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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외에 다른 과목도 국정화될까? 10월28일 새누리당 중앙위원회는 ‘역사 바로 세우기’ 포럼을 열었다. 강연자로 나선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완성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경제·문학·윤리·사회 교과서들 역시 학생들에게 불평과 남 탓, 패배감을 심고 있다”는 것이다. 포럼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전 사무총장은 영웅이다. 오늘 발표 내용을 밤잠 자지 말고 다니면서 국민 앞에서 강연해달라”고 말했다.
다른 과목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이날 갑자기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전희경 사무총장이 속한 자유경제원은 꾸준히 교과서 관련 토론회를 열어왔다. 지난 1월20일 열린 ‘경제 교과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를 시작으로 ‘교과서 속 문학작품이 수상하다’ ‘시험문제 어떻게 편향되어 있나’ 등이 주제였다. 자유경제원은 토론회 주요 발제문을 과목별로 꼽아 <교과서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라는 책으로 발간했다. 이 책 서문에는 ‘역사 교과서는 빙산의 일각이다’라고 썼다. 여러 과목 교과서에서 좌편향·반헌법적 서술 태도가 공통적으로 드러난다는 주장이다.
도덕 교과서는 국가관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강원대 신중섭 교수는 ‘중·고등학교 <도덕> 교과서 분석:자유주의자의 관점에서’에, 도덕 교과서가 ‘자유주의 이전의 국가관’을 답습했다고 썼다. 신 교수에 따르면 자유주의적 국가란 ‘국가가 국민의 생활에 최소로만 개입하는 국가’를 말한다. 자유주의적 국가는 도박도, 성매매도 국민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국민 복지도 국가의 몫이 아니다. 국가의 주된 임무는 ‘강력한 법의 집행’이다. 신 교수는 “도덕 교과서에서 복지는 강조하고, 법 집행은 축소 기술됐다. 도덕 교과서 국가관의 영향으로 데모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어졌다”라고 썼다. 신 교수는 “많은 사람이 복지를 지선의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 까닭은 그동안 받아온 교육 때문이다. 복지가 안고 있는 미래의 재앙을 방지해야 한다”라고 썼다.
ⓒ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위)을 두고 ‘영웅’이라 칭했다. |
자유경제원은 문학에도 사상 검증의 칼을 휘둘렀다. 문학 교과서는 황인희 두루마리역사교육연구소 대표가 분석했다. 그는 청소년에게 위험한 작품들이 교과서에 실렸다고 주장했다. 이태준의 <밤길>은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한다고 썼다. 가난을 견디다 못해 아들을 죽게 만드는 장면 때문이다. 황순원의 <학>은 분단 현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남한 사람들과 공산주의자를 똑같이 잔인하게 묘사한 장면이나,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공산주의자 죽마고우를 놓아준’ 행위가 비판받았다.
최인훈의 <광장>이 ‘공산주의 미화’?
최인훈의 <광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황인희 대표에 따르면, 주인공은 남한이 아닌 중립국을 택하면서 ‘공산주의를 미화’했다. 주인공이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결말을 두고 황 대표는 “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부딪혀 싸워보겠다는 말을 생각나게 하는 허무한 결말이다”라고 평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두고 “지금보다는 훨씬 큰 꿈을 꿀 수 있었던 1970년대를 부조리와 착취의 시대로 그려놓았다”라고 썼다.
이 밖에 경제, 사회·문화, 사회 교과서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상 검증이 등장했다. “노동자가 약자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노동자 입장 위주로만 서술함.” “무차별하게 사회적 약자를 지정한다. 30~40대 남성 외에는 전부 사회적 약자인가?” 민주화나 민주주의, 복지를 경계하는 대목은 과목을 가리지 않고 수차례 등장했다. 전희경 사무총장은 맺는 글에서 “분석 대상 모든 교과서에서 명백한 좌편향, 대한민국 흠집 내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라고 썼다. 그 원인 중 하나가 “국정교과서 제도를 없애고 검정교과서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