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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교육 시장 축소 목적으로 수능 방송 시작한 EBS, 거대 공룡이 되어 교육권력 휘둘러
2000년 6월 공사 체제로 독립한 EBS는 학교교육 보완과 국민의 평생교육 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TV 수신료의 2.8%를 받아 운영하는 EBS는 영리보다는 공공성을 추구하고 신뢰성이 강한 방송사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 김정욱 국민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 |
초기에는 어린이·유아 프로그램 콘텐츠를 타 방송사와 차별화하여 집중 육성한 덕분에 지상파 방송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 후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시청률을 확보하여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EBS가 사교육 부담을 덜게 하겠다는 교육정책에 의해 수능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교재 판매나 프로그램 다시보기 서비스 등 영리사업에 치중한다는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3년에는 수능 교재로 폭리를 취해 수백억 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공신력이 땅에 떨어졌다.
현재 E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가치를 다한다는 기치 아래 뉴스와 다큐멘터리에서부터 드라마, 쇼, 오락 장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송 콘텐츠를 추구하고 있다. 운영 중인 사이트만 해도 20여 개에 이르는데, 거미줄 같은 구조로 돼 있어 어떤 콘텐츠가 나오고 있는지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들이 사교육 부담을 덜게 하는 공영방송이라는 명분 아래 별다른 검증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EBS 공교육’이라고 할 정도로 영향이 막강한 EBS 수능교재와 EBS 다큐 프로그램들의 좌편향 시각이 아무런 검증 없이 학생들의 의식 속에 침투하고 있다. |
EBS 수능 독점의 현실
그 중에서도 ‘수능특강’은 수능에 반영되는 교재이므로 전국의 대입 수험생들이 필수적으로 봐야 하는 책이다. 또 ‘다큐 프라임’이나 ‘e-지식채널’ 등 EBS 영상물은 각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성교육이나 수업의 동기 유발을 위해 교사들이 즐겨 활용하는 자료들이므로 교육적 측면에서 충분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특히 ‘수능특강’은 EBS의 수능 교재를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측면을 감안하면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3년 현재 EBS는 방송사업 분야에서 연간 1200억 원, 출판사업에서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소비자, 특히 수험생을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각종 방송 콘텐츠 및 교재 구입에 2000여억 원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민간 출판사의 참고서 시장을 EBS가 독점하면서 수능 준비생의 경우 100%, 고등학교 1~2학년 학생의 경우 70%, 중학생의 50%가 EBS 교재를 구입하여 공부하고 있다.
EBS의 수능 연계 방침은 민간 참고서 시장을 크게 위축시켜 출판사 간 경쟁 구조를 통해 발전하던 참고서 시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특히 수능 독점 구조로 인해 경쟁이 필요 없는 EBS 교재는 그 질적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어 교육계 인사들의 공분(公憤)을 살 정도다.
교재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EBS 교양문화부 직원들은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EBS 수능 연계 방침을 고수하려면 교재에 대한 공신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작진을 재구성하고, 지역 총판 선정 방법이나 책자의 가격 구조를 합리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경영이 요구된다.
‘수능특강-사회문화’의 좌(左) 편향 콘텐츠
특히 수능특강 중 사회문화 교재 내용을 모니터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사회문화 교과서는 현재 시장에 4종이 나와 있고, 이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그러나 EBS 수능 연계 교재는 수험생들이 어떤 교과서를 선택하든 다 풀어볼 수밖에 없는 책이다. 그 책의 문제점을 부산 금성고의 조윤희 교사가 자유경제원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잠시 짚어보고자 한다.
‘사회문화’ 제6강 - 인간과 사회구조
이 단원은 인간과 사회구조를 설명하는 단원이며 사회구조를 보는 관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회 각 부분이 전체의 존속을 위해 상호보완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해 사회가 유지된다는 기능론적 관점과, 사회는 개인과 집단 간의 경쟁과 갈등의 연속으로 보아야 한다는 갈등론적 관점이 소개된다.
문제는 기능론적 관점에는 덧붙이지 않은 추가설명이 갈등론적 관점에는 ‘개념플러스’로 덧붙여져 학교구조를 갈등론적으로 다루고 있다. 사회제도인 학교제도를 꼭 이렇게 추가로 갈등론적 시각으로 다루지 않더라도 후반부에서 다시 다루게 된다. 뒤에서 다룰 것인데도 서두에 갈등론적 시각만 중복하여 강조한 셈이다.
‘사회문화’ 제12강 - 사회이동과 사회 계층구조
계층을 파악하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소득, 직업, 학력 등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계층을 파악하는 방법이 있고, 사회적인 평판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주관적 인식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교재에서는 사회이동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단원에서 주관적 의식을 이용한 사회이동을 언급한다.
모 연구원의 말을 빌려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아야 사회의 통합 정도가 높고 역동성이 커지며, 이동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포자기하여 열심히 일할 의욕도 잃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많이 느낀다고 서술하고 있다.
계층의 이동 가능성에 대한 주관적 의식은 말 그대로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실제의 계층과 많은 차이가 있으며, 사람이 어떻게 느끼느냐는 심리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이동 가능성이 낮다고 느끼는 것처럼 주관적 인식을 소개함으로써 ‘갈등론적’ 시각에서 계층의 이동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사회문화’ 제14강 - 사회복지와 복지제도
복지에 대한 국가의 강력한 개입은 시민들의 요구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의 개입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서 그들을 ‘시장의 자유경쟁에서 항상 승리할 자신감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비유한다.
이러한 관점 역시 전형적인 이분법적인 시각이며 갈등론적 관점에서 복지문제를 설명하는 것이다. 국가개입은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몰고 가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복지제도를 보는 관점을 설명한 것이 아니고 결국 정부의 개입 그 자체가 복지의 개념이라고 강변하는 셈이다.
‘사회문화’ 제19강 - 사회변동과 사회문제
사회변동에서 노사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다.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나타난 노동인구의 변화나 노동구조가 달라진 것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기 위함이다. 물론 그 와중에 노사의 갈등을 주로 갈등론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한 노사문제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김없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서술이 등장한다. 도무지 정부의 강력한 역할 없이는 노사문제도, 다른 어떤 사회갈등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약자인 노동자의 입장을 정부가 대변해야 한다는 논조다.
▲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하는 EBS 다큐 프로그램. |
EBS 수능 독점, 이대로 좋은가?
EBS 수능 연계 방침이 왜 등장했는지 돌아볼 시점이 되었다. 애초 EBS는 엄청나게 팽창한 사교육 시장을 축소시키고자 등장했다.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EBS는 만능 열쇠가 아니라 도우미였을 뿐이다.
그러나 어느새 거대 공룡이 되어 모든 것을 뒤흔들고 있다. 우리 학교에는 제대로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교사가 있고, 그 교사가 안내하는 교육 과정과 길잡이가 되는 교과서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돕자고 만든 도우미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혹자는 ‘EBS 공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럴 만도 하다. 수능 연계 방침에 의해 교과서는 보지 않더라도 EBS 교재는 봐야 하고, 다른 참고서는 안 보더라도 EBS 문제집은 풀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독점적으로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 교재가 아무런 검증 없이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수능특강 사회문화 교재의 편향성은 일부분만 발췌한 것이다. 문제의 오류는 차치하고라도 이렇게 저변에 흐르는 편향된 시각이 대한민국 수험생들의 사고 속에 스며들고 있다. 교육 현장에 자주 활용되는 ‘다큐 프라임’이나 ‘e-지식채널’의 영상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런 필터링 없이 그대로 교육 현장에 흘러들어가고 있다.
믿지 못할 공영방송
우리 아이들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공영방송이라고 믿을 것이 못된다. 의심하고 따져보고 두드려보고 뒤집어 봐야 한다.
현 EBS 이사진에는 급진좌파 단체의 간부 출신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반면, 확실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우파 관점의 인사는 드물다. 바로 공영방송 EBS의 미래가 걱정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도 이런 기조는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EBS 내 수능교재기획부 및 학교교육기획부의 인적 구성부터 문제가 많다고 볼 수 있다. ‘다큐 프라임’이나 ‘e-지식채널’에 대한 상시적인 내부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
EBS에 수천억 원 대의 장사를 독점적으로 허용하면서 동시에 그 콘텐츠를 통해 진보 좌파의 이념을 무방비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떠 앉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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