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이슈] KBS는 과연 개혁할 수 있나?

자유경제원 / 2015-11-17 / 조회: 5,214       주간조선

 

[2382호] 2015.11.16

[이슈] KBS는 과연 개혁할 수 있나?

 

김효정 기자               

▲ KBS가 연이은 오보로 공정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시위하는 KBS 제2노조 조합원들의 모습이다. photo 조선일보 윤동진
KBS가 다시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고대영 KBS 비즈니스 사장이 차기 KBS 사장 후보자가 되고 나서다. 고 사장 후보자는 KBS 기자로 시작해 보도본부 본부장, KBS 자회사 사장까지 경험한 ‘KBS 맨’이다. 지난 10월 27일 열린 KBS 이사회에서 여당 추천 이사 7명 전원의 지지를 받아 최종 사장 후보로 선출됐다. 11월 16일 국회에서 KBS 사장 후보를 대상으로 하는 청문회가 열린다. 이 청문회를 통과하면 고대영 사장 후보자는 3년 임기의 KBS 사장직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KBS 안팎의 개혁 요구와 내부 반발 세력이 적지 않아 앞으로도 진통이 예상된다. KBS에는 KBS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공영노조 등 3개 노조가 있다. 이 중 KBS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제2노조) 등의 반발이 거세다. KBS 기자협회 등 7개 내부 조직이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 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대영 사장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급기야 제2노조는 “최종임명을 막기 위해 총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나섰다. KBS 신관 1층 로비에서는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KBS 안팎에서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그동안 쌓여온 공정성 훼손 문제를 바로잡고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KBS 공영노조(위원장 황우섭) 역시 고대영 사장 후보자가 KBS 사장으로 취임하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특정 정파에 매몰된 뉴스와 프로그램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영노조는 성명서에서 “지금 KBS에는 특정 정파에 매몰돼 있으면서도 자신들만이 가장 공정하고 민주적이라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뉴스와 프로그램에 편향된 가치관과 신념을 투영시키려 하고 있다”며 “KBS는 지난 1년 반 동안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반(反)대한민국 선동방송을 통해 시청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나라를 휘청거리게 하는 방송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6·25전쟁 왜곡”
   
   공영노조가 지적한 것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세 가지 사건이다. 지난해 6월 11일, KBS는 당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공격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문창극, 일(日)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발언 파문’ ‘문창극, 게으르고 자립심 부족… 민족 DNA’ ‘문창극, 선거 국면마다 노골적 정치 편향 칼럼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제목만 보면 문창극 당시 총리 후보자가 우리 민족을 비하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기사 내용에도 문창극 후보자의 발언이 발췌돼 보도됐다.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 …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남북 분단을 만들어 주셨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해.”
   
   문창극 후보자는 결국 친일파로 매도돼 총리 지명자에서 낙마했다. 지난 10월 보훈처 발표에 따르면 문창극씨는 독립운동가 문남규 선생의 자손이다. 친일·반민족적 후보자라는 딱지가 붙어 낙마했는데 막상 알고 보니 독립유공자였던 셈이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저널리즘에서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단절적이고 비맥락적 보도의 전형”이었다며 “악의적으로 편집된 보도였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이런 보도가 나온 이유와 관련 “KBS 내부가 특정 정치 이념이나 정파성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가 이 보도에 대해 중징계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제시했지만, 전체회의에서 행정지도 처분이라는 경징계에 그쳤다. 당시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 결과가 “적당히 타협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며 “방통심의위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월 7일에 방영된 ‘광복 70주년 특집-뿌리 깊은 미래’도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공영노조는 “이 프로그램이 해방 공간의 국제 정세와 시대 상황, 북한과 공산집단, 그리고 국내 여건은 모두 배제한 채 광복 후 이 땅에 들어온 미군이 일제를 대신한 또 다른 수탈자로 그려졌다”고 지적했다. 또 6·25전쟁은 “김일성과 소련의 한반도 공산화 야욕에 따라 기습 남침을 하여 이뤄진 것”이라며 “그것을 빠트렸다”고 말했다. 대신 광복 이후 질곡의 역사에 대한 책임은 “대부분 38선 이남에 진주한 미군과 남한 단독 선거로 정권을 잡은 당시 정치인들에게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방영되자마자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인호 KBS 이사회 이사장은 다큐멘터리 방영 직후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다큐를 본 사람들로부터 내용이 편향적이라는 항의를 여러 통 받았다”면서 “이런 식으로 방송하면 앞으로 KBS 수신료를 어떻게 인상하겠느냐는 항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 오보로 판명난 KBS의 ‘이승만 망명설’ 보도(왼쪽)와 ‘문창극 친일 발언’ 보도. photo KBS

   ‘이승만 망명설’ 보도의 후폭풍
   
   지난 6월 24일 KBS의 보도는 국민적 비판을 자초했다.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 요청설 사실이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한국 정부가 6만명 규모의 망명 정권을 일본 야마구치현에 세우고 싶어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승만 정부가 6·25전쟁 발발 이틀 만인 1950년 6월 27일, 일본 정부에 한국인 6만명의 망명 의사를 타진했다는 것이다. 이승만 정부가 서울이 함락되기도 전에 줄행랑을 쳤다는 뜻인데, KBS는 “망명 지역으로 거론됐던 일본 야마구치 현청의 도서관을 찾아, 야마구치현의 역사를 기록한 ‘야마구치 현사’에서 1950년의 기록을 살펴봤다”며 근거를 제시했다. 이어 KBS 디지털뉴스부에서는 다음날인 6월 25일, 해당 보도를 ‘전쟁통에 지도자는 망명 시도… 선조와 이승만’이라는 제목으로 처리했다.
   
   이 보도는 오보였다. 보도가 나오자마자 반론이 이어졌다. 조성호 조갑제닷컴 기자는 6월 28일 북한군이 서울에 입성한 후 전보가 전해졌다는 사실을 일본 방위연구소 전사연구센터에 있는 논문 등을 통해 확인했다. 조 기자는 “야마구치현 현사에 6월 27일이라는 날짜가 명기돼 있지 않다”며 “KBS가 이승만 대통령이 적과 싸우지도 않고 국민과 국군을 버린 대통령이라는 왜곡된 인상을 심어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8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KBS의 보도가 “충분한 검증과 반론 기회 부여 없이 일방적으로 내보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법정 제재인 ‘주의’ 징계를 내렸다. 또 당시 첫 보도인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 요청설 사실이었다’를 제작했던 용태영 국제주간과 이재강 국제부장은 각각 심의실 심의부, 디지털뉴스국 디지털뉴스부 평직원으로 발령받았다. ‘전쟁통에 지도자는 망명 시도… 선조와 이승만’을 제작한 송종문 디지털뉴스국 국장과 백진원 디지털뉴스국 부장 역시 심의실 심의부, 보도국 라디오뉴스제작부로 가게 됐다. 또 제2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에게 정직 2개월이나 감봉 5개월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 징계에 대해 현 조대현 KBS 사장이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KBS 기자협회는 “조대현 사장이 연임을 위해 곳곳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고, 언론인들 역시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최종 책임자는 두고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세 번의 문제적 보도로 인해 KBS가 공정성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동아일보에서도 7월 17일자 사설을 통해 이번 오보를 ‘역대 최악의 오보’라고 단정 짓고 KBS가 “보편적인 국민 역사 인식과 어긋난 보도로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황근 교수는 “이념 편향적인 보도가 반복된다면 기자 개인 차원의 오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를 작성해서 보도되려면 여러 단계의 게이트 키핑을 거치는데, 모두가 공모하지 않으면 오보가 나올 수 없다. 한마디로 이번 오보는 KBS가 전체적으로 이념 편향돼 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역시 “KBS는 수신료 인상이 아닌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만 망명설’ 오보가 KBS의 개혁 문제로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KBS 개혁을 위한 조건
   
   황근 교수는 이번 논란들이 벌써 10년 넘게 이어진 KBS의 정치 예속화 문제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우발적이거나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말이다. 황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KBS는 본격적으로 정치화됐다. 방송사 노조 입장에서는 우파 정권의 등장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우파 정부의 등장은 시장 경쟁을 중시하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위상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공영방송의 정책이 그동안 좌파의 전유물이 돼 왔고, 우파의 공영방송 규제 합리화나 구조조정 정책은 좌파의 저항에 부딪혔다”면서 “이제는 공영방송 KBS를 개혁할 때”라고 말했다. 고대영 사장 후보에 대한 좌파 노조의 반발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2008년 MBC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해 광우병 문제를 왜곡 보도하면서 신뢰도가 추락했고,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당시 이명박 정부에 반감을 품고 있던 제작진이 만들어낸 결과다. 황 교수는 “공영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정치화된 제작진의 개입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영 사장 후보는 사장 후보자에 대한 최종 면접에서 “게이트 키핑을 강화하겠다” “노조의 권한을 보장한 KBS 편성 규약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영노조는 고대영 사장 후보가 임명된다면 “대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영노조는 “KBS를 정파적이고 이념적인 투쟁의 장으로 만드는 사람들을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며 “사규와 원칙이 엄정하게 지켜지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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