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 다시 쓰기’ 지침에서 시작돼 여권이 총출동한 ‘밀어붙이기’로 마무리됐다.
정부와 여당, 보수 학계·단체가 각각 ‘실무’와 ‘여론화’ ‘좌편향 논리 제공’ 역할을 하며 국정화 전환 주역으로 나섰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발표에 앞서 대국민담화로 전면에 섰다. “(친일·독재) 왜곡은 좌시 않을 것” “(국정화로)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 확립, 통일시대 준비”까지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 시정연설을 옮겨놓은 듯한 ‘대리 담화’였다. 박 대통령이 짐짓 한발을 빼면서, 황 총리가 국정화 확정고시일의 ‘얼굴’로 기록되게 됐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주무장관으로서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지난달 12일 당정협의 하루 만에 국정화 전환 예고고시를 한 데 이어 이날 확정고시 발표도 맡았다. 황 부총리는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과거 학생시위 때문에 역사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발언으로 논란도 빚었다.
교과서 편찬을 책임진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도 정부·여당에 발맞춰 주역으로 나섰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교과서는 투쟁 일변도 역사가 되지 않을 것” 등의 발언으로 여권 역사인식을 답습했다.
여당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총대를 멨다. 김 대표는 “국사학자 90%가 좌파” 등 색깔론과 세대 가르기 발언으로 여론전 선봉에 섰다. 그는 이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에서 고시하는 모습을 속 시원하게 지켜봤다”고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여당 주최 강연에선 보수 학자와 단체 관계자들이 ‘극우’적 발언으로 보수 결집을 시도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21일 새누리당 초청 강연에서 현행 역사교과서를 “독극물”이라고 했고,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3일 뒤 “(한국사는) 시작일 뿐, 경제·문학·윤리·사회 교과서들 역시 학생들에게 불평과 남 탓, 패배감을 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