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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권들이여. 일하지 않는 국회, 권력만 탐하는 국회를 향해 회초리를 들자
2000년 울진공항 건설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한국교통연구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하루 수요가 50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유력 국회의원의 거센 압력으로 울진공항은 2001년 착공되었다.
▲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
게다가 2010년 완공 시 소요된 공사비는 당초 예상 공사비의 두 배 이상이나 되었다. 하지만 예상 수요가 하루 270명에 불과해 울진공항에 취항을 원하는 항공사가 전무했다. 결국 정부는 울진공항의 용도를 민간조종사 양성용 비행훈련원으로 변경했다.
국회선진화법 폐기
이런 식의 ‘정치실패’는 도처에서 목격된다. 자기이익 추구에는 열심인 정치인들이 정작 자신들에게 맡겨진 임무에 대해서는 소홀하다. 저성장에서 탈출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규제개혁 입법이나 노동개혁 입법은 국회에서 수개월 혹은 수년간 낮잠을 자다 폐기되기 일쑤다.
국회 개혁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곤란하다. 국회는 지금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갑(甲) 중의 갑(甲)이다. 국회의 불필요하고 과도한 특권은 배제하고, 국회 본연의 임무에 필요한 만큼의 권한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정상화되어야 한다.
국회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하며, 국민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하고, 나아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국회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민주주의란 사회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의견들을 하나의 의견으로 결정하는 과정과 관련된 것이다. 다수결 원칙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불만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고자 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런데 국회선진화법은 정치적 타협과 합의의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소수당의 동의가 없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실질적으로는 소수당에 의해 정책이나 법안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이는 다수결 원칙이라는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며, ‘소수 독재’를 가능하게 만든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가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식물국회로 만들었다. 소수당이 다수당이 통과시키고자 하는 중요 법안과 관련해 기타 법안 연계하기, 혹은 기타 법안 인질 잡기를 시도하면 다수당으로서는 어떤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원래 의도와는 정반대 성격을 갖는 법안을 같이 통과시키거나, 아니면 다수당으로서 국회 파행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민간인에 대한 국정감사 권한 대폭 제한
국회의 국정감사는 본래 국회가 정한 입법 의도대로 행정부가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하는지에 대한 정책 감사, 정책 사업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행정관리 감사, 그리고 그 과정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위법성 감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국정감사는 대부분 정치적 비리 문제에 초점을 맞춘 감사, 정쟁용 감사, 인기 영합적 감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또 ‘거물급 증인’을 불러내 여론의 관심을 얻고 정치 공세를 가하는 것이 국정감사의 주목적이 되어버렸다. 상대 정당의 고위 인물, 현 정부의 고위관리, 대기업 회장 등을 국정감사장으로 끌고 나와 맹공을 가함으로써 국회의원의 위상을 과시하고 지지 기반 확보에 활용한다.
특히 민간인이나 기업인을 증인, 감정인, 참고인 등으로 불러내 호통치고 공격하는 것은 국정감사의 입법 목적에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다.
우리는 상시 감사를 하는 감사원을 별도로 갖고 있다. 감사원 감사와 별도로 국회의 국정감사까지 허용한 것은 기이한 구조이며,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거의 유일한 제도라 한다.
더구나 짧은 감사기간(20~30일)에 2000여 개의 감사대상기관을 감사하다보니 전문성도 약하고, 주로 정쟁의 대상이나 이벤트성으로 변질되고 있다. 따라서 성과에 비해 큰 낭비와 비효율을 안고 있는 국정감사를 폐지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폐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정감사가 입법 본연의 취지에 적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한이 있어야 한다.
국정감사는 국정에 관해 감사를 하는 것이며, 그 대상도 국가 업무, 주로 행정부 업무를 감사하는 것이다. 민간인은 원칙적으로 국정감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거나, 정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시행하는 민간기업, 공공성이 강한 사안에 한해 극히 예외적으로 국정감사에 출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인을 증인 등으로 선정할 때에는 국회 상임위가 그 이유를 소명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 경우 감사원 감사, 혹은 민형사적 비위에 관련되었다는 수준의 상당한 증명을 요하게 할 필요가 있다.
▲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는 데는 신출귀몰한 솜씨를 보이지만 국가의 발전과 공동체 전체의 안전을 위한 입법은 손을 놓고 있다. |
인사청문회의 대폭 제한
15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논의되면서 국무총리나 감사원장 등 헌법에서 국회가 임명절차에 동의하거나 국회가 직접 선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직위에 한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만 국회법에 신설하고 후속 입법조치는 제16대 국회로 미뤄졌다. 이 논의에서 인사청문회 제도의 위헌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헌법상 3권 분립과 취지, 대통령에게 부여된 정부의 고위공무원 임명에 관한 규정이 존중되었다.
그런데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과 더불어 16대 국회는 인사청문회 제도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검토 없이 헌법에 근거도 없는 직위를 인사청문회에 포함하는 입법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매년 인사청문회 대상을 확대했다. 그 결과 국회 권한은 크게 강화된 반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대통령의 인사권마저 국회의 제한을 받게 됨으로써 인사청문회는 ‘슈퍼 갑’의 지위를 갖게 된 국회의원들이 정부를 옥죄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또 제도의 본질보다는 공직후보자와 가족들의 흠결을 찾고 사생활을 폭로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숱한 부작용을 불러왔다.
현재의 인사청문회법에 의하면 국무총리와 감사원장은 물론 국정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총장, 심지어 국무위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합참의장, 방송통신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과 한국은행 총재, 국가인권위원장, 한국방송공사 사장까지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어 있다.
우리 헌법에 의하면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인선함에 있어 국회가 관여할 권한이 없다. 대신 임명된 국무위원이 일을 잘못할 경우 해임건의나 탄핵소추 등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균형을 유지하도록 했다.
또 국무위원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고 행정 각부의 장을 통할하는 국무총리를 임명하는 과정에 동의권을 가짐으로써 개별 국무위원까지 청문회를 할 필요가 없도록 한 것이다. 국회는 위헌성을 피하기 위해 인사청문회 결과에 관계없이 대통령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편법을 도입했다.
만약 국회가 고위공직에 대해 업무 역량과 도덕성이 뛰어난 사람이 임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입법기관으로서 그런 사람이 뽑힐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면 된다. 즉 고위공직자 임명 자격 요건을 정하는 것이 입법권의 올바른 행사다. 헌법에 근거가 있는 직위-헌법상 국회의 동의 또는 선출 직위-에 대해서만 청문회를 실시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한 해 1억 원이 훨씬 넘는 세비를 받고, 세금으로 봉급을 지급하는 수 명의 보좌진을 거느리고, 역시 세금으로 지원되는 45평 넓이의 사무실을 제공받는다. 차량 유지비, 통신비 등등 각종 비용도 지원받는다. 이른바 ‘금배지’를 다는 순간부터 약 200여 가지의 특례와 특권을 누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 중 특히 문제되는 것이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행한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45조의 면책특권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면책특권은 1689년 영국의 권리장전에서 최초로 명문화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제헌헌법에 규정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조항은 국회의원이 자신의 역할을 소신껏 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이 특권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면책특권의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발언, 반(反)국가적, 반(反)헌법적 발언 등 직무상 발언이 아니라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태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시대의 산물인 면책특권은 사라져야 한다. 보좌진이 너무 많이 지원되는 것도 우리나라 국회의원들만의 기형적 특권이다. 국회의원 보좌진 인건비 지원으로 의원 1인당 연간 약 4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다.
이렇게 과다한 보좌진 인건비가 지원되다보니 보좌진 급여를 의원이 가로채는 경우, 자신의 친인척을 보좌 직원으로 등록하는 경우 등 불법, 탈법이 횡행한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1명의 정책보좌관이 4명의 의원을 보좌하도록 되어 있고, 간혹 정당에 소속되어 있는 비서의 도움을 받는 정도다. 우리도 의원 1인당 보좌관 1명이면 족하다고 본다.
세비 삭감과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각국의 1인당 GDP와 국회의원의 세비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월등히 높다. 영국, 프랑스, 독일의 경우 국회의원의 세비는 해당 국가 1인당 GDP의 2.8~3배다. 스웨덴은 2.4배, 미국은 3.6배 정도인 데 비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1인당 GDP의 5.6배를 세비로 받는다.
선진국 수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우리나라 1인당 GDP의 3배 수준인 8000여만 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어야 하며, 국회의원 세비가 1인당 GDP의 3배가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도입되어야 한다. 몇 달 간 개점 휴업하여 아무 일 안 하고도 세비를 꼬박꼬박 챙기도록 해서는 안 된다. 우리와 달리 스웨덴 국회의원에게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철저하게 적용된다. 이들은 주급 형태로 세비를 받으며, 회기 중 결근하면 결근하는 만큼 세비가 삭감된다.
독일도 의정활동과 관련된 비용을 일괄 지급한 뒤 의원이 회의에 불참할 경우, 표결에 불참하는 경우 등 불참 때마다 일정 금액씩 감액된다. 벨기에 국회의원은 본회의 투표에 불참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본회의와 그 밖의 회의에 불참할 때마다 세비를 삭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비례대표 폐지 및 국회의원 수 감축
비례대표 제도는 2004년 제17대 국회부터 시작되었다. 본래는 전문성을 가진 직능대표로 국회 입법과 정책 감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과연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조차 의심을 받는다. 더구나 친북·종북·반(反)시장 성향의 후보들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열어주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정당으로 판결 받아 해산된 통합진보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지역에서 7석, 비례대표로 6석을 얻어 총 13명이 여의도에 진입했다. 통합진보당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국회의원이 비례대표로 진출한 것이다.
국회 전반 2년의 입법 성향을 분석한 ‘19대 국회 전반 시장친화성 분석’에 따르면 가장 반(反)시장적 성향의 국회의원 10인 중 9명이 비례대표 의원들이었다. 유권자들의 직접 선택이 아니라 정당 추천에 의한 비례대표 초선의원들이 특히 좌파 이념으로 편향되어 있는 것이다.
비례대표 제도를 폐지하고 국민의 직접 선택에 의한 지역구 의원으로만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폐지된 비례대표 의석수만큼 국회의원의 숫자를 줄이면 된다.
국고보조금 전환
국회의 근본적인 업무는 법안 심의를 위시한 의정활동이다. 따라서 국고가 지원되어야 한다면 법안 심의를 위시한 의정활동에 집중되어야 한다.
정당은 헌법기관이나 법률기관이 아니다. 물론 정당이 민주적 정치 의사 형성에 기여하는 면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정당 설립은 자유이며 정당의 해산 역시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결정에 의하는 임의단체에 불과하다. 이 임의단체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이 옳은가?
국가는 매년 360억 원 규모의 국고를 정당에 지원한다. 임의단체로서의 정당은 기본적으로 정당이 자체 조성하는 자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당이 당원들로부터 걷는 당비는 당이 지출하는 전체 비용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국고로 충당하고 있다.
정당에 대한 국고지원은 정당을 결성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함께 정당의 과대 대표성 문제를 야기한다. 국민들이 정치의사를 반영시키는 통로는 정당뿐 아니라 정부 청원이나 언론, 사회운동단체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정당에만 국고를 지원하면 정당을 결성하여 지원받으려는 사람들에게 특혜가 되고, 이런 특혜는 직업적 정치인을 양산하고 정당의 과대 대표성이 형성된다.
또 정당에 대한 국고지원은 정치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소수 정당의 출현을 어렵게 만든다. 무소속 의원의 숫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그 예다. 더구나 지역정당 특성이 강한 한국에서 정당에 대한 국고지원은 개별 정당에게 지역 독점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활동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당에 대한 국고지원은 폐지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당원들이 내는 당비와 매칭하여 당비만큼 국고를 지원하는 것이 진성당원을 가진 정당으로 나가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한편 국회의원의 법안과 정책 및 제도에 관한 심의, 의결 활동인 의정활동에 대한 국고지원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것이 의회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제들은 국회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최소한의 요건, 개혁의 첫 단추에 불과하다. 국회가 최소한이나마 정상화되어 일류 국회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류 국회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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