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은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佛法의 자비로 감싸줬지만 불교 비꼬아
조계종 “시간 달라” 요청에 경찰 수용
언론 '스님의 한 수’ 표현 공권력 격하
요즘 야당 '보스’들이 주고받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운 게 한둘이 아니다. 솔직히 개혁이니 혁신이니 떠드는 싸움이 공천권을 두고 벌이는 이전투구(泥田鬪狗)란 걸 모르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8일엔 문재인 대표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묘한 말을 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가능성을 묻자 “탈당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안 의원은 우리 당을 만든 공동 창업주가 아니냐?”라고 한 것이다. 어느 언론도 이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놀랍게도 이게 우리 정치 수준이고 언론의 수준이다. 정당이 기업처럼 창업주가 있다면 그건 도저히 공당(公黨)이라고 할 수 없는 사당(私黨)이다. 무심결에 나온 그 답변은 아직도 우리 정당이 보스와 그를 추종하는 자들의 패거리라는 걸 보여준다. 도대체 그런 사당이 두목끼리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는 조폭과 무엇이 다른가? 아마도 물리적 폭력에 의존하는 것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주엔 그런 정치판 말도 묻혀 버렸다. 이 나라를 흔든 말들은 불교 성지인 조계사에서 쏟아졌다. 지난달 15일 시위 때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하자 그곳은 졸지에 소도(蘇塗)가 돼버렸다. 그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범법자였는데도 경찰은 감히 '성역’을 범하지 못했다. 불법(佛法)의 은혜로 넘치는 절간이, 그것도 조계종 총본산이 삼한시대 제사장이 군림하던 신단처럼 치외법권 지역이 된 것이다.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면서 조계종은 '공식적으로’ 한 위원장 보호를 선언했다. “고통받는 중생을 끌어안는 것이 붓다의 존재 이유”라고도 했다. 그 말씀으로 불법(佛法)의 자비심이 불법(不法)까지 감싸는 형국이 됐다.
기막힌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화쟁위원회 도법 스님이 한 위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부와 한 위원장 간에 중재를 자청한 것이다. 국가와 범법자 간을 중재한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그건 곧 국가를 범법 세력과 동일한 위치에 놓는, 국가의 격하(格下)다. 더 놀라운 건 “범법자를 보호하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서청원 의원의 말에 조계종이 “국가와 정치권력이 종교 문제에 개입하는 건 정교(政敎) 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며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가 감히 종교의 결정에 토를 단다고 나무란 것이다. 정작 종교가 정치에 개입했던 것은 제주도 해군기지에 반대하고 통진당 해산에 반대한 도법 스님인데도 말이다.
덕분에 한 위원장은 관음전 깊숙이 몸을 의탁했다. 그는 창문 틈으로 '노동개악’과 '공안탄압’을 분쇄한다는 결의에 찬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귀족노조라고 의심받는 민주노총이 노동개혁을 두고 '노동자의 꿈을 빼앗는 노동개악’이라고 하는 것에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이 공감하겠는가? 한 위원장은 신도회의 퇴거 요구에도 버텼다. 그는 오히려 “객(客)으로 참았는데 참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면서 스님들을 두고 “요즘은 권력의 눈칫밥을 드신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번엔 그를 '보듬어 주던’ 불교가 격하된 것이다.
마침내 경찰이 최후통첩을 하자 언론은 신이 났다. 과거 경찰이 조계사를 범한 것이 네 차례나 되었고 그때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으니 방송 카메라들이 수십 대 몰려들어 거대한 '활극’을 중계할 만반의 태세를 갖춘 것이다. 하긴 온 국민의 관심이 절정에 이른 이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어찌 놓치겠는가? 시청률이 보장된 데다 제작비도 들지 않는 드라마를 외면할 방송은 없다. 그러나 드라마는 갑자기 사라졌다. 10일 정오까지 시간을 달라는 조계종의 요청을 경찰이 수용한 것이다. 한 신문은 이튿날 1면 제목을 '정교 충돌 직전 스님의 한 수’라고 뽑았다. '정교 충돌’이란 표현도 괴이했지만 경찰의 후퇴를 두고 '스님의 한 수’라고 한 건 놀라운 창의력이었다. 한 위원장이 '순교자’가 되지 못한 데 대한 묘한 안도감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언론마저도 국가와 공권력에 대한 격하를 계속한 것이다.
어떻든 세상은 말로 넘쳐난다. 말은 우리 정치판의 수준과 언론의 품격을, 종교의 위치를, 더 나아가서 민도(民度)와 국격(國格)을 나타내는 징표다. 나는 반야심경을 만 번은 음송한 불교 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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