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절벽` 치닫는 대한민국호…국회가 경제 망치는 주범

자유경제원 / 2015-12-27 / 조회: 5,620       미디어펜

기업하기 좋은 나라 4위의 실상에 다가서기

Ⅰ. 회고와 전망


오늘 우리경제 지표는 1997년의 외환위기 상황보다 나을 바 없다고 한다. 2016년 기업활동에 대하여도 낙관적인 전망은 어디에도 없다. '절벽’이라는 용어가 진부해졌다. 답답한 2015년, 더 답답할 2016년이라는 것이 일반적 생각이다.

그런데 국회는 의원의 임기말로 법안이 자동폐기되는 국회법 제51조 단서의 출구 앞에 웅성거리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는 이는 별반 없는데, 정부는 국회만 탓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의 입법기능 회복과, 정부의 규제완화가 축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법률은 기업으로서는 마음대로 좌우할 수 없는 외부환경이다. 또한 정책과 행정지도를 통한 정부의 규제는 기업의 손발을 묶는 상부환경이다. 법과 규제가 기업의 덧이 되는 상황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Ⅱ. 국회가 바뀌는 것은 경제활성화의 전제

1. 국회 입법기능이 정상화되어야

우리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한다. 이에 대한 파상적인 예외와 실질적 입법기능의 분산문제는 차치하고, 과연 이 조항은 최고규범답게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보다는 의원임기만료로 입법안의 자동폐기를 규정하는 헌법 제51조 단서가 두드러져 보인다.

세월호 사건 이래 국회는 '19대 국회는 최악의 직무유기국회’라는 데에 이견을 달 사람은 국민은 물론 의원 자신들 중에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동폐기법안은 18대 6,301건을 크게 넘어 11,000건이나 되었다. 폐기법안도 문제려니와 법안 자체도 베끼기나 재탕 등 고민 없는 실적 올리기가 많았다고 추측된다. 소관상임위나 법제소위 회의록을 보면 공청회라도 열어 보자는 다른 의원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대표발의한 의원이 오히려 추가논의를 사양하는 일도 있다. 처음부터 법률로 만들 의지도 노력도 없는 탓에 제대로 심의되지도 통과되지도 않을 법안으로 인하여 국회 밖에서는 갈등이 야기되고 소모적 논쟁이 일어 난 것을 생각하면 무책임하다는 것 외에 더 적절한 표현이 없다.

국회의 안중엔 급한 것도 중요한 것도 두려운 것도 없다. 국민의 일자리가 염려되고 취업준비생의 절규가 들린다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지원사업법 등 경제살리기법안을, 비정상적 노사문화 속에 차라리 해외로 가길 바라는 기업현실을 보면 노동개혁관련법안이나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사회안전과 대북우위를 확보할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도 방치되어 있다. 국민연금법개정안, 나눔기본법 제정안, 정신보건법 개정안, 의료법 개정안.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등 소위 민생법안도 보건복지위에 묶여있다.

   
▲ 오늘날 우리경제 지표는 1997년의 외환위기 상황보다 나을 바 없다. 2016년 기업활동에 대하여도 낙관적인 전망은 어디에도 없다. 정부 정치권을 믿을 수 없다. 기업들의 각자도생이 필요한 시점이다./사진=미디어펜

지루한 밀고 당기기 끝에 이루어지는 법안심사는 또 얼마나 맹랑한지 국회 회의록을 들여다 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12월 9일 법사위는 3분당 1건씩 심의해도 12시간이 걸리는 246개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가 5시간 만에 모두 다뤘다고 한다. 이유는 통과된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의 대가로 야당이 2개 법안의 통과를 주장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당의 이념과 정강정책에 반하는 법률을 끼워 통과시키는 행태는 건전한 타협이라기보다는 설득과 협상력의 부재에서 오는 물리적 야합에 불과하다. 미루기, 끼워 넣기, 날치기 등으로 연상되는 국회의 입법행태가 시정되어야 한다. 기업활성화의 필요조건조차 충족되지 않으니 답답한 일이다.

Jhering은 입법자는 철학자여야 한다고 했다. 한 줄의 법을 만들고 한 개의 법률용어를 바꿀 때에 국민과 국가를 위한 깊고 치열한 고민을 하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입법자들에게는 너무 버거운 요청일까?

2. 연초에라도 총선을 염두에 두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위에서 본 국회의 직무유기로 선거구역획정도 못한 상태에서도 이미 국회의원후보예비등록이 15일부터 시작되었다. 2016. 4. 13. 총선, 그 한달여 후의 임기시작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우리 국회가 제대로 된 입법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1월 8일 임시국회 중에 급하고 중한 법안부터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희망에 그칠 공산이 크다.

3. 국회법 제85조의2는 개정하여야

국회선진화법은 자질 없는 국회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의사정족수도 채우지 못하는 일이 빈번한 국회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이란 현실성이 없다. 결국 법안을 정치적 흥정과 야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일상화되며 수많은 입법과오를 반복하게 만들며 사회적 비용이 sunk cost로 낭비된다. 반독점법에서도 끼워팔기는 당연위법(per se illegal)이다.

합리적인 타협과 양보로 보기 힘든 이런 부적절한 거래행태가 의사당에서 행하여지는 일을 민의의 충실한 반영으로 보는 시각은 없다. 과반수찬성이면 다수결원리에 맞고 가치상대주의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공공기관 의무할당 비율을 5%로 늘리고, 이를 300인 이상 민간대기업에도 적용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대리점 물량밀어내기 강제에 대해 3배 배상하는 대리점거래공정화법, 기업원리와 시장경제에 반하는 사회경제적기본법이 흥정 끝에 국회를 통과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 박근혜정부에서 청년희망펀드, 창조혁신센터, 평창동계 올림픽, 한류확산을 위한 재단법인 미르 등 기업 준조세는 수천 억원을 넘겼다. 경총조사에 따르면 2016년에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기업이 52%에 달한다. 정치권에서 20대 총선을 대비하여 밝히는 선심정책과 이를 뒷받침할 재정부담은 기업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하고 그 기회비용을 빼앗는다./사진=연합뉴스

Ⅲ. 이 정도의 규제완화는 무의미

1. World Bank의 Ease of doing business index 4위의 허상

우리나라는 2015년 세계은행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189개 조사대상국 중 작년에 이어 4위를 유지하였다. 이 순위 1위는 가장 기업에 친화적인 규제를 지닌 국가를 뜻하므로 우리나라의 규제환경은 매우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한 것이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덴마크 다음이다. 독일, 영국, 스위스, 프랑스, 홍콩, 미국 등 모두 우리에게 뒤진다. 물론 조사지표가 한정되어 있지만 과거 우리 정부는 상법개정을 통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고 소개한바 있다.

필자는 정부의 이와 같은 노력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다만 우리 기업인 중 과연 몇 명이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자부할 것인가?

최근에도 외국전문가들은 한국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규제완화라고 조언한다. 우리나라 기업은 규제가 심하다는 기업가들의 불만은 그들이 외국에서 기업을 하지 않아 본 탓에 하는 불만일까? 아니면 온갖 규제를 뛰어 넘을 기업가정신의 부재에서 오는 것일까?

2. 창조경제 슬로건에 걸 맞는 규제완화, 필요하면 관료조직의 축소

정부가 기업이 체감하도록 규제를 풀고 있는지에 대하여 기업들은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금융의 화두처럼 내세워 온 FinTech분야에서도 은산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케케묵은 규제의 벽을 뛰어 넘지 못하고 있다. 산업자본이 은행지분 10%, 의결권있는 주식의 4%이상 소유하지 못함으로써 첨단기술에 의한 금융산업의 혁신은 그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규제의 뒤편에는 엄청난 관료조직이 존재한다. 유럽의 예에서 보듯이 좋은 시장은 관료주의 청산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Ⅳ. 법인세 인상, 준조세 억제와 극복해야 할 총선재난 포퓰리즘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35%) 미국기업들은 조세피난을 떠난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기업의 담세부담이나 조세원리를 떠나 기업외적 요인으로 야기된 재정부담을 기업에 전가하는 데에 익숙하여져있다.

중앙일보는 2014년 기업의 준조세(법정부담금+사회보험료)는 58조로 R&D투자보다 10조 많았다고 보도하였다. 최근 불거진 한ㆍ중FTA 상생협력기금 등 1년에 1천억원씩 10년간 1조를 걷는다는 것은 실질적 조세로서 조세법률주의에도 반한다. 정부는 “절대 할당하지 않으며 준조세'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 돈이 안 걷혀도 세금을 투입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보면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자명하다. 정부는 세금이 아니라며 상생기금을 내면 세액공제를 해주겠다고 유도하고 있다.

   
▲ 지루한 밀고 당기기 끝에 이루어지는 법안심사는 또 얼마나 맹랑한지 국회 회의록을 들여다 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은 자질 없는 국회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의사정족수도 채우지 못하는 일이 빈번한 국회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이란 명제는 현실성이 없다./사진=미디어펜

이미 박근혜정부에서 청년희망펀드, 창조혁신센터, 평창동계 올림픽, 한류확산을 위한 재단법인 미르 등 수천억이 넘어 섰다. 경총조사에 따르면 내년에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기업이 52%에 달하는 시점에서 선거의 주도권을 잡거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선심정책과 이를 뒷받침할 재정부담은 기업의 기회비용을 빼앗으며 범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선거와 당선만이 우선인 정치행태는 이미 종교인과세를 담은 소득세법개정안 과정에서 지지세력이 떨어져 나간다는 몰염치한 발언들을 드러내고 하였고, 불참, 기권, 반대 등 우여곡절 끝에 결국 유예기간을 2년으로 잡는 수를 두었다.

Pay-go법안이 국회에서 방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의식한 반기업 정책, 무조건 고용의 독려, 선거철 사회불안을 고조시킬 노사분규, 국가재정은 안중에 없는 포플리즘 구호와 공약, 정책의 난무에 북한동향, 과거 크게 우려하지 않았던 국제테러 위협까지 겹쳐 기업은 정말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이 우려된다. 여기에 개헌논의까지 점화되면 사회혼란은 점입가경일 것이다.

Ⅳ. 2016년 경제활성화를 뒷받침할 건전한 시민단체의 역할

2015년 11월 아르헨티나 유권자는 좌파포퓰리즘 청산을 구호로 내세운 친기업의 중도보수자인 공회주의제안당 후보 마루리시오 마크리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여 복지포퓰리즘에 반기를 들었다. 2000년 초반의 외환위기 이후, ICSID의 중재판정사례에 거액채무불량국가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것이 아르헨티나이다. 결국 포퓰리즘은 아르헨티나를 국제경제의 불청객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이를 알기까지 고통스러운 10여년의 기간이 걸렸고 그 후유증의 극복에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알 수 없다.

선거는 좋은 시장경제를 만드는가? 안타깝게도 선거는 시장을 망치기 십상이다. 유권자의 한 표는 소중하지만 그 영향력은 너무 미미하다. 개인의 의사는 구슬처럼 꿰어져야 보배가 된다. 건전한 의사를 결집하는 역할은 국회나 관료가 아닌 건전한 시민단체의 역할이다. 우리 경제가 바로 가고 기업이 제대로 활동하기 위하여 기업을 사랑하는 시민단체의 역할의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김선정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정책제안'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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