는 한심스럽고 개탄스러운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이인제 의원도 "촛불집회다 뭐다 국민을 혼란과 불안에 빠뜨리는 행동은 옳지 않다"고 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전날 시정연설에서 야당이 컴퓨터 모니터에) 붙여놓은 구호에는 민생우선이었음에도 어제 저녁에는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면서 시급한 법안·예산 처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며 "민생우선 하면서 장외투장 하면 해결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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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0시, 교문위·운영위·예결위서 격한 공방

10시부터 열린 몇몇 상임위 전체회의도 원래 다뤄야 할 사안이 국정화 이슈에 밀리면서 파행을 거듭했다.

교문위와 운영위에서는 국정화 비밀TF, 예결위에서는 국정화 예산에 활용될 예비비가 쟁점이었다.

특히 예결위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44억원이 책정된 예비비의 세부내역을 공개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오전 회의가 잠시 정회됐다.

새정치연합은 공개를 요구했지만 최 부총리는 "총예산의 1% 안에서 예비비를 편성하고, 운영의 탄력성을 정부에 주고, 다음연도에 사용명세서를 국회에 제출해 승인받도록 하는 게 법"이라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교문위에서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TF의 불법성과 TF단장을 맡은 충북대 오석환 사무국장의 교문위 전체회의 출석 여부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며 당초 계획됐던 교육부 예산안 제안설명이 1시간 20분 지연되기도 했다.

운영위에서는 청와대가 TF의 활동에 개입했는지가 문제됐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가 일일이 국정 교과서에 대한 지침을 내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 10시30분, 문·심·천 야권연대 "된장인지 꼭 찍어먹어 봐야 아나"

상임위 시작 시간보다 조금 늦은 10시30분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천정배 무소속 의원 등 소위 '야권 3자 연대'가 국정화 저지 토론회를 열았다. 헌법학자, 역사학자, 학부모, 역사교사,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각계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다.

심상정 대표는 인사말에서 집필진도 구성되지 않은 국정화 교과서에 대한 비난을 멈추라는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발언에 대해 "된장인지 아닌지 찍어먹어봐야 아냐"면서 "대통령이 2008년에 친미독재를 미화했던 뉴라이트 교과서를 극찬했던 사실을 기억한다. 어제 역사왜곡과 미화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결국 대통령이 교과서를 판단하고 생각이 다르면 개입하겠다는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정배 의원은 전날 시정연설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주장했지만 진짜 정상화 할 것은 교과서, 국민, 사회가 아닌 대통령 자신이고 자신의 국정운영이다"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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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교과서 반대 홍보 버스 출정식"을 마친 뒤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청래·주승용 최고위원, 이종걸 원내대표, 문 대표. [사진 = 연합뉴스]
◆ 오후 1시30분, 새정치 '국정화 반대 버스' 출정식

새정치민주연합은 오후에 국정교과서 반대 홍보버스 출정식을 가진 후 경기도 일대에서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국정교과서 반대 홍보 버스는 지방을 대상으로 한국사교과서를 직접 읽을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달 2일까지 국정화 반대 논리를 홍보하는 이동식 체험관이다. 총 1300만원의 예산이 들여 '국정화 전쟁' 전선에 내세운 '중화기'를 마련한 셈이다.

문재인 대표는 출정식에서 "(국정화) 확정고시가 되더라도 굴하지 않겠다. 집필거부운동하고 대안교과서운동하고 다음 총선때도 쟁점으로 삼겠다. 역사국정교과서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겠다. 새당 정권 심판을 호소하겠다"며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이밖에 야당 지도부는 부천과 안산 등 야권 우세지역에서 반대 서명운동에 나섰고, 그에 앞서 오전 11시에는 시도교육감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김종훈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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