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검정교과서 8종 중 교과서 채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주)미래앤'은 제주 4·3 사건을 '제주도의 3·1절 기념 행진에서 경찰의 발포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일반인이 체포되자, 미군정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높아졌다'고 기술했다.
이어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제주도의 좌익세력은 5·10 총선거를 앞두고 단독 선거 저지와 통일 정부 수립을 내세우며 무장봉기했다. 미군정은 무력진압을 시도했지만, 3개 선거구 중 2곳에서 선거가 실시되지 못했다'고 실려있다.
보수단체인 자유경제원이 좌편향 사례라고 지목한 '천재교육'의 4·3 서술을 보면 '1947년 3·1절 기념 시위에서 경찰의 발포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제주도민은 이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관리들까지 가담한 총파업을 일으켰다'고 기술돼 있다.
그러면서 '미군정은 육지에서 경찰과 우익 청년 단체를 파견하여 이를 진압했다.이 과정에서 많은 주민이 가혹한 탄압을 받아 미군정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다'고 기술했다.
2013년 논란이 됐던 교학사 교과서는 '제주도에서는 1947년 좌익들의 3·1절 기념 대회에 남로당 제주도위원회가 조직 총동원령을 내려, 정권을 인민위원회로 넘기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게 했다. 대회 당일,모르고 아이를 친 기마경찰을 뒤쫓아 시위를 구경하던 군중이 경찰서로 몰려갔고, 경찰이 발포해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또 '1948년 5·10 총선거가 결정됐다. 이에 4월3일 남로당의 주도로 총선거에 반대하는 봉기가 일어나 경찰서와 공공기관이 습격받았다. 당시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의 많은 희생이 있었고 많은 경찰과 우익 인사가 살해당했다'고 4·3 사건을 표현하고 있다.
여당과 보수단체 등이 교과서를 국정화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로 좌편향을 내세우고 있어 제주 4·3 관련 단체 등은 4·3 사건이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내용을 토대로 교과서에 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2015.11.03. bjko@newsis.com 2015-11-03
도내 시민사회단체 등 모두 46개 단체로 구성된 '화해와 상생 4·3지키기 범도민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4·3 당시 많은 도민을 학살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옹호하려는 의도이거나 4·3의 역사를 지우기 위한 시도라면 도민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역사 교과서는 4·3특별법과 법정보고서인 정부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국정화 교과서는 찬성하지만 제주4·3의 진실을 부정하고 왜곡하려는 그 어떤 행태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1일 제주를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절대 왜곡되지 않도록 만들어질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4·3 관련 단체 등은 국정화 교과서가 4·3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내용으로 서술될 경우 4·3사건도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양동윤 제주 4·3도민연대 대표는 "이번 국정화가 대한민국 건국과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것을 전제한다면 이 전 대통령이 자유로울 수 없는 4·3도 왜곡해서 기술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4·3사건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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