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은 대한민국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로 24일 ‘교과서,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를 주제로 한 2차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논쟁은 결국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교과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집필과 검정과정에 앞서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에 대한 검토가 면밀히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과정에 자유, 독립을 바탕으로 한 협동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시키고 이에 상응하는 교과서, 참고서, 학습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자유경제원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하여 교과서 분석에 앞장섰던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민국 교육의 질’을 바로 잡는 여정을
시작해보고자 한다”며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아래 글은 패널로 참석한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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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
경제교과서, 이제는 질을 높여야
교과서는 곧 국가의 미래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을 통해 한 나라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관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바른 교과서 제작은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다.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한
교과서는 진취적인 청소년 교육을 위한 필수적 바탕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 교과서는 어떠한가? 기대에 한 참 못 미친다. 청소년들이 시장경제
체제에 건전한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는 교과서로 그 수준을 높여야 한다.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
시장경제를 실천한 나라가 번영의 길로 나아갔다.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은
시장경제체제가 고도로 발달한 국가다. 충실한 시장원리 속에서 기업가정신이 꽃필 수 있었다. 반면 정부 개입으로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억압한 나라는
몰락했다. 공산권·사회주의권 국가들이 보여준 역사가 이를 증명했다. 경제개발 기간에 시장경제 원리를 받아들여 고도의 산업국가로 발전했던 유럽
국가들조차 복지국가·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한동안 ‘큰 정부 함정’에 빠졌던 선진국들이 다시 경제 활력을 되찾은 것은 대처와
레이건이 표방한 ‘작은 정부’의 힘이었다.
시장경제를 불신(不信)하게 만드는 교과서
현재 청소년이 사용하고 있는 경제교과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시장경제를 불신하게 만들고
있다. 2009년도 개정판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4종을 분석한 결과다. 크게 5가지의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첫째, 노동자 중심의 서술로 보호주의적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 노동자는 ‘약자’이며, 약자는 정부가 ‘보호’해야 한다는 공식을 전제로 서술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오히려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생산요소에서도 노동자 중심의 기술이 두드러진다.
노동만큼이나 자본 역시 중요한 생산요소이다. 그러나 주요 교과서들은 노동의 중요성에만 경도되어 효과적 생산을 위해서는 노동과 자본의 결합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현대사회는 과거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점차 자본집약적 사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보다 자본, 기술,
지식이 더욱 중요해지는 현대 사회의 특성을 고려한 서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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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경제교과서는 반(反)시장의 논리와 정부개입을 옹호하는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시장경제가 대한민국을 번영시킨
핵심적 원리였음에도 교과서에는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뿐 아니라 경제교과서의 사회주의 논조도 큰
문제다./사진=연합뉴스TV 영상캡처 |
둘째, 소득격차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들을 피력하고 있다.
시장경제 하의 격차는 과거에 비해 그렇게 심각하지 않으며, 격차 자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신의 경제적 격차를 인정하고 개인의 노력으로 그 격차를 줄이고자 할 때 개인과 사회 모두 발전할 수 있다. 이것이 시장경제를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교과서들은 불평등을 강조하여 정부개입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더구나 정부개입을 통한 정치적 배분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왜곡시킬
수 있으며, 정치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정부 개입의 당위성만을 설명하고 있다.
마치 정부의 개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사고를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정책실패를 수시로 하는 존재이며, ‘무오류의 성역’이 아니다. 시장경제의 폐해를 강조하다보면 시장에 대한 불신을 높이고 정부에
의존하는 사고방식을 조장할 수 있다. 실제로 복지·교육·환경·등의 분야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여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 들 분야는 공공재가 아님에도 단지 공공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개입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이들 부문의 민영화를 통해
국민이 양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선진국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개입이 커질수록 시장의 효율적 자원배분 기능은 왜곡된다.
대공황 이후 케인지언 방식의 정부개입 비대화가 장기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의 문제를 야기한 것이 단적인 예다.
넷째,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고 있다.
자유무역으로 인한 경쟁은 결국 소비자인 국민에게 혜택을 가져다준다. 그럼에도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을 ‘피해’로 표현하여 ‘보호’해야 할 나약한 존재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세계의 부는 커지고 가난한
지역의 삶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 빈곤에서 빠져나왔다. 기술집약적 산업이 부재한 국가는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여 선진국의 공장을 끌어당긴다. 이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을 따라 갈 기회를 얻는다. 중국과 인도가 우리나라처럼 이러한 개방 방식을
통해 성공했다. 자유무역과 세계화로 인한 경쟁의 필요성, 그리고 긍정적 요소를 제대로 서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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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청소년이 사용하고 있는 경제교과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된) 자유시장경제를 불신하게 만들고
있다. 2009년도 개정판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4종을 분석한 결과다./사진=미디어펜 |
다섯째, 시장경제에 대한 잘못된 설명과 비판이 난무한다.
시장경제는 완벽하진 않지만, 다른 체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체제다. 하지만
교과서들은 현실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이 마치 시장경제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빈부의 격차는 계획경제체제나
혼합경제체제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히려 시장경제체제에서 빈곤의 문제를 더 잘 해소할 수 있다. 후진국에서 교육·의료 등의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사회주의 방식의 규제 때문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실패한 체제라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그러나 교과서에서는 계획경제에도 장점이 있다는 식의 서술태도를 보인다. 이처럼 자본주의에 사회주의 방식을 혼합한
혼합경제체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주입시키는 것은 문제다.
시장경제의 우월함을 제대로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정리하자면, 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과 긍정성에 대한 서술을 분명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혼합경제에 비해 시장경제가 우월한 성과를 내고 있음을 기술하여야 한다. 더불어 세계는 점차 시장경제체제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빈곤·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는 체제는 시장경제체제라는 사실도 분명히 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개입이 낳는 비효율도 서술할 필요가 있다.
현행 경제교과서는 반(反)시장의 논리와 정부개입을 옹호하는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시장경제가 대한민국을 번영시킨 핵심적 원리였음에도 교과서에는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내용대로 교육을 진행하다면 우리
청소년들의 시장경제에 대한 몰이해를 피할 수 없다. 경제교과서, 이제는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우리 경제의 미래가 밝아진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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